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
유승래 동덕여자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유승래 동덕여대 약학대학 교수
유승래 동덕여대 약학대학 교수

중국의 제약바이오 산업은 2015년경부터 중앙정부 차원에서 규제 개혁과 정책 지원 등 큰 변화가 시작되었다. 자국 기업의 신약 개발 및 선진국 시장 진출을 지원하며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해외 기업의 중국 현지임상과 투자 확대 등 시장 진입 유인을 제공하는 방향이었다. 보험약제권에서도 이와 발맞춰 2016년 약가제도 종합계획 발표, 2017년에는 8년여만에 국가급여의약품목록(NRDL)을 대폭 개정하며 다국적 제약사 블록버스터 제품이 상당수 편입되어 주목을 받았다. 또한 당시 중국 정부가 약가제도를 전반적으로 정비하며 NRDL 연간 업데이트 방침을 밝힌 가운데, 국내에서는 중국이 항암신약 등재협상 과정에 외국약가 참조국가로 한국을 신규 지정하였다는 점이 대표적 이슈로 부각된 바 있었다.

중국 제약시장은 2010년대 초반부터 미국에 이은 세계 2위로 도약했는데 인구 규모 및 빠른 경제 성장과 맞물려 영향력이 증폭되어 왔다. IQVIA 자료에 따르면, 2024년~2028년까지 중국 제약시장은 연평균(CAGR) 3.7% 성장세가 전망되었는데, 이는 주요 지역(region) 단위에서 가장 성장세가 높은 아시아-태평양(3.4%) 국가들 통틀어서 최상위 수준이며, 다수 제약강국이 위치한 서유럽(1.1%), 북미(1.3%) 및 인접 일본(0.6%)과 비교하여도 매우 높은 수칫값이다. 보험약가 제도는 어느 국가에서나 규제와 지원 간 균형점을 찾기 힘들고 당사자들 간 합의에 어려움이 존재하는 영역인데, 중국도 NRDL 개정을 비롯한 큰 폭의 제도변화를 거쳐 여전히 개선 과정에 있지만, 자국 신약 개발과 해외 신약 도입 및 약품비 재정의 효율적 지출에 소기의 성과를 거둬오고 있음을 지표로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의 보건의료제도는 법적으로 강제되는 사회보험 방식이며, 중앙정부의 정책 수립 – 지방정부(각 성, 자치구, 특별시)에서 재정(기금) 설치 및 행정을 집행하고 있다. 의약품 급여 관련하여, 2017년 이전에는 약가제도에 대한 근거자료를 파악하기가 어려웠고 각 지방정부 별로 상이하며 복잡하다는(예측 불가하다는) 인식이 짙었다. 하지만 2017년 NRDL 개정 및 지속적 현행화 방침을 계기로 제도의 내용 뿐 아니라 연간 신약 급여수와 인하율, 약품비 관리 실적 등에 대하여 정부가 주기적으로 정보를 공개하고 있어, 정책에 대한 이해도와 투명성이 향상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례로 작년말(2023.12.13.) 중국 국가보건의료보장국(NHSA)에서 2023년 NRDL 개정에 대한 기자 회견을 열었고 구체적 협상 결과와 그 간 실적(연간 협상현황, 협상인하율 등) 및 향후 계획을 발표하였다. 당시 발표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중국은 6차례 NRDL 협상을 완료하였고, 구체적으로는 당해연도 5월~6월경 NHSA 주도의 법률 정비, 개정 및 산하기관을 통한 실무 준비 → 7월~8월경 제약사 NRDL 적용 신청 → 8월~9월경 평가, 검토 및 협상약제 선별 → 9월~11월경 NRDL 등재를 위한 협상 실시 →  12월 NHSA 발표 및 NRDL 공개 순으로 각 절차가 진행되었다.

2023년에는 NRDL 개정 관련하여 협상에 참여한 143개 약물 중 최종 121개가 합의되어 역대 최고 합의율(84.6%)로 알려졌는데, 이는 2019년 합의율이 약 60%대였던 것으로부터 연간 계속 상승세인 값이다. 특히 2023년 NRDL에는 15개의 희귀의약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2022년 대비 약 2배 증가한 것이고 지난 4년간 통틀어 가장 많은 희귀의약품이 등재된 결과였다. 다소 민감할 수 있는 협상결과에 대해서도 NHSA가 전반적 현황은 공시하고 있는데, 121개 약물의 평균 가격 인하율은 약 61.7%로 2022년의 약 60.1% 보다 커진 값이었다. 자국·해외 기업으로부터 각각 신약 개발·도입을 늘리면서도, 강력한 구매력을 바탕으로 재정 분담을 함께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하여 CAR-T 요법, 항체 약물 접합체(ADC), PD-(L)1 등 최첨단 고비용 신약들이 NRDL에 포함되지 못한 사례가 있고 규정상 어려움이 예상되어, 향후 정부와 기업들 간 타협점을 찾아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또한 경상의료비 내 공공재정 지출비중 경우, 가장 최근(OECD health 2024) 발표에서 우리나라(62.7%)가 여전히 OECD 평균(75.8%) 이하로 개별 국가 중에서도 최하위에 속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는데, 중국의 경우도 (OECD 자료로 동등 비교는 불가하지만) World Bank 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약 56.0% 수준(같은 자료원에서 우리나라 57.9%, 일본 84.0%)으로 집계되어, 신약을 포함한 의료재정의 큰 틀에서 공공재정의 지출비중 및 기여도가 더욱 강화되어야 할 필요성이 확인된다. 

중국이 과거 단순제조·생산 분야에서 'Made in China' 브랜드로 저평가 받던 것으로부터 지금은 첨단기술·고부가가치 분야에서 ‘Created in China’ 브랜드로 전환에 성공하였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인데, 제약 부문 역시 2023년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총국(NMPA)에서 허가한 1급 신약(중국 또는 해외 시판 이력이 없는 신약)이 40건에 이르며, 최근 3년간 중국 생산 의약품 중 11개가 미국 시장 승인을 받는 등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보험약제권에서의 NRDL 평가 및 협상 절차는 일견 규제로 작용할 수 있는 면이 있는데, 큰 폭의 인하율이 적용됨에도 NRDL 신규 등재(협상 합의) 건수가 2017년 30여개로부터 2020년 이후로는 연간 100~120여개를 상회한다는 점은 시장성 확보에 대한 유인이 규제 여건을 상회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또한 보험약제 부문은 산업적·경제적 측면보다 공적 재정의 엄격한 관리가 더욱 강조되지만, 자국민 건강권 향상과 국익 창출 측면에서 NHSA로서도 자국기업이 개발한 첨단 치료제가 NDRL에 포함될 수 있어야 FDA·EMA 등 선진국 진출로 보다 원활히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미포함된 고비용 혁신 신약들에 대한 NDRL 등재 제도의 개선도 점차 이루어질 것을 예상해볼 수 있다.

비록 중국의 제도 변화 경과가 2017년으로부터 현재까지 비교적 짧은 기간이나, 한정된 의료재정 내에서 자국민 보건증진과 산업육성을 함께 달성하기 위한 노력인 점과, 중앙 정부 주도의 정책 하에서 당사자들 간 투명한 정보공개, 협력 및 합의 과정이 강조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제도 발달 과정과의 공통 분모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현재는 중국도 우리나라처럼 신약의 임상적·비용적 가치 및 재정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급여평가 및 가격협상을 진행하는데, 이에 더하여 12개 국가에 대한 국제참조가격(IRP) 방식을 명문화하며 우리나라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던 바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아시아/오세아니아 국가로 일본·한국·대만·호주 4개국, 유럽 국가로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터키 6개국, 북미 국가로 미국·캐나다 2개국을 참조한다는 것인데, 우리나라가 참조하는 A8, OECD의 주요국가 뿐만 아니라 한국 약가도 중국 NDRL 협상 과정에 직접적 참조가 공식화된 상황이다. 인구 규모가 크고 제약시장 성장세가 가파른 아시아 지역 내에서도 한중일, 대만, 싱가폴 등 상호 간에 참조제도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우리나라를 포함한 특정 국가의 제도 변화가 인접국에 주는 영향력과 글로벌 제약기업들이 권역·국가별 진출시점·방법 등 전략적 선택을 하는 상황은 더욱 증가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 간 우리나라에서 선진화된 약가제도를 주로 참조해온 A8 국가 이외에도, 같은 아시아 권역 내 중국처럼 정책 방향을 재설정하며 제약시장 영향력이 급변하고 있는 국가들의 사례는 그 자체로 국내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므로, 지속적으로 최신 동향을 파악하며 시사점을 확인하여야 할 필요성이 더욱 클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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