FDA 승인 신약 오투베이어 포트폴리오 추가

머크가 영국의 베로나파마(Verona Pharma)를 약 100억달러(약 13조원)에 인수하며 호흡기 치료제 포트폴리오를 확장한다. 이는 블록버스터 항암제 키트루다의 특허 만료를 앞두고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속도를 내는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머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약물인 키트루다의 주요 특허가 2028년부터 만료되기 시작하면서 이 약물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잃을 예정이다. 키트루다는 연간 약 300억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머크와 베로나파마는 머크가 자회사를 통해 베로나파마를 인수하는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고 9일(미국 현지시각) 밝혔다. 인수가는 주당 107달러로, 베로나파마 미국주식예탁증서(ADS) 1주당 베로나파마 보통주 8주를 포함하며, 총 거래 규모는 약 100억달러(약 13조원)에 달한다.

이번 인수를 통해 머크는 오투베이어(성분명 엔시펜트린)를 포트폴리오에 추가하게 된다. 오투베이어는 PDE3 및 PDE4를 선택적으로 이중 억제하는 흡입형 치료제로, 지난해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성인은 물론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유지 치료를 위해 승인된 첫 신약으로, 기관지 확장 효과와 비스테로이드 항염증 효과를 동시에 지닌 점이 특징이다. 기존 치료법으로는 조절이 어려운 COPD 환자의 새로운 옵션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현재 비낭포성 기관지 확장증 적응증으로도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로버트 데이비스(Robert M. Davis) 머크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오투베이어는 머크의 심혈관·호흡기 질환 치료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강화하는 동시에, 단기와 장기 모두에서 성장과 주주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며 "기관지 확장과 비스테로이드 항염증 효과를 동시에 갖춘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로, 기존 치료에도 증상이 지속되는 COPD 환자들의 미충족 수요를 충족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베로나파마는 오투베이어를 지난해 8월 미국에서 출시한 이후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으며, 머크의 글로벌 마케팅과 연구 역량을 통해 신약 성장세가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인수 계약은 머크와 베로나파마 양사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승인됐다. 거래는 영국 법률에 따른 '스킴 오브 어레인지먼트(Scheme of Arrangement)' 방식으로 진행되며, 미국 '하트-스콧-로디노(Hart-Scott-Rodino) 반독점법' 심사와 베로나파마 주주총회 승인, 영국 고등법원 승인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인수 절차는 오는 2025년 4분기 마무리될 전망이다. 거래가 완료되면 머크는 오투베이어 관련 인수 금액 대부분을 무형자산으로 인식하며, 이는 향후 제품 수명 동안 미국 회계기준(GAAP)에 따라 점진적으로 비용으로 처리될 예정이다.

머크는 2021년 폐동맥고혈압 치료제 윈레베어를 보유한 액셀레론(Acceleron)을 인수하며 폐질환 치료제 포트폴리오를 확장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프로메테우스 바이오사이언스(Prometheus Biosciences)를 108억달러에 인수해 면역질환 치료제 분야로도 사업을 넓혔다. 이번 베로나파마 인수는 머크가 2023년 이후 단행한 가장 큰 거래로, 시장에서는 머크가 앞으로도 10억~150억달러 규모의 추가 인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머크 주가는 이날 약 3% 상승한 83.71달러에 마감했으며, 베로나파마 주가는 약 21% 급등했다.

시장에서는 긍정적 평가가 우세하다. 바흘앤게이너(Bahl & Gaynor) 자산운용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케빈 게이드는 "과거 프로메테우스(Prometheus), 윈레베어 인수와 마찬가지로 오투베이어 역시 훌륭한 전략적 보완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키트루다 이후의 수익 공백을 완전히 메우기 위해서는 추가 딜이 필요하다는 신중한 시각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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