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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척간두 바이오텍, 생존 위한 '마이너스' 의연해야 하는 이유

국내 상장 바이오텍들이 적자의 늪에 벗어나기 위해 지난 몇 년간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 부대사업에 진출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는 지속가능한 신약 개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적자 상장'을 유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바이오텍의 상장 유지 조건은 통상 10년 이상 걸리는 신약 개발의 특성이 아닌, 이른 시일 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제조업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기술특례상장 제도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바이오 기업들은 5년 매출 유예 기간 이후 연매출 30억원을 달성하지 못하게 되면 관리종목에 지정된다.

국내에서 상장 이후 단기간에 글로벌 기업과 굵직한 기술수출(L/O) 계약을 체결해 매출을 일으키는 바이오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신약 연구개발(R&D)로 매출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생존하기 위해 신약 개발이라는 바이오텍 본연의 역할을 망각한 채 샛길로 빠지는 우를 범하게 된다.

올해 상반기 일부 상장 바이오텍의 베이커리 업체 인수 및 부동산 투자 이슈가 업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매출 유예 기간 이후 30억 이상을 벌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들의 입장을 고려한다면, 이들 기업의 상황을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신약 개발에 매진할 수 없는 상황이 서글프기도 하다.

업계는 이러한 상황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정답은 없지만, 주식시장에 상장된 바이오 기업들의 적자 상장을 받아들이는 게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석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바이오 스타트업 생태계, 어디까지 왔고 어디로 가야 하나?' 자료를 통해 "초기 투자자들이 엑시트(Exit, 투자금 회수)를 진행할 수 있도록 적자 상태에서 기업공개(IPO)를 하거나 인수합병(M&A)이 필요하고, IPO 이후 10년 이상 적자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난 6월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재단)이 주최한 제3회 KIMCo TALK에서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바이오 기업 1000개 중 약 900곳 이상이 적자 상장이었다. 이는 바이오 분야에서 보편적인 현상"이라며 "바이오텍의 90% 이상은 적자 상장이었으며, 매출 중간값은 140만달러(약 19억원)였다"고 강조했다.

생명을 살리는 신약 개발은 오랜 끈기와 인내가 필요한 영역이다. 혹자는 최소한 상장 유지 조건으로 장기간 적자를 받아들인다고 해서 신약 개발 가능성이 높아질 지 알 수 없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설령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뚝심' 있는 신약 개발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부 및 업계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 적자 상장을 받아들이는 제도 마련에 앞장서야 한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과 경쟁하려면 신약 개발에 올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룰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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