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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첫 'AI 간담회', 보여주기식 일회성에 그치지 않으려면

지난달 29일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과 김상봉 의약품안전국장 등 식약처 고위 공무원들이 종근당 천안 공장 곳곳을 둘러봤다. 오 처장은 특히 종근당 천안공장이 AI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들이 의약품 품질 관리에 어떻게 구현되는지 직접 체험했다. 

그는 공장 투어를 마치고 "제약바이오 업계가 AI기술 적용과정에서 애로사항은 없는지에 대한 현장 목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며 간담회 자리에 앉았다. 이날 간담회에는 오 처장 뿐 아니라 식약처 의약품 심사부장, 의료제품연구부장 등이 총출동했다. 대형 제약사와 중대형 제약사 간부들은 물론, 글로벌 제약사 임원들도 참석했다. AI 기술을 제약 바이오 업계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느낀 어려움을 토로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하지만 간담회 이후 약 열흘이 지난 현재, 당시 참석했던 인사들 사이에서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참석자는 "오유경 식약처장이 그런 자리를 마련해준 점에 대해서는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참석자들의 면면이 다소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AI 전문가 출신 실무자들이 아닌, 그룹 전체를 이끄는 중역들이 간담회 자리에 나왔다. 실제로 현장에서 제기된 업계 목소리가 한 곳으로 모이지 못한 이유"라고 후일담을 전했다. 

실제로 이날 간담회자리에서는 주제가 산발적으로 분산됐다. 실제 식약처 담당자들이 제약사 측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해당 영역은 복지부 또는 질병청 관할이다'라는 말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 간부는 두 시간 내내 침묵을 지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오히려 제약 바이오 업계의 핵심 의제인 'AI 신약개발' 규제 가이드라인 마련 등과 관련된 목소리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다른 참석자는 "앞으로는 AI 분야를 전임상, 임상, GMP, 적응증 확장 등으로 세분화해서 각 분야의 실무자들을 간담회를 개최했으면 좋겠다"며 "예를 들어 식약처가 허가 심사 자료의 일부를 공개 가능한 선에서 데이터로 제약사에 제공하고 AI 모델이 이를 학습한다면 신약 개발 속도가 훨씬 빨라질 수 있다. 당시 현장에서 업계 관계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이같은 질문을 하고 싶었는데 이에 대한 관심이 있는 실무자가 없었다. 공감데가 없어 이런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향후 간담회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오유경 처장과 식약처 관계자들은 참석자들의 의견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간담회'의 사전적 정의는 "정답게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다. '서로'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인정 구성과 행사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부디 다음에는 식약처가 보다 철저한 사전 준비를 통해 실질적인 소통의 장을 마련하길 기대한다. 그렇지 않으면 '형식만 갖춘 간담회', '팥소 없는 찐빵' 또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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