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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다움은 의약품 전문가로 역할할 때 나온다

병원 진료 후 처방전을 약국에 가져가면 몇 분도 채 지나지 않아 약이 나온다. 당연히 기계를 통해 이뤄지는 줄 알았던 조제 업무는 의외로 수작업이 많다.

'PTP(Press Through Pack) 포장 의약품으로 인한 약국에서 불편함'을 취재하기 위해 문전약국을 방문했을 때, PTP 포장에서 한 알씩 약을 꺼내 병에 담고 있는 약사를 볼 수 있었다. 약사는 "자동정제기(ATC) 포장을 위해 기계를 사용해야 하는데, PTP 포장이 된 채로는 기계에 넣을 수 없다. 일일이 포장을 다 빼고 나서야 기계 처리가 가능하다"며 "일이 늘어나니 인력 낭비는 물론이고, 큰 비용이 들어가는 포장재가 재활용되지 않고 버려지는 경제적 손실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해당 약사에 따르면, 바쁜 와중에도 굳이 PTP 포장 약을 ATC 포장에 옮겨 담는 이유는 '환자의 편의성'을 위한 것이다. 약사는 "환자들은 시간별로 복용해야 할 약이 한 번에 들어있는 ATC 포장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함께 먹어야 할 약이 한데 모여 있어 약을 까먹지 않고 모두 복용할 수 있기 때문에 ATC 포장을 원하는 환자가 많은 것이다.

PTP 포장으로 인한 조제 업무의 불편함이 제기된 것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2016년과 2020년에도 약사 사회에서 불편함이 언급된 바 있다. 약사들은 제약사 측에 포장을 변경하길 요구해 왔다.

반면 제약사들이 PTP 포장을 고집하는데도 이유가 있다. 바로 환자들에게 전달되는 약의 '안정성 확보를 통해 안전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PTP 포장은 습기와 산패 등에 취약한 약을 포장하는데 사용되며, 개별 포장으로 유입되는 공기를 막아 습기로 인한 변질을 막는다는 장점이 있어 제약사들이 선택한 포장 방법이다. 

의약품 품목허가를 받기 위한 '기준 및 시험법·허가 사항 등에 따라 안전하게 약을 유지하고, 사용할 수 있으면서 약의 효과를 최대로 나타낼 수 있는 방식으로 약 포장방법이 정해지기 때문에 PTP 포장을 병 포장이나 다른 포장 방식으로 변경하는 것은 실험적 입증이 필요하다. 병 포장으로 기시법을 충족할 수 있었다면, 제약사들은 애초 병포장을 선택했을 것이다. 

과학과 편리함이 충돌하는 약국 현장에서 약사의 선택은 어때야 할까? 약사들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환자들의 집요한 요구를 외면만 할 수 없는 현실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안다. 그렇다해도 PTP 안전 포장에서 약을 꺼낼 것이 아니라 환자들에게 왜 PTP 포장으로 조제할 수 밖에 없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더 약사다움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복약지도다. 

모든 의약품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환자들이 안전하게 복용해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총체적 관리를 하는 전문가는 약사 뿐이다. 그런만큼 포장 방식을 바꾸지 못하는 이유를 환자에게 설명하고, 상급약사회는 PTP 포장을 뜯어 조제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는 것을 포스터라도 제작해 약국에 게시함으로써 환자들로부터 괴롭힘아닌 괴롭힘을 당하는 약사들의 수고를 덜어줘야 한다. 과학과 편리함 앞에서 의약품 전문가라고 하는 약사사들의 선택은 과학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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