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조치 중 나온 '670마이크로그람', 거둔 품목 "재판매 불가"
회수요청 승인 전 '선행 대책 왜 없나' 아쉬움도

연이은 회수로 국내 제약업계 사이에서 이슈가 됐던 플루옥세틴 내 불순물 문제가 한시적 허용 기준으로 회수를 철회하는 등 또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제품을 거뒀던 업체들은 물론 이를 유통하는 업체들까지 식약처의 한시적 불순물 허용치 기준을 놓고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식약처의 선행적 움직임이 필요하지 않았냐는 지적이다. 

12일 제약업계 및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국내 A사는 자사 플루옥세틴 제제의 자진 회수 조치 취소 이후 제품 판매에 지장이 없다는 사실을 의료기관 등 현장에서 알리는 데 힘을 쓰고 있다.

이 제약사의 경우 문제가 됐던 우울증 치료제 플루옥세틴의 회수에 들어갔던 회사 들 가운데 한 곳이다. 제약사가 멀쩡히 잘 진행하던 회수를 취소한 것은 관할 지방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관련한 해당 명령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히트뉴스가 확인한 공문에 따르면 해당 회사 제제의 경우 회수가 진행됐으나 한시적 허용기준 적용으로 관련 절차가 철회됐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현재 플루옥세틴 내 불순물 허용 기준은 670마이크로그램 수준이다. 이는 2027년까지 적용되는 것으로 이에 따라 상당수 회사가 회수를 철회하거나 해당 과정을 진행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플루옥세틴은 우울증 치료제 계열 약물 중 매우 처방이 빈번한 제제 중 하나다. 우스갯소리로 우울증에 쓰는 아세트아미노펜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다. 이를 반영하는 것이 시장 규모다. 전체 시장 추산 규모가 200억원 상당으로 많지 않은 듯 하지만 1정당 가격이 170원대에 지나지 않고 처방폭이 좁은 중추신경계(CNS) 약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은 시장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지난 5월 초부터 니트로사민계 불순물인 N-니트로소-플루옥세틴 의 기준치 이상 검출로 회사들 사이에서 회수가 이어졌다. 

문제는 이들 제품의 한시적 허용 기준이 이미 수 개 회사가 제품의 회수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어졌다는 점이다. 현행 '의약품등 회수에 관한 규정’과 식약처가 밝힌 '의약품 등 회수 폐기 처리 운영지침’을 보면 위해의약품의 경우 2등급과 3등급은 각각 30일 이내에 회수 사전통지-회수계획 검토-회수계획 공표-회수-종료보고 검토-회수 검토-종료 통보의 절차를 모두 마쳐야 한다.

이미 첫 회사를 시작으로 상당수의 회사가 최소 20일 이상의 절차를 진행하며 회수를 해왔는데 기준이 늦게 나오면서 정작 문제가 없는 것으로 공인된 제품이 다시 제약사로 돌아온 셈이다.

이로 인한 불만이 먼저 터져 나온 것은 유통업계다. 회수명령에 따라 절차를 진행했는데 정작 문제가 없어진 제품의 반품 요청이 계속해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시적 기준 적용으로 약국과의 반품 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회수 이후 식약처가 (불순물 허용치) 기준을 정하면서 지역 약국에서는 왜 반품을 '안받느냐’는 질문부터 '이미 회수 조치가 나온 약을 조제에 주기는 꺼림칙하다’는 말이 나와 현장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제약사들이다. 의약품의 유통과정에서 나온 반품 제품은 원칙적으로 폐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적절한 조건에서 보관됨이 확인됐을 때 △직접용기가 파손되지 않았을 때 △사용기한 또는 유효기한이 충분히 남았을 때 △시험 및 검사 결과 품질기준에 적합한 것이 확인될 때 등의 조건이 있지만 설정된 보관조건과 같은 지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현실적으로 재판매는 어렵다는 것이 제약업계의 말이다.

실제 식약처 내 불순물 평가 가이드라인에서는 불순물 기준치 이상의 불순물이 검출된 이유로 제조공정, 원료의약품의 분해 혹은 산화과정, 첨가제 관리, 포장재 오염, 이온수지 교환 사용, 정제공정 등 다양한 가능성과 함께 보관 문제 등 재포장 및 판매를 위한 요소가 너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재입고 및 재포장이 가능하다손 치더라도 이미 '회수제품’이라는 꼬리표가 붙었고, 해당 분야에서 유명한 일부 제품이 품절될 만큼 자사의 제품 수요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 해당 제품의 제조 기한이 대부분 검사 의무화 시행월인 2023년 12월 이전의 것이라서 유효기간이 짧은 약을 약국 등에서 받아주기도 어려운 점 등이 겹치며 사실상 해당 제품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식약당국의 급한 조치가 과연 적절했느냐는 비판마저 나온다. 앞서 나온 의약품  회수폐기 운영지침에서는 위해성 평가 및 회수 과정을 회수의무자 즉 제조 및 수입업자에게 맡기고 식약당국은 그저 회수 계획 제출에 따른 가부만 따지도록 돼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한시적 기준이 실제 첫 회수 이후 오랜 기간 발표되면서 먼저 조치를 취한 제약사만 손해를 감수해야만 하느냐는 지적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금액의 크고 작음을 떠나 회수에서 손해를 본 회사들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식약처가 교통정리를 먼저 해줬다면 이들도 불만을 표출하지 않았겠느냐"며 "공급 중단 우려 등 여러 문제를 식약처가 고민했다는 것도 알지만 이런 형태의 사후약방문식 (기준 설정) 조치가 업계로 하여금 당국을 불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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