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릴리가 포기했던 '자노멜린', 카루나 '트로스피움' 추가로 리부트
BMS, "AD 관련 정신증 후기 임상데이터 올해 말 공개"

조현병 치료제로 70년만에 신화적인 성공을 거둔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ristol Myers Squibb, BMS)의 '코벤피(COBENFY)'가 알츠하이머병(AD)과 같은 더 큰 시장으로 확장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BMS 경영진은 코벤피가 AD 치료의 다양한 적응증에서 수십억달러 규모의 시장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코벤피는 BMS가 2023년 카루나 테라퓨틱스(Karuna Therapeutics)를 140억달러에 인수하며 확보한 약물이다. 자노멜린(xanomeline)과 트로스피움(trospium)이라는 두 가지 주요 성분으로 구성된 코벤피는 알츠하이머병 관련 정신증(psychosis), 초조(agitation), 인지(cognition) 개선 등 여러 질환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BMS는 코벤피를 통해 AD 환자와 가족들에게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부작용은 막고 효능은 높인다, 코벤피의 비결
코벤피의 핵심 성분 중 하나인 '자노멜린'은 AD 치료 가능성을 오래전부터 보여준 물질이다. 자노멜린은 무스카린 아세틸콜린 수용체(muscarinic acetylcholine receptor)를 활성화하는 약물로, 신경 세포 간 신호 전달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무스카린 수용체는 아세틸콜린(acetylcholine)이라는 신경전달물질과 함께 작동하며, 기억력과 학습 능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AD 환자의 뇌에서는 아세틸콜린의 결핍이 주요 문제로 나타난다. 아세틸콜린은 신경 세포가 다른 신경 세포와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신호 역할을 한다. 하지만 AD 환자의 경우, 아세틸콜린 수준이 감소하면서 무스카린 수용체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이로 인해 신경 신호 전달이 약해지고 기억력과 인지 기능이 저하된다.
자노멜린은 무스카린 수용체 중에서도 'M1'과 'M4'라는 두 가지 하위 유형을 활성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M1 수용체는 기억력과 학습 능력을 강화하며, M4 수용체는 과도한 신경 신호를 억제하고 뇌의 신호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자노멜린은 아세틸콜린의 역할을 대신하여 M1과 M4 수용체를 활성화함으로써 신경 신호 전달을 복원하고, 기억력과 인지 기능을 개선할 가능성이 있다.
일라이릴리(Eli Lilly)는 1990년대 자노멜린을 알츠하이머병(AD) 치료제로 개발하려 했지만, 결국 개발 중단을 선언했었다. 당시 자노멜린은 뇌뿐만 아니라 몸 전체에 작용함으로써 메스꺼움과 설사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원 개발사 카루나는 자노멜린에 하나의 성분을 추가해 조현병 치료제로 개발했고, 가능성을 본 BMS가 코벤피를 탄생시켰다.
코벤피의 또 다른 성분은 '트로스피움'이다. 트로스피움은 무스카린 수용체 길항제로, 자노멜린이 뇌 외의 신체 부위에서 불필요하게 작용하지 못하도록 막는 '통제관' 같은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해, 자노멜린이 뇌에서만 제대로 작동하도록 돕는 것이다. 트로스피움은 '뇌혈관장벽(blood-brain barrier)'을 거의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노멜린의 작용을 뇌에만 집중시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자노멜린은 뇌 속에서 무스카린 수용체를 활성화해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증상인 기억력 저하와 인지 기능 손상을 개선하고, 트로스피움은 자노멜린이 몸의 다른 부위에서 불필요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돕는다. 이 두 약물이 함께 작용하면서 뇌에서는 자노멜린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몸에서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상호 보완적인 접근이 가능하다.

시장 전문가들은 코벤피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JP모건의 애널리스트 크리스 쇼트(Chris Schott)는 코벤피가 신경정신과적 증상 관리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낙관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이 약물이 AD와 관련된 여러 적응증에서 연간 5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BMS는 코벤피를 AD 관련 정신증 치료제로 개발 중이며, 해당 적응증의 후기 임상시험 데이터를 올해 말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D 관련 정신증은 환자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증상으로, 약 600만 명의 미국인 AD 환자 중 절반 이상이 이 증상을 경험한다.
현재 바이오젠(Biogen)과 에자이(Eisai)의 '레켐비(Leqembi)', 그리고 일라이릴리(Eli Lilly)의 '키순라(Kisunla)'와 같은 항-아밀로이드-베타(Aβ) 항체들이 AD 치료제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BMS는 AD 진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정신증(psychosis)과 초조(agitation)를 완화함으로써 기존 항-Aβ 치료제로 해결할 수 없는 인지 기능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BMS는 올해 중으로 AD 초조증 및 인지 저하, 조울증에 대한 3 건의 추가 임상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며, 내년에는 자폐증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