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세종, 상장폐지 제도개편에 대한 기업 대응 전략 공유
황도윤 변호사 "상폐요인 미리 점검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상장적격성 제도가 개편되면서, 상장사의 생존 조건이 달라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기술특례나 성장성 특례를 통해 증시에 입성한 바이오 기업들 중 일부는 감사의견 거절, 매출 기준 미달, 법정 손실 기준 충족 실패 등으로 관리종목에 지정되거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되는 경우가 빈번한 가운데, 형식적 요건만 충족해 상장을 유지하던 방식이 점차 통하지 않는 분위기가 시장 전반에 퍼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법무법인 세종은 지난 7일 '상장폐지 제도 개편에 따른 선제적 대응 전략'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상장폐지 제도 개편안의 핵심 내용과 제도 변화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짚고, 기업들이 어떤 방식으로 준비해 나가야 하는지 논의했다.
발표를 맡은 황도윤 변호사는 "주제가 다소 무겁고 어두울 수 있지만, 규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관점에서 기업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긍정적으로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말하며 발표를 시작했다.
상장폐지 제도, 무엇이 어떻게 바뀌는가

올해 1월 21일, 정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등 유관기관은 ‘IPO 및 상장폐지 제도 개선 방안’을 공동 발표한 바 있다. 핵심은 상장 유지 요건을 강화하는 한편, 심사 절차는 보다 효율화해 시장 내 저성과 기업을 신속히 퇴출시키고, 상장 기업의 밸류업을 본격화하겠다는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시가총액과 매출액 요건의 단계적 상향 조정이다. 코스피의 시가총액 기준은 2026년까지 200억원으로 상향되며, 이후 500억원까지 확대된다. 코스닥은 150억원에서 시작해 300억원까지 높아진다. 매출액 요건도 코스피는 300억원, 코스닥은 100억원 수준으로 상향된다.
감사의견에 대한 규정도 대폭 강화됐다. 종전에는 2년 연속으로 부적정 또는 거절 의견을 받아도 거래소 위원회 등을 통해 유예기간이 최대 3년까지 주어지곤 했지만, 개편 이후에는 2년 연속 의견 미달 시 곧바로 상장폐지 조치가 내려진다.
그간 코스닥에만 적용됐던 '실질심사 강제조항'도 코스피에 동일하게 도입된다. 회계 부정이나 사업성 부족이 판단되면, 회계감사에서 적정 의견을 받더라도 실질심사를 거쳐야 한다. 이때의 심사 기간도 단축돼 코스닥은 최대 1.5년, 코스피는 2년 이내에 결론이 내려진다.
주목할 점은 상장유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단순한 재무 숫자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자본잠식 해소나 매출 확대 같은 외형적 지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해당 기업이 실질적으로 존속 가능한 사업모델을 갖추고 있는지, 경영진이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을 위한 실행력을 보이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거래소가 판단하게 된다.
'내 회사'아닌 '여러분 회사'...상폐위험 요인 선제적 제거 필요
그렇다면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선 자본시장 관점에서 기업의 존재 이유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 황 변호사는 "정책 변화나 규제 완화를 기대하기보다는, 우리 기업의 가치를 어떻게 높일 수 있을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적 기업 경영의 관점과 자본시장 중심의 기업 경영은 다르다며 "전통적 관점에서는 '내 회사'였지만 자본시장 관점에서는 '여러분 회사'며, 함께 경영해나가는 대상이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전환에는 경영 철학의 변화도 요구된다. 기업이 자본시장과 소통하기 위해 갖춰야 할 요소로는 기업경영 마인드, 최대주주의 영향력, 지배구조, 의사결정 방식, 소유와 경영의 분리 여부, 경영진 간의 컨센서스 등이 언급됐다.
이에 더하여 필요한 전략은 선제적 리스크 점검이다. 그는 "실질심사 대상이 되거나 투자자 우려가 발생한 이후 대응하기엔 이미 늦었다. 거래소 요구에 대응만 해도 15일은 꼬박 걸린다. 거래소는 매우 방대한 자료를 요구하고, 개선계획서 작성 시간도 촉박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나중에 하면 개선계획이지만, 실질심사 전에 선제적으로 하면 기업 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위험 요인을 미리 점검하고 대응할 것을 조언했다.
또한 실질 심사 대상이 된 시점에서는 외부 감사인의 의견 확보, 투자자 신뢰 회복, 매각시 가격 협상 등 모든 상황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자본시장 관점에서 영업 지속성, 재무 건전성, 경영 투명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으며, 외부 전문가와의 조력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더불어 실행 기반의 액션플랜 수립이 행해져야 한다. 그는 "단지 계획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연간 사업계획과 연계된 실행 가능한 계획이 필요하며, 과제와 연동된 성과체계를 갖추고, 경우에 따라선 전담 조직을 만드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표를 마무리하며 그는 "이 모든 과정은 결국 기업을 더 좋게 만드는 길"이라며 "회사가 더 좋아지는 방법을 연구해보자는 마음으로 이 전략들을 적용해보라"고 덧붙였다. 앞서 설명한 전략적 방안들이 상장유지를 위한 형식적 대응을 넘어서, 전략 정비와 경영 투명성을 강화함으로써 한 단계 도약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제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