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터뷰 | 박춘석 다발골수종 6차 재발 환우

"환자 위해 4차 치료제 급여 기준 완화해야"
"평가변수 충족 전 약효 있는 환자 선별적 급여 고려 필요"

"효과적인 치료제를 옆에 두고도 임상 수가 적거나 기준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약을 쓰지 못하는 환자는 없어야 되지 않습니까? 암 환자는 계속 증가하는데, 편협한 기준을 유지한다면 생존자는 줄어들 수 밖에요."

다발골수종은 골수에서 면역체계를 담당하는 형질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면서 발생하는 혈액암이다. 재발률이 85%에 달하며, 재발될수록 치료제 반응률과 반응지속기간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5년동안 증상이 없으면 완치 판정을 받는 다르게 다발골수종 환자는 완치 판정을 받기 어렵다.

반면 한국화이자제약(엘렉스피오), 한국얀센(다잘렉스, 탈베이)을 포함한 제약들이 국내에서 다발골수종 치료제의 건강보험 급여 등재 및 급여기준 확대를 시도하고 있지만, 급여기준 설정 과정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히트뉴스>는 2021년 5월 다발골수종을 진단받고 6차 재발을 경험한 박춘석씨를 만나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과 치료제 급여와 관련해 정부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들었다.

지난 2021년 다발골수종을 진단받은 박춘석씨
지난 2021년 다발골수종을 진단받은 박춘석씨

 

정보를 얻을수록 '가망없다' 생각에 절망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통증이 가장 큰 고통

다발골수종을 진단받게 된 것은 운동으로 생긴 통증 때문이었다. 박씨는 "근육을 키우기 위해 운동을 하다가 등쪽이 아팠는데, 단순 근육통인줄 알고 물리치료도 받고 침을 맞았는데도 낫지 않더라"고 말했다.

계속되는 통증에 응급실을 방문했는데 흉추 8번이 부러진 상태였다. 이후에도 입원해서 상태를 살펴보다가 시간이 지나도 호전이 되지 않아 상급종합병원을 방문했고, 다발골수종 진단을 받게 됐다.

그는 "진단 이후 커뮤니티를 찾아보면서 재발률이 85%에 달하고 완치 치료제가 없어서 끝없는 싸움을 해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절망적이었다. 평소 꾸준히 운동하고 식습관도 챙겼는데 대체 왜 걸렸을까라는 생각만 맴 돌더라. 그나마 젊은 연령층에 속한다는 게 유일한 희망이었다"고 설명했다.

일상생활에서 가장 크게 느껴지는 불편함은 통증이었다. 지난해 2월 독성 항암제를 투여받으면서 2주만에 10KG 이상 체중이 감소했고,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을 할 때는 섬망증세까지 경험했다. 이 외에도 왼쪽 하관 마비 및 피부가 화끈거리는 말초신경병증과 폐에 찬 물을 빼기 위해 삽입했던 관을 제거한 후유증으로 통증이 남아있기 때문에 마약성 진통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하고 있다.

그는 "기적적으로 걸어다닐 수 있고 얘기할 수 있게 됐다. 조금 더 호전되면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이상 나빠지지만 않아도 경제생활을 하고싶다"고 밝혔다.

 

경제적 부담으로 마지막 치료 해야하나 고민도

치료 시급한 환자 위해 시범적 급여 적용 방법 제안

3차 치료까지는 보험급여 혜택을 받았지만, 4차 치료부터 급여가 불가능해졌다. 다행히 실비보험을 통해 치료를 진행해왔지만 면책기간으로 그마저도 힘들어졌다. 임상시험에도 참여하려 했지만 단백뇨 등 항목이 정상 수치여서 임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불가능해졌다.

박춘석씨는 "급여가 적용되면 유지치료가 가능하지 않겠나. 임상시험에서 어느 정도 효과가 나타나면 급여 목록에 포함시켜서 혜택을 주고 재임상을 하는 방식을 고려하면 좋겠다"며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사용을 제한하면, 환자만 늘어나고 의학적인 측면에서도 발전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치료제 효과가 나타나는 환자한테 급여를 우선 적용하고,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혜택을 중지하는 방식을 요구했다. 당장 급여기준을 완화하기 어려우면 시범적으로라도 선별을 해서 더 많은 환자에게 치료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건강보험 재정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만큼 혜택이 꼭 필요한 사람한테 제공돼야 한다"며 "평소 몸관리를 잘한다고해서 암에 안 걸리는 게 아니더라. 암 환자가 계속 증가하는데 급여 지연으로 효과적인 치료제를 쓰지 못하는 상황은 없어야 한다. 더 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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