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보란 듯 두 업체를 다시 '한약재 GMP 우수업체' 선정
선정 기준 절차 공개 요청에 묵묵부답... 인터넷 삭제는 광속

임의제조를 비롯해 수출증명서 위변조 등 식약처 행정 처분을 수차례 받았던 업체 2곳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한약재 GMP 우수업체'로 선정돼 ①정기 약사 감시 주기 1년 연장 혜택을 받고 ②식약처 공식 홈페이지에 우수업체로 소개돼 부당한 홍보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히트뉴스가 이 같은 사실의 진위 파악에 나서자 식약처는 석연치 않은 해명으로 일관하다가 돌연 홈페이지에서 해당 업체 명단을 삭제해 버렸다. 사건의 전말을 공개한다.
한약제 GMP 우수업체 선정 사업 배경
2018년 11월 국정감사 당시 식약처 한약정책과는 GMP 운영 우수업체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한약정책과는 이듬해 3월 열린 정책설명회에서도 한약재 GMP 우수업체 선정 및 우수 운영사례를 홍보하겠다고 전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한약재 GMP 우수업체' 선정 사업의 목표를 '한약재 제조업체의 자율적인 GMP 운영수준 제고 분위기 조성'이다. 식약처는 2021년부터 업계를 대상으로 '한약재 평가 신청서'를 받고 일정한 기준에 따라 선정 심사에 나섰다.

2022년 3월 '한약재 GMP 우수업체 현황'이란 제목의 공문이 홈페이지에 공개됐고 식약처는 업체 4곳을 한약재 GMP 우수 업체로 발표했다.
식약처 평가 결과 400점 만점에 총점 300점 이상을 받은 업체 4곳이 선정된 것이다. 업체 4곳은 정기 감시 주기가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나는 혜택을 받았다. 그때부터 수년 동안 식약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우수업체'로 홍보됐다.
우수업체 4곳 중 2곳...선정 전후로 식약처 행정처분 이력
그러나 히트뉴스 취재 결과 업체 4곳 중 2곳이 우수업체 선정 전후로 임의제조, 수출증명서 위변조 등 식약처 행정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처는 2022년 3월 러시아산 사향(한약재)의 수입허가 신청 시 제출된 수출증명서를 위·변조했다는 이유로 A 생약의 특정 제품에 대해 회수 조치를 내렸다.
2022년 6월에도 A 생약을 대상으로 제조지시서 허위 작성 등을 이유로 제조업무 정지 3개월 15일에 해당하는 행정처분을 했다. 우수업체 선정 전후로 행정처분을 받았다는 뜻이다.
B 생약도 다르지 않다. 식약처는 2021년 10월 B 생약 등 3개 업체가 제출한 사향 수입 허가에 대한 수출 증명서가 위조됐다고 발표했다. '사향'은 수컷 사향노루의 사향선 분비물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 식약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관련 서류를 위조했다는 뜻이다.
결국 B 생약은 4개월 뒤 식약처로부터 CITES 허가 취소 처분을 받았다. 그런데도 식약처는 두 업체를 또 다시 '한약재 GMP 우수업체'로 선정하고 정기 감시 주기를 완화했다.

식약처 '선정' 기준 공개 '깜깜이'
취재 시작되자 석연치 않은 해명 이후, 돌연 업체 명단 삭제
히트뉴스 지적에 식약처는 석연치 않은 해명을 내놓았다. 히트뉴스 취재진은 4월 1일 식약처 한약정책과에 "우수 업체 선정 과정에서 해당 업체들의 임의 제조 등 약사법 위반 사실은 고려되지 않는가"라며 "배점 기준 등을 공개해달라"고 질의했다.
당시 한약정책과 관계자는 "해당 업체들은 행정처분 배점이 낮고 다른 배점이 높아서 선정했다"며 "다만 우수업체 선정 대신 GMP 적합판정서 제도로 대체될 예정이다. 업체 명단은 홈페이지에서 삭제하고 관련 제도를 정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식약처는 업체 명단 공개 방침을 그대로 고수했다. 해당 업체들은 2023년 하반기 식약처로부터 GMP 적합판정서도 발급받았다.
취재진은 한 달 뒤인 지난 2일 재차 "이들 업체가 여전히 홈페이지에 우수업체로 소개돼있다"며 "당시 우수업체로 선정된 구체적인 기준을 공개하거나, 이들을 대상으로 GMP 적합판정서를 발급한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재차 물었다.
그러나 식약처는 이날도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더욱 황당한 사실은 히트뉴스가 재차 질의한 당일, 식약처가 '한약재 GMP 우수업체' 관련 사업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는 점이다.
식약처 한약정책과는 그동안 '한약 자료실' 홈페이지를 통해 '한약재 GMP 우수업체 선정 공고'부터 '명단 공개 현황'까지 수차례 공문을 공개해왔지만 취재 결과 이날 관련 내용을 삭제하고 접근을 차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약재를 취급하고 있는 서울의 한 약사는 "식약처의 사업은 법령과 절차에 근거해서 이루어진다. 기존 사업을 GMP 적합판정서로 대체할 경우 그에 마땅한 설명과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구나 언론의 문제 제기 이후 하루 아침의 관련 사업 흔적을 지우는 태도도 이해할 수 없다"며 "식약처는 지금이라도 우수 업체 선정 기준과 절차를 투명하게 해명하고 관련 사업을 어떤 연유로 종료했는지를 밝혀야 한다"고 비판했다.
업계에서는 식약처의 졸속행정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식약처가 선정한 것이기 때문에 업체들에게 무작정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며 "하지만 정기 약무 감시 주기를 1년 더 늘려주는 것은 상당한 혜택이다. 업체들은 약무 감시를 10년 동안 세 차례 정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식약처가 선정 기준과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앵무새 같은 해명만 반복하다가 뒤늦게 흔적 지우기에 나선 것은 자신들이 졸속행정을 펼쳤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식약처의 미숙한 행정으로 이들 업체가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확실한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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