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의대정원 사태 속 제약업계 밀어내기 등 볼멘소리
의정갈등 극한 '5월' 이후 처방량 감소 등에 타격 우려

"제약사는 주사제 같은 의료기관 사용 약이 아니면 크게 타격 볼 게 없었어요. 근데 (유통)업체들은 진짜 궤멸 상태예요. 대형 업체들 사이에서도 '문전약국마저 6월 매출이 안나왔다'면서 우려하는 수준이예요(중략)."
의정갈등이 지속된 올해 2분기 국내 제약업계가 예상보다 매출 부문에서 큰 타격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정작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유통업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어음 회전 등으로 이미 자금줄이 막힌 가운데 일부 제약사의 밀어내기 이슈까지 이어지면서 1분기보다 더욱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까닭에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유통업계 내부에서 최근 2분기 매출 추이를 두고 업체들 간 '이번 세 달(4~6월)의 타격이 클 것'이라는 논의가 나오면서 대책 마련을 위한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유통업체들 사이에서는 의대정원 확대를 둘러싼 갈등이 길어지면서 대금결제 장기화로 인한 자금 경색을 우려했다. 특히 '약사법'이 규정한 의약품 대금결제 6개월 기준 이상을 적용하면서 신용도 하락 우려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약사법은 연간 30억원 이상 의약품을 구매하는 의료기관과 약국이 의약품 대금 결제일을 6개월 이상 미룰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만약 6개월을 초과하면 연체 금리 등에 따라 최대 20%의 대금을 추가로 받을 수 규정했지만, 의료기관 재입찰을 위해 특별한 조치를 취할 수가 없는 것이 업계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의료기관은 6개월을 넘어 9개월까지 어음 결제 기간을 연장하면서 자금결제와 '외상값'을 치를 어음발행 가능 한도가 줄어들고 있기도 하다.
우려는 현실이 돼 5월 이후 특히 6월에는 업체들 사이에서도 매출 감소에 따른 부담감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한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6월 들어서 문전약국 쪽에서도 '조제 감소로 인한 타격이 제법 크다'는 이야기를 직접 듣고 있다"며 "6월부터 시작된 본격적인 문제는 최소 7월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8월 이후에도 이런 상황이면 작은 업체들, 의료기관 입찰 비중이 높은 곳은 매출 한파를 예상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실제 5월 의정갈등이 극도에 달하던 때 어느 정도의 물량이 해결됐지만 그 이후 추가적인 의약품의 사용이 없다는 지적에서 시작된다. 만성질환 등의 경우 5월부터 길게는 3개월, 6개월에 달하는 제품의 조제가 이어졌는데 이 때문에 정작 6월 처방을 받는 환자의 수는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약국이 비축했던 물량이 어느 정도 빠지면서 매출이 이어지길 기대했지만 6월 대형 의료기관의 진료 감소 등으로 인해 추가 의약품 주문량이 줄어든 영향을 받는다고 업체들은 전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제약회사의 밀어내기 논란까지 일면서 사실상 업체들에게 부담을 더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제약사가 꼽은 매출 예상치의) 80% 수준에 불과했다며 주요 업체들에 제품을 밀어내듯 출고시켰다"고 털어놨다.
특히 일부 유통업체로 대량 입고되며, 중소 유통업체들은 적은 양이 들어왔거나 아예 입고되지 못했다는 불만까지 제기된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앞서 유통 관계자는 "제약회사 규모와 무관하게 2분기 예상 물량을 채우기 위해 전년 대비 의약품을 더 입고해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다"며 "2분기 제약사 매출이 유지되는 것은 결국 해당 물량을 유통업체에 떠안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