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구용 '쓴맛 수용체' 작용제, GLP-1, CCK 분비 유도해 포만감 형성
최근 업계에 따르면, 공식 출범 9개월 만에 나스닥에 입성한 멧세라(Metsera)에 이어 또 다른 비만 치료제 개발사가 내달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치열한 GLP-1 계열 약물 경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아드바크 테라퓨틱스(Aardvark Therapeutics)는 차별화된 기전을 앞세워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지난달 23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SEC)에 S-1 서류를 제출했다.
2017년 설립된 아드바크는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파이프라인을 고도화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2021년 5월 시리즈 B에서 기존 투자자인 BNH 인베스트먼트, 코리아 오메가 등 국내 투자사들이 참여해 2900만달러(약 421억5000만원)를 유치했으며, 지난해 5월 진행된 시리즈 C에서는 국내 투자사 LG 테크놀로지 벤처스가 주요 투자자로 합류하며 8500만달러(약 1234억5000만원)를 확보하며 이목을 끌었다.
특히, 시리즈 C는 예상보다 많은 투자 수요가 몰리며 초과 청약(over-subscribed)이 발생할 정도로 시장의 높은 기대감을 반영했다.

'쓴맛 수용체' 작용제, GLP-1Ra랑 차이점은
아드바크의 핵심 파이프라인인 'ARD-101'은 TAS2R 작용제(agonist)로, 저분자 화합물(small molecule)이다. TAS2R은 혀에서 쓴맛을 감지하는 감각 수용체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위를 포함한 여러 장기에서도 발현되며 식욕 조절과 대사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어 있다.
2020년대에 접어들면서, TAS2R과 대사 조절의 연관성이 보다 구체적으로 연구되고 있으며, 장내 TAS2R이 활성화될 경우 GLP-1과 CCK 같은 호르몬이 분비되어 식욕이 억제되고 포만감이 증가할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CCK는 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음식물이 소장에 도달하면 분비되어 신경 회로를 통해 포만감을 유도하고 식욕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위 배출 속도를 늦춰 포만감을 지속시키며, 소화 과정 전반을 조절하는 기능도 수행한다.
즉, TAS2R 작용제는 TAS2R 경로를 활성화하여 장내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식욕 조절 기전을 활성화하는 방식이다. 기존 GLP-1 기반 치료제가 외부에서 GLP-1을 직접 주입하는 방식이라면, TAS2R 작용제는 몸이 스스로 GLP-1, GLP-2, CCK 등을 분비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아드바크의 ARD-101은 이러한 기전을 기반으로 개발된 경구 제형의 약물이다.
아드바크는 2023년 6월, 일반 비만 환자, 프래더-윌리 증후군(PWS) 환자, 비만대사수술 후 체중이 증가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총 3건의 임상 2상 연구를 진행한 결과를 발표하며 ARD-101의 식욕 억제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일반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위약 대비 2.51배 높은 식욕 감소 효과가 관찰됐으며,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 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p=0.015). 또 회사는 PWS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12명 중 11명에서 식욕 항진(hyperphagia) 증상이 개선되었으며, 평균 7점 감소(HQ-CT 평가 기준)라는 결과가 도출되었다고 밝혔다. 이 중 4명의 환자는 거의 완전한 식욕 조절 효과를 경험했다.
또한, 비만대사수술 후 체중이 다시 증가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일관된 식욕 감소 효과가 확인됐으며, 단맛과 짠맛 음식에 대한 욕구가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아드바크는 추가 피험자 모집 및 고용량 투여 실험을 포함한 확장 임상 2상을 시작해 현재 진행 중에 있다.
국소적 작용해 'off-target' 부작용 줄여
ARD-101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주로 위장관에서 국소적으로 작용하는(substantially gut-restricted) 기전이다. 회사에 따르면, ARD-101은 신체의 자연적인 CCK 분비를 촉진하지만, 주로 장 근처의 미주신경 구심성 뉴런(vagal nerve afferents)을 표적으로 작용한다. 이를 통해 장-뇌 신호 전달(gut-brain signaling)을 활성화하여 식욕, 대사, 염증 조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선택적인 국소 분비 기전을 통해 기존 인공 CCK 유사체에서 나타날 수 있는 비표적(off-target) 타깃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회사는 해당 약물이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 1상에서 안전성과 내약성(tolerability)이 확인됐으며, 임상 2상에서도 전반적으로 유의미한 이상 반응(adverse events)이 보고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ARD-101은 특히 지난 2023년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PWS 치료제로 희귀 소아질환(Rare Pediatric Disease) 지정을 받았으며, 이를 통해 향후 FDA 승인 시 우선 심사 바우처(Priority Review Voucher, PRV)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을 확보했다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PWS는 15번 염색체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희귀 신경발달 장애다. 대표적인 특징은 극심한 식욕 증가(hyperphagia)와 비만, 성장 및 발달 지연이다.
PWS 환자는 뇌에서 포만감을 조절하는 기능이 손상되어 항상 배고픔을 느끼며, 이로 인해 지속적인 음식 탐색과 과식 행동(aggressive food-seeking behavior)이 나타난다.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심각한 비만 및 이차적인 대사 질환(당뇨, 심혈관 질환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PWS는 또한 근긴장 저하(hypotonia, 근육이 약하고 느슨한 상태), 성장호르몬 부족, 행동 및 인지 장애를 동반할 수 있으며, 현재까지 FDA의 승인 받은 치료제가 없는 질환이다.
아드바크는 이번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ARD-101의 후기 임상 및 신약 허가 절차를 지원할 예정이다. 회사는 해당 약물로 시상하부 비만(Hypothalamic Obesity)에 대해서도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ARD-101이 PWS 외에도 일반 비만, 시상하부 비만 등 다양한 적응증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어, IPO 이후 시장의 관심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GLP-1 계열이 지배하는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TAS2R 작용제가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업계의 기대가 모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