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현 변리사의 사례로 보는 바이오·의료기기 1등 기업의 성장 법칙 ⑦
의료기기, 의료 AI, 디지털 치료제를 포함한 헬스케어 기업의 기술특례상장을 위해서는 바이오 신약에서 통용되는 '계열 내 최초(first-in-class)' 또는 '계열 내 최고(best-in-class)'의 타이틀을 갖추어야 한다.
유독 바이오·의료 분야에서는 상장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재도전하는 기업이 많다. 그러나 최초 또는 최고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다면 기술특례상장 과정은 쉬운 길로 바뀔 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최초 또는 최고라는 타이틀이 기업에게 순순히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음의 사례와 같이 기업이 스스로의 아이덴티티를 발굴하고 만들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① 최초의 타이틀을 강조하여 상장한 기업 사례
A 기업은 웨어러블 의료기기와 의료 AI를 활용한 진단/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 기업이다. A 기업은 국내 최초로 원격의료 솔루션 식약처 인증을 받아낸데 이어서 국내 최초로 웨어러블 AI 진단 서비스와 입원 환자 모니터링 서비스의 상용화에 성공하였다. A 기업은 패치 타입의 바이오 센서를 이용하여 심전도 기록계를 몸에 부착하고 24 시간 동안 심장의 전기적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기존의 홀터 검사 방식을 대체해 나가고 있다.
A 기업은 최초의 지위로 많은 것을 얻었다. A 기업은 복지부, 산업부, 과기부 등 다양한 부처로부터 심전도 검사와 환자모니터링 솔루션 분야의 연구비를 지원받을 수 있었고, 덕분에 60여 건의 국내외 특허(출원 및 등록)도 확보할 수 있었다.
A 기업은 선발주자로서 성장 초입의 웨어러블 의료기기 진단 및 모니터링 시장에서 의료수가 기준 70%라는 높은 시장점유율을 거머쥐었고, 20억이 못 되는 매출액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 상장할 수 있었다. A 기업이 먼저 받아낸 의료기기 인증은 후발 기업들에게는 높은 진입 장벽으로 설정되었다.

②최고의 타이틀을 강조하여 상장한 기업 사례
B 기업은 AI 기반 3차원 의료영상 분석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B 기업은 특히 CT 영상을 전자동으로 정량 분석하여 의료진에게 진단 보조 데이터를 제공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B 기업에 앞서 상장에 성공한 의료 AI 기업으로는 익히 알려진 제이엘케이, 뷰노 그리고 루닛이 있다. 의료 AI 산업의 후발주자로서 B 기업은 상장 선배 기업을 상대하며 높아진 전문평가기관과 한국거래소의 눈높이를 상대해야 했다.
B 기업은 딥러닝 AI 기반으로 폐암(폐결절), 만성폐쇄성폐질환(폐기종), 관상동맥질환의 Big-3 질환을 동반 검진할 수 있는 세계 최고의 폐암 검진 솔루션이라는 주장으로 선배 기업들을 따돌릴 수 있었다. 폐암 검진에서 1등 기업이라는 소리다.
추가적인 근거로 한국, EU, 독일, 이탈리아 등의 글로벌 국가폐암검진 프로젝트에서 단독 선정되어 소프트웨어를 공급했음을 덧붙였다. 사실 B 기업은 뇌출혈, 뇌혈관, 영상 내 장기 분할, 의료용 3D 모델링 등 다른 파이프라도 보유하고 있으나, 전략적으로 흉부 제품군의 성능을 강조한 것이다. 선배 기업에게 뒤질세라 국내외 특허(출원 및 등록)도 90여건을 확보했다.
③ 최초/최고가 아님에도 상장한 기업 사례
A 기업과 B 기업처럼 최초 또는 최고가 아님에도 상장에 성공한 기업이 있다. C 기업은 초소형 고출력 레이저 원천기술 기반 피부 미용·의료기기 제조 전문기업이다.
레이저를 이용한 피부 미용·의료기기는 일반인에게도 익숙한 제품군이다. 네이버에 '피부과 레이저'로 키워드 검색하면 레이저의 종류, 용도, 효과 그리고 부작용까지 잘 정리된 블로그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만큼 레이저 기반 피부 미용·의료기기는 '최초'나 '최고'와는 어울리지 않고 흔해 보이는 아이템이다.
그래서 C 기업은 '업계 유일'에 집중했다. C 기업은 업계 유일 초소형 레이저 발진기 설계 기술로 자사 발진기의 크기를 기존 발진기 대비 90~95%로 축소시켰다. 또한 C 기업은 업계 유일 레이저 Rod 미러 접합 방식을 구현하여 레이저 Rod와 미러 간 거리 제약을 없애고, 수평적 결정화 성장 방식을 채택하여 생산효율까지 상승시켰다.
종국적으로 업계 유일 초소형 레이저 기술 상용화를 통해서 국내외 시장에서 크기와 가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차별화된 포지셔닝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전문평가기관은 기술평가에서 A, A 등급을 부여하면서 C 기업의 손을 들어주었다.
전문평가기관의 현장 실사가 날로 까다로워지고 있고, 거래소는 바이오·의료 기업을 상대로 현미경 심사를 계속하고 있다. 기술평가 현장에서 필자는 실사나 심사라기보다는 '수사'에 가깝다고 느끼고 있다. 이 같은 기조에도 불구하고, 최초, 최고 또는 업계 유일이라는 수식어는 기술평가와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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