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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약품 복약지도는 약사법에서 의무이지만 일반약은

지난 여름, 기자는 치아 대공사를 시작했다. 양쪽 아래 어금니가 썩어 보철을 씌우는 시술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신경치료를 할 때마다 치통이 밀려왔고 끝나면 이가 얼얼했다. 의사는 그때마다 "진통제 3일치 약을 먹고 그 이후에는 타이레놀을 먹으라"고 말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습관적으로 매달 한두 번씩 타이레놀을 샀다. 하지만 약사는 처방전에 대한 복약 지도에 충실할 뿐 타이레놀에 대한 약 복용법이나 주의사항을 설명을 하지 않았다. 

타이레놀을 복용하면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 궁금해서 물으면 "하루 8정 안으로만 복용하면 된다"는 단순한 대답이 돌아왔다. 질문을 더 하고 싶었다. 애드빌도 진통 효과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타이레놀 대신 애드빌을 먹어도 되는지, 애드빌도 치통에 효과가 있는지, 애드빌도 타이레놀처럼 식사와 상관없이 복용해도 되는지, 약국을 들를 때마다 수많은 질문이 쏟아졌지만 결국 하지 못했다. 

연신 울려대는 포스기와 쏟아지는 환자들 때문에 타이레놀에 대한 그 이상의 설명을 기대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약사들은 처방전에 따른 복약지도도 가까스로 해내는 듯 했다. 타이레놀은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 없이 구매 가능한 일반의약품이다. "일반의약품 복약지도를 습관처럼 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라는 궁금증이 들었던 이유다. 

문제는 법이었다. 약사법상 전문의약품에 대한 복약지도는 의무사항이지만 일반의약품은 그렇지 않았다. 약사법 50조 2항은 "약국개설자는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때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복약지도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약사 입장에서는 복약지도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고 법에 명시된 탓에, 약사들이 일반의약품을 사는 환자들에게 추가 설명을 하거나 질문에 구체적인 대답을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펜데믹을 기점으로 타이레놀과 같은 일반의약품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품절 현상으로 감기 치료를 위한 일반의약품을 약국에서 찾는 것도 일상으로 자리잡았다. 병원에서도 처방의약품의 품절 이슈로 기자의 사례처럼 일반 의약품을 대안으로 고려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복약지도에 관한 약사법은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대한약사회를 중심으로 지역 약사들은 일반약 스스로 약국용 ‘복약안내문’을 제작하고 환자안전심포지엄을 통해 일반약 복약지도 오류 등을 알리고 있다. 법망의 미비로 인한 빈틈을 약사 사회 차원에서 해결해 보기 위한 자구책이다. 그러나 민간 차원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 

타이레놀을 사면 뒷표지에 경고 문구는 노란색 배경에 7줄로 강조돼있다. 그중 "이 약은 아세트아미노펜을 함유하고 있다. 아세트아미노펜으로 일일 최대 용량(4000mg)을 초과해서 복용할 경우 간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라는 내용이 있다. 다른 일반의약품도 주의사항이 상당하다.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그저 지나칠 수 있는 대목이다. 심지어 'mg'가 무엇인지, '용량'이 무엇인지, 어느 경우에 초과하는지 알 수 없는 일반 환자들도 많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가 단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는 사이, 약사가 반드시 설명해야 할 이런 내용은 점차 잊히고 있다. 일반의약품 복약지도가 점점 참을 수 없는 가벼운 존재로 인식되면서 환자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데도 말이다. 

결국, 지금 이 순간에도 일반의약품에 대해 궁금증이 있는 환자들은 정신없이 바쁘게 사는 약사들 앞에서 최소한의 복약지도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질문을 해야 할지, 대답은 해줄 지를 두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그저 약사들은 초콜렛이나 비타민을 파는 것처럼, 선반에 있는 타이레놀을 꺼내서 줄 뿐이다. 환자들은 반드시 해야 할 모든 질문을 참고 아무 말 없이 약국 밖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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