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은 사노피 코리아 대표가 전하는 제품 주기 별 마케팅 전략
제약회사 CEO 5명이 자사 스타 신약 성공 비결과 노하우를 60분 간 프리젠테이션했다. 드문 일이다. 히트뉴스가 오피니언 리더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한다.
◇ 글 싣는 순서
① 케이캡 처방 2000억 신화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② 코로나 엔데믹 이끈 백신ㆍ치료제 개발 원동력은 'AI'
③ 플라빅스와 듀피젠트로 본 특허만료 후와 신규 시장 진입 전략
④ 카나브 패밀리 신화 비결? '데이터'와 '제품력'이 해냈다
⑤ 후발주자로 출발해 3년 만에 NOAC 1위 쟁취한 릭시아나

'특허만료약'과 '혁신신약',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사노피코리아의 대표 품목인 항혈전제 플라빅스(성분 클로피도그렐)와 아토피 피부염 혁신치료제 듀피젠트(성분 두필루맙)의 공통점은 출시부터 현재까지 지속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두 약제의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 플라빅스는 출시 30년을 앞둔 '특허만료 의약품'이며, 듀피젠트는 2020년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분야에 혜성처럼 등장한 '혁신신약(First-in-Class)'이다.
배경은 사노피 대표는 성격이 다른 두 약제를 국내 시장에서 블록버스터로 키우기까지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시도했다. 그는 "특허 만료 제품은 어떻게 약제의 라이프 사이클(Life cycle)을 관리하고, 가치(value)를 창출하는 지에 관점을 둬야 하고, 혁신신약은 이제껏 개발되지 않은 영역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시장의 개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들 도전과제를 차근히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플라빅스, 특허만료 후에도 지속 성장 유지…비결은 '포지셔닝'

배경은 대표는 "보통 특허가 만료되면, 가격은 절반 수준으로 깎이고 제네릭 제품도 엄청나게 많이 등장한다. 그렇게 되면 계속되는 레드오션 속에서 약제의 밸류는 점차 작아진다"며 "그럼에도 플라빅스는 여전히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핵심은 '포지셔닝'이었다. 사노피는 특허만료 약제인데도 지속적으로 연구 개발을 진행해 근거를 창출하고, 적응증 및 보험급여 영역을 확대해 나갔다. 그 결과 학계에서 '동행', '변하지 않는 가치', '흔들림 없는 믿음' 등의 수식어로 통용되기도 한다.
배 대표는 "항혈전제는 심혈관 질환에 핵심 표준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1970년대 스탠트를 활용한 PCI 시술이 활용되기 시작했고, 좋은 항혈전제의 필요성이 대두됐다"며 "두가지를 병용할 때 심근경색 위험은 30%에서 13%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는 통계도 발표된 바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항혈전제로 사용되던 골든 스탠다드 약물은 아스피린이었다. 그러다 플라빅스가 출시됐고, 이후 더 강한 항혈전제들이 등장했다"며 "신약과 제네릭들이 지속 등장하는 경쟁 체제에서 사노피는 단순히 물질 분자 단위의 경쟁이 아닌 항혈전제 시장을 좀 더 넓게 바라보려 했다. 아스피린과 활용성 그리고 새로운 약제들과 차별화된 포지션을 구축해 나가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사노피는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단일 장기 질환으로 국내 1위인 점을 포착해 새 적응증 영역을 확보해 나가기 시작했다.
플라빅스는 심혈관 질환을 통해 유발되는 뇌졸중, 당뇨 질환 등 말초 동맥 질환에도 적응증을 획득했고, 와파린을 사용할 수 없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추진했다. 지속적인 임상 연구 개발을 통해 가능했다.
아울러 골든 스탠다드로 불려왔던 아스피린과 복합제 '플라빅스 에이'를 출시하고, 기존 미약했던 의원급 영업 비중을 늘려 시장 점유율 확대를 시도했다.
배 대표는 "급성기 환자의 경우 스탠트를 시술하고 나서 항혈전제를 강하게 써야할 필요가 있다. 이 부분을 겨냥해 사노피는 2016년에 플라빅스와 아스피린 복합제 '플라빅스 에이'를 개발 출시했다"며 "또한, 기존 10%에 불과하던 플라빅스의 의원 영업 비중을 국내 기업과 코프로모션을 통해 25%까지 늘렸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플라빅스는 특허 만료된 현재까지도 지속 성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2021년부터 1000억원 대의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본사 마음 떠난 특허만료약, 지원 적지만 성장 해야 하는 딜레마

통상 특허만료약은 매출이 급감해 본사의 전폭적 지원을 받던 시기보다 성장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성장 압박이 없는 건 아니다. 배 대표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배 대표는 "많은 기업들이 이런 상황에선 비용을 줄여 마이너스 성장을 줄여보려고 할 것이다. 우리는 반대로 포지셔닝과 운영 효율성을 동시에 신경썼다"고 말했다.
플라빅스를 '출혈'과 '허혈성 사건' 사이에서 절묘한 밸런스를 맞춘 약제로 포지셔닝하고, 경쟁 제품과 복합제 개발 등으로 고객 만족을 높였다.
그는 "효과와 안전성이라는 절묘한 균형을 맞추면서 시장에서 성공해 나갔고, 굉장한 차별화가 일어났다. 2차 예방제로써 작년 기준 아스피린 매출 63%가 클로피도그렐 시장으로 넘어가는 걸 볼 수 있었고, 시장 규모도 2배 가까이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나온 다양한 임상 데이터들이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 치료 가이드라인에 영향을 미치면서 본사도 한국을 중요 시장으로 인식하도록 했다.
회사는 효율적인 운영모델을 위해 2년 전부터 기존 영업조직 체계를 뒤엎는 '고객 중심의 애자일 영업모델'을 도입했다.
배경은 대표는 "제약기업 영업부에는 오랜 경력을 보유한 직원들이 다수 존재한다. 사노피만 해도 20년 이상 근속자들이 있는데, 시장, 고객, 제품에 대한 이해가 고루 뛰어나다"며 "이분들에게는 중간 매니저의 존재가 오히려 고객과 사이를 방해하는 배리어(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들이 주도적으로 고객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사노피는 대표부터 영업사원까지 중간다리를 5개에서 3개로 줄였다. 타이틀도 영업사원이 아닌 고객 성공 매니저(Customer success manager)로 바꾸고, 필드 및 예산 관리 능력을 부여했다.
더불어 스쿼드(Squad) 조직을 만들어 중간매니저 없이 의학부, 필드 마케터, 브랜드 마케팅, 옴니 마케팅, 영업 본부장, 영업사원 각각이 고객을 중심으로 긴밀하게 처리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게 했다.
배 대표는 "중간 매니저가 없는 만큼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AI 기반 데이터 및 KPI 시스템을 지원했다. 'Turing'이라는 생성형 AI를 도입했고, 이 시스템들이 MR들의 일상 업무에 스마트한 비서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이를 활용하면 고객들에게 방문할 시기가 됐고, 어떤 메일을 보내야 하는 지 등을 권고 받을 수 있다. 업계에서 도입해보지 않은 모델이었다"고 소개했다.
이게 될까? 의심을 품으면서도 '될것이라는 가설' 속에서 시행해 본 시도는 대박으로 연결됐다.
그는 "도입 1년 후 시장 점유율이 증가하고, 매출 및 직원의 업무 효율이 10% 이상 증가했다. 깜짝 놀랄만한 결과였다"며 "고객 만족도 또한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과 효율성, 둘 다 잡는 미래 지향적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듀피젠트, 질환 인식 부재했던 '아토피 피부염' 생태계 구축

배경은 대표는 듀피젠트 도입 전까지 아토피 피부염은 가벼운 피부병이며, 단순히 얼굴이 빨개지는 불편한 질환이라는 인식이 강했다고 소개했다. 듀피젠트를 앞에두고 배 대표는 대인 기피, 수면 부족, 우울증 등 심각한 삶의 질 저하를 야기하는 아토피 피부염의 인식부터 만들어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배 대표는 "듀피젠트는 질환 내 최초의 생물학적 제제였고, 그 전까지 사용된 스테로이드와 비교가 되지 않는 효과를 보였다"며 "질환에 대한 이해가 돼야, 가치가 평가가 되고 관련 환자나 정부 관계자나 의사나 모두와 협업해서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액세스 솔루션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것이 듀피젠트의 가장 핵심이 되는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2018년 20년 만에 나온 아토피 피부염 표적 치료제로 출시 당시, 다양한 도전들이 존재했다. △중증 아토피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 △기존 치료제 대비 고가의 비용 △중증 환자를 어떻게 분류하고 관리해야 할지에 대한 콘센서스(Consensus) 부재 △환우 목소리의 부재 등이 바로 그것이다.
사노피는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고, 이해 관계자, 의료진 그리고 정부와 협업으로 아토피 치료제로써 비급여 출시, 2020년 보험급여로 연결지었다.
그는 "다국적 기업의 경우 보통 국내에서는 비급여 출시 시도를 잘 하지 않는다. 보통은 획기적인 항암제나 희귀질환 치료제는 시도해볼만 한데, 그 외에 분야에서 최초로 비급여 출시를 시도한게 듀피젠트"라고 소개했다.
더불어 듀피젠트는 기존 항암제, 희귀질환만 인정해주던 위험분담제(RSA)를 통해 보험급여가 적용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그리고 생물학적제제 중 최초로 산정 특례에 적용돼 환자 부담을 5% 수준까지 낮췄다.
배 대표는 "이런 것들이 가능했던 것은 아토피 피부염이 중증 질환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전통적인 마케팅 영업보다 퍼블릭 어페얼즈(Public affairs) 측면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듀피젠트와 급여와 관련 3000건 이상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의 신문고가 있었고, 국회에서 다양한 토론회를 통해서 질환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관련 학회들과도 중증도 기준 치료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등 다양한 움직임을 보였다.
또 질환에 대한 교육들이 중요하기 때문에 환자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서포트를 2000명 이상 환자들에게 진행하고 있고, 질환 인지도를 위한 홍보 캠페인도 지속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 대표는 "이런 노력으로 중증 아토피 피부염 분야에서 후속 경쟁 제품의 출시에도 듀피젠트는 80% 이상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고, 시장 규모가 5년간 11배 성장하는 데 기인했다"며 "사노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면역질환 분야 리딩 기업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앞으로도 멈추지 않고, COPD 등 듀피젠트의 적응증을 확대해 성장을 더욱 지속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