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F V600E 변이 흑색종 수술 후 보조요법 표준치료제
ASCO서 'COMBI-AD' 연구결과서 "위약 대비 사망 위험 25% 줄어"

BRAF V600E 변이 흑색종 표적치료제 '라핀나(성분 다브라페닙메실산염)'와 미토겐 활성화 단백질 키나아제(MEK) 억제제 '매큐셀(성분 트라메티닙디메틸설폭시드)' 병용요법의 10년 장기 추적 결과가 공개되며 표준치료법의 입지를 더욱 다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근 이와 관련한 'COMBI-AD' 연구 최종 결과는 지난 5월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된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 2024)에서 소개됐다. COMBI-AD 연구는 지난 6월 19일 글로벌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게재되기도 했다.
흑색종의 근본적인 치료 방법은 수술을 통한 완전 절제지만, 질환 진행 정도에 따라 생존율은 급격히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0~2기 원발성 흑색종 환자의 5년 생존율은 98.4%인 반면, 3기 환자의 경우 63.6%로 급감한다. 이에 수술 후 보조요법(Adjuvant)을 통한 추가적인 관리가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흑색종 환자의 약 절반에서 BRAF 변이가 발견되는데, 이 중 90% 이상이 V600E 변이로 확인된다. 현재 국내에 허가된 3기 BRAF V600E 변이 흑색종 환자의 수술 후 보조요법은 표적치료제인 '라핀나+매큐셀' 병용요법과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성분 펨브롤리주맙), 옵디보(성분 니볼루맙) 단독요법 뿐이다.
이 중 2015년에 허가된 라핀나+매큐셀 요법은 2019년 이후 해당 적응증을 확대한 면역항암제들보다 3기 BRAF V600E 변이 흑색종 환자들에게 먼저 사용되면서 장기 생존효과 및 안전성 프로파일을 확보해 나가기 시작했다.
라핀나+매큐셀 병용군은 12개월 동안(최종 투여일 2015년 12월) 투약됐으며, 재발이나 허용할 수 없는 독성 반응, 참여 철회 또는 사망이 발생한 시점까지 투여됐다. 2023년 7월 31일 기준, 추적 기간 중앙값은 라핀나+매큐셀 병용요법군이 8.33년, 위약군이 6.87년이었다.

전체 환자군 모두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에 도달하지 못했으나, 연구진은 라핀나+매큐셀 병용군이 치료 후 재발 및 전신적인 항암치료를 받은 환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하위 그룹에서 위약 대비 전체 생존기간(OS) 혜택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 중 BRAF V600E 변이를 가진 라핀나 매큐셀 병용군의 사망 위험은 위약군 대비 25% 더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HR 0.75, 95% CI : 0.58-0.96).

일차유효성평가변수인 무재발 생존기간(RFS) 측면에서도, 라핀나+매큐셀 병용군은 10년 추적 조사에서 RFS 중앙값이 93.1개월로 위약군 16.6개월(95% CI : 12.7-22.1)에 비해 개선을 보였다. 10년 RFS 추정치는 병용군에서 48%, 위약군에서 32%였으며, 이는 질병 재발 및 사망 위험을 48% 감소시킨 결과다(HR, 0.52; 95% CI, 0.43-0.63).

아울러 추적 기간동안 원격전이를 동반한 재발은 병용군의 28%, 위약군의 37%에서 발생했고, 10년 DMFS(원격전이 없이 생존) 추정치는 각각 63%와 48%였다(HR 0.56, 95% CI: 0.44~0.71). 라핀나+매큐셀 병용요법은 기존에 공개된 것 외에 새로운 안전성 프로파일이 관찰되지 않았다.
다만 의학계는 이번 연구가 면역항암제와 라핀나+매큐셀 병용요법을 직접 비교한(Head-to-Head) 연구가 아닌 만큼 유효성의 차이를 논할 수는 없지만, 3기 흑색종 수술 후 보조요법을 받은 환자의 10년 장기 생존 혜택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입장이다.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강진형 교수는 "수술을 받은 3기 흑색종 환자의 보조요법에서 면역항암제 등 다른 치료 옵션의 장기 생존 혜택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라핀나+매큐셀 병용요법이 이들을 대상으로 10년에 가까운 장기 생존 및 안전성 프로파일을 보였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최근 국내 흑색종 환자 수가 꾸준히 증가해 효과적인 치료 옵션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흑색종 환자라면 장기 생존의 단초가 될 수 있는 BRAF V600E 변이 여부를 확인하고 이에 따라 수술 후 보조치료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고 당부했다.
한편, 라핀나+매큐셀 병용요법은 3기 흑색종의 보조요법뿐만 아니라,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전이성인 BRAF V600E 또는 V600K 변이 흑색종 환자의 1차 이상 치료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 적응증에 대해 2017년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더불어 작년 11월에는 BRAF V600E 변이 암종불문 고형암 환자로 적응증을 더욱 확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