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침습적 혈액검사로 조기 진단 가능성 확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위한 혈액 기반 진단검사를 공식 승인했다. 그간 고비용, 고위험의 PET 스캔 또는 요추천자(CSF 채취)에 의존하던 방식에 비해, 이번 혈액 검사는 보다 간편하고 접근성 높은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FDA는 후지레비오 다이애그노스틱스(Fujirebio Diagnostics)가 개발한 'Lumipulse G pTau217/β-Amyloid 1-42 Plasma Ratio'를 정식 허가했다고 16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이 검사는 55세 이상 성인 중 인지 기능 저하 증상을 보이는 환자를 대상으로,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병리 중 하나인 아밀로이드 플라크(amyloid plaque) 존재 여부를 예측하는 데 활용된다.
알츠하이머병은 기억력과 사고 능력을 점진적으로 파괴하고 결국 기본적인 일상 활동조차 어려워지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아밀로이드 플라크는 알츠하이머병의 대표적인 병리로, 이들의 존재를 PET(양전자 방출 단층촬영) 뇌 스캔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PET 스캔은 비용이 높고 시간이 오래 걸리며, 방사선 노출의 위험이 따른다.
검사 방식은 혈장에서 추출한 두 단백질, pTau217과 β-아밀로이드 1-42의 비율을 측정해, 뇌 내 아밀로이드 병리 유무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구조다. 기존 FDA 승인을 받은 동일 회사의 검사(Lumipulse G β-amyloid Ratio 1-42/1-40)는 뇌척수액(CSF)을 필요로 했으나, 이번에는 일반 혈액 샘플만으로 진단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환자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다.
FDA는 다기관 임상시험에서 수집된 499명의 혈액 샘플을 기반으로 검사 정확성을 검증했다. 그 결과,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온 환자의 91.7%는 실제 PET 스캔 또는 CSF 검사에서도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확인됐고, 음성 환자의 97.3%는 병리가 없음을 나타냈다. 다만 약 20%는 '판정 불가' 결과를 받았다.
FDA 마틴 마카리(Martin A. Makary) 국장은 "알츠하이머는 65세 이상 인구의 10%에 영향을 미치며, 2050년까지 환자 수가 두 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혈액 검사는 환자에게 보다 적은 부담으로 조기 진단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FDA는 이러한 결과는 본 검사가 인지 저하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서 알츠하이머 관련 병리의 존재 여부를 비교적 신뢰성 있게 예측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검사는 전문 진료환경에서 다른 임상 정보와 함께 해석되어야 하며, 단독 진단이나 일반 스크리닝 목적의 사용은 권장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해당 기기는 FDA의 510(k) 경로로 승인받았으며, 뇌척수액 기반 기존 검사와의 실질적 동등성을 인정받았다. 또한 중증 질환을 대상으로 한 혁신의료기기(Breakthrough Device) 지정도 함께 부여됐다.
FDA 의료기기 및 방사선건강센터(CDRH)의 미셸 타버(Michelle Tarver) 국장은 "미국 내 약 700만 명이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으며, 이 숫자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이번 검사는 보다 광범위한 환자들이 조기에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