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증 신기능저하서 '효과입증' 집어들고 품목허가변경 한길로
적응증 이어받은 이노엔과 P-CAB 이어 '2라운드' 구도(?)

국내 철수를 결정한 아스트라제네카의 당뇨 치료제 포시가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대웅제약이 '엔블로'의 '카운터 블로'(상대방의 펀치에 반격하는 권투기술)를 준비하고 있다. 신장질환을 가진 환자에게 안전성을 입증했던 포시가를 대신할 수 있는 임상에 돌입하며 스위칭은 물론 시장에서 도전 중인 포시가 제네릭까지 대비할 수 있는 새로운 카드를 갖추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심장 및 신장 적응증을 이어받은 이노엔과 P-CAB에 이어 SGLT-2까지 경쟁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져 앞으로의 상황에 관심이 모아진다.
대웅제약은 지난 25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엔블로'(성분명 이나보글리플로진, 임상용 코드명 DWP16001)를 대상으로 '중등증의 만성신장질환을 동반한 제2형 당뇨병’ 적응증 획득을 위한 3상 임상시험계획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임상은 348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위약 대비 엔블로 24주 시점의 당화혈색소(HbA1c) 변화량의 우월성을 입증하는 것은 물론 위약대비 치료적 반응 달성 비율, 공복 혈장 포도당(FPG) 등의 내용도 함께 담겼다.
대웅제약의 이번 임상은 지난 21일부터 24일에 진행된 미국 당뇨병학회(ADA)에서 혈당조절이 어려운 경증 신기능 저하 환자 대상 3상 임상시험 통합분석 결과 포스터 발표의 연장선상이다.
대웅제약에 따르면 엔블로와 메트포르민 병용 임상 결과 다파글리플로진 대비 혈당 강하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소변 내 당 배출량 증가와 인슐린 저항성 개선 효과 등이 확인됐다는 것이 대웅제약의 설명이다.
이미 긍정적인 결과를 받아든 이상 중등증 만성신장질환 환자로 대상을 넓혀 적응증 확대 임상을 진행하고 결과값이 긍정적일 경우 이를 바탕으로 제품의 허가사항 변경을 신청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신장질환에 효과를 보이는 SGLT-2’라는 콘셉트를 잡을 수 있다.
회사가 신장질환에 집중하는 이유는 당뇨병과 신장의 관계 그리고 곧 국내 시장에서 철수 예정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이 시장에서 가지는 위치를 펙수클루가 이어받겠다는 의미로 추정할 수 있다.
포시가의 경우 적응증 확대에 따른 급여 이슈를 조금 논외로 하면, 만18세 이상 만성 신장질환 치료에 쓸 수 있는 SGLT-2 억제제 계열 약제다. 이미 지난 2020년 12월에 만성 심부전을 얻어낸 데 이어 2021년 만성 신장병 적응증까지 받아낸 것이다. 이는 시장 내 의미가 매우 크다.
일반적으로 고혈압과 달리 당뇨병은 장기간에 걸쳐, 길게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지나면서 혈관을 변화시키면서 천천히 신장질환을 발생, 악화시킨다. 이 때문에 대한당뇨병학회의 2023년 팩트시트 기준 국내 성인 당뇨병 환자 4명 중 1명은 신장기능이 저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신장 기능을 보호하면서도 혈당을 조절할 수 있는 약제가 필요한데 포시가는 적응증 자체에 만성 신부전을 넣어놓은 이상 의료진이 해당 약제를 선택하기가 용이했던 것이다.
그러나 포시가가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HK이노엔의 '다파엔’에만 관련 적응증을 넘긴 상황이다. 즉 국내에서는 다파엔 이외에는 '허가사항 상’으로는 신장과의 안전성 문제를 입증한 제품이 없다는 뜻이다. 여기서 엔블로가 신장질환에도 사용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하면 국산신약으로서의 위치와 더불어 기존 포시가를 복용하던 이들의 약물 스위칭에도 더욱 큰 영향력을 가진다.
대웅제약은 여기에 심장 질환 관련 임상 연구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 자사 제품의 위치를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한편 이와는 별개로 엔블로가 신장질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다는 허가사항을 받게 되는 경우, 현재 적응증을 허여받은 이노엔과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를 위한 칼륨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P-CAB)에 이어 공교롭게도 두 번째 영업전을 펼치게 된다. 이미 이노엔은 1호 제품인 '케이캡'(테고프라잔)을, 대웅제약은 두 번째 제품은 '펙수클루'(펙수프라잔)으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허가사항 상 다파엔과 엔블로로 당뇨 분야에서도 콘셉트가 유사해지는 만큼 향후 이들의 경쟁 추이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