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목시실린·클라불란산 14:1' 품목 33개 중 15개 맡는 보령 1차생동 실패
자회사 수탁 등 초반 기선제압 나선 제약사, 겨울 영업 전략에도 관심

최근 국내사 사이에서 유소아에 쓰이는 아목시실린/클라불란산 시럽 제제의 수탁사 변경이 일어나고 있다. 해당 제품을 수탁생산하는 회사가 약효 재평가에서 동등성을 받지 못하면서 내년부터 제품 판매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중견제약사인 K사는 아목시실린/클리불란산 시럽 제제 중 소위 '14:1시럽'의 수탁사를 올해 하반기 중 자사의 자회사로 변경할 계획이라고 공지했다. 그러면서 수탁사 변경 후 적극적인 영업을 당부했다.
아목시실린과 클라불란산 복합제는 다양한 세균 감염증에 쓰이는 항생제다. 특히 7:1 비율 성분과 달리 클라불란산을 절반으로 줄여 '소아 부비동염'과 '중이염' 등 감기와 구분이 어려운 세균성 감염을 막기 위해 쓰인다. 약가가 낮아 전반적으로 매출이 크지 않지만 가을 이후 추워지기 시작하면 처방량이 늘어나는 품목이다.
K사가 수탁사를 변경하는 이유는 약효 재평가 실패다. 수탁생산을 맡은 회사인 보령이 재평가에서 동등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내용은 보령의 약효 재평가 관련 공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실제 보령이 지난 달 말 위탁사에 발송한 공문에는 '2025년 약효 재평가 관련 자사의 두 시럽 제품 중 14:1 제품인 '멕시크란네오시럽'이 1차 생동 결과 비동등 판정을 받았다'는 내용이 있다. 이후에는 올해 10월 2차 생동을 진행할 예정이고 2026년 3월 허가 변경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오는 2026년 1월 판매 정지가 예상되는 만큼 1월부터는 기존 제품의 허가 생산이 불가하다고 안내했다. 2026년 6월까지는 약가 유지 및 시장 유통이 가능하다는 내용도 있지만, 이미 비동등 결과가 나온 만큼 K사는 다른 제품으로의 판매를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보령은 '14:1' 시럽 제제에 대해 15개 품목을 수탁하고 있다. 국내 허가받은 제품이 총 33개 품목으로, 약 절반 정도의 점유율에 달하지 않겠냐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K사의 수탁처 변경은 시장에서 빠르게 영업 흐름을 잡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는 앞서 나온 해당 품목의 영업 흐름과도 관련이 있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모아보면 일반적으로 해당 제제가 쓰이는 시점은 7월에서 8월 초, 이후 9월 말부터 다음해 3월 초 즈음까지로 알려져 있다.
즉, 에어컨 사용이 늘고, 휴가시점에서 사용량이 증가했다가 다시 가을부터 환자가 늘어 겨울에 정점을 찍는 패턴을 보이는데, 올해 상대적으로 고온 현상이 더 빨라지며 유통과 판매 추이가 조금 달라졌지만 전반적인 처방 및 유통 패턴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에 수탁사의 비동등 이슈가 터지자 제품의 판매 추이가 올라가는 시점에 영업력을 집중함으로써 자사 처방을 끌어올리려는 복안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비동등 문제인 만큼 문제여부와는 별개로 '제대로 만들었다'라는 포인트를 영업의 장점으로 삼을 수 있기도 하다.
호흡기질환 및 감염증 등 겨울 질환에서 재평가 악재를 맞으면서, 위수탁사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관심을 모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