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지원금부터 사내 어린이집·학자금 제공
육아휴직 적극 사용 및 복직 가능한 문화 조성

[끝까지HIT 9호] "올해 입학생이 7명이야." 최근 만난 교사 친구는 자기가 근무하는 학교의 학생 수가 많이 적다고 털어 놨다. 생각보다 너무 적은 학생 수에 '다른 학교도 마찬가지일까?' 궁금해져 모교 재학생 수를 검색해봤다. 1학년이 3학급. 제일 많은 학년도 4학급이었다. 학생 수도 20명대다. 기본 6학급에 30명은 그냥 넘어갔던 '나 때'와 달랐다. 거의 절반이 줄었다. 그동안 '저출생'은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처음으로 저출생이 와닿은 순간이었다.
0.72와 0.65. 전자는 2023년 연간 합계 출생률이며, 후자는 2023년 4분기 합계 출생률이다. 올해도 출생률 감소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기업들이 출산지원금을 늘리는 등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의 경우는 어떠할까? 육아휴직은 편하게 사용할 수 있을까? 끝까지Hit는 저출생 극복을 위한 제약사들의 복지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 봤다.
최대 1000만원까지… 제약사도 출생지원금 확대 나선다

3월 기준 끝까지Hit의 취재 결과 출생지원금으로 최대 10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곳은 파마리서치와 유한양행, HK이노엔 등이었다. 그러나 같은 1000만원이라도 조건은 어떠한지 세세하게 살펴봤다. 파마리서치와 유한양행은 자녀 1명당 1000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파마리서치는 자녀 수에 따라 300만원, 500만원, 1000만원씩 차등 지급하던 출산 축하금을 올해 1월부터 자녀 1명당 1000만원으로 통일했다.
유한양행도 작년 8월부터 자녀를 출산하면 1000만원을 지급하는데, 쌍둥이는 자녀당 각각 지급해 총 20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제도 시행 이전 출생자(2023년 1~7월)에 대해서도 50% 소급 적용했다.
HK이노엔은 자녀 수에 따라 출생지원금이 다르다. 셋째를 낳아야 1000만원을 받을 수 있으며, 첫째는 100만원, 둘째는 200만원을 지급한다. 그러나 인공수정 또는 체외수정 시술이 필요하다고 진단받은 임직원을 대상으로 정부지원금 외에 회사 지원금도 제공하는 등 저출생을 돕기 위한 기타 복지가 함께 갖춰져 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출산시 축하금 5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경조금도 추가로 있기에 실제로 받는 금액은 500만원+α로 전해졌다. 출산으로 인한 입·퇴원 의료비도 최대 100만원까지 지원 가능하다.
자녀를 출산해 1000만원을 받은 한 유한양행 직원은 "출산을 하게 되면 돈이 들어갈 부분이 생각보다 많다"며 "회사에서 준 출산축하금으로 정말 필요한 곳에 쓸 수 있어서 만족했다"고 말했다.
아이는 낳았는데 그 다음은? "회사와 함께 키운다"
출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육아'다. 제약사들은 전반적으로 성별에 상관없이 '육아휴직'을 적극 사용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그외 사내 어린이집과 휴직 후 복직 가능한 분위기 조성 등 일과 가정이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정책에 대해서도 알아봤다.
먼저 유한양행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으로 인해 부서 내 업무 공백을 느끼는 경우가 상당하다는 것을 파악해 대체 인력을 신속하게 채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휴가·휴직신청자의 부담감을 완화시켜 남성을 포함한 육아휴직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설 명했다. 실제로 유한양행의 육아휴직 사용자 수는 2021년 33명(자녀 출생자 74 명)에서 2022년 40명(자녀 출생자 76명), 2023년 9월말 기준 24명(자녀 출생자 50 명)으로 자녀 출생자 수 대비 증가세를 띠고 있다.
한미약품은 성별에 관계없이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사내 문화를 조성해 가고 있다. 휴직 후 복직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어 2020년 복직률은 91%, 2021년은 97%, 2022년은 98%를 달성하는 성과를 얻었다. 또 자녀 수와 상관없이 학자금도 지원하고 있으며, 분기별 지원하는 양육·교육지원금과 초등학교 입학시 생필품 구매가 가능한 복지포인트도 지급한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직원이 행복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만드는데 필요한 문화와 사라져야 할 문화 각각 10가지를 담은 '두 돈텐텐(DO DON’T 1010)' 캠페인으로 출산과 육아에 대한 인식을 바꿨다. 해당 캠페인에는 가정을 지킬 수 있게 출산과 육아 휴가를 장려할 것, 출산 및 육아로 남녀를 구분하지 말 것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회사 측은 이 캠페인을 통해 남성 육아 휴직자가 증가하는 성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조아제약은 육아휴직 및 출산휴가를 이용한 직원의 복직을 적극 장려하고, 임신한 직원들이 모두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사용하게 하는 등 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녀 수 제한 없이 매월 가족수당도 지급해 여성가족부가 인증한 '가족친화 우수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동국제약은 '가족 사랑의 날'을 제정해 매월 급여일 1시간 조기 퇴근을 실천하고 있다. 자녀가 초중고 입학시 입학 축하금을 지급하며, 성적 우수자에게는 학자금도 지원한다. 특히 아이를 낳게 되면 이사를 하는 경우가 꽤 많은데, 동국제약은 주거 이동시 유급휴가를 지원한다는 차별점을 갖고 있다.

직접 자녀를 돌봐주는 '사내 어린이집'도 중요한 복지 중 하나다. 먼저 설립 예정이거나 도입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기업은 파마리서치와 HK이노엔 2곳이었다. 파마리서치는 출산축하금을 확대하며 저출생 극복을 위해 현실적인 복지가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사내 어린이집 도입을 검토 중이다.
HK이노엔은 2025년 개소하는 판교 사옥에 사내 어린이집을 설립할 예정이다. 또 초등학교 입학 자녀를 둔 임직원 대상으로 입학일 2주전부터 3월말까지 최대 4주(유급 2주+무급 2주) 휴가를 부여한다. 그외 긴급 자녀 돌봄 근로시간 단축과 장애인 자녀 양육비, 심장병 진료비 지원 등의 양육 정책도 준비돼 있다.
사내 어린이집을 이미 개설한 회사는 유한양행과 종근당, GC녹십자로 파악됐다. 유한양행은 본사에서 직장 어린이집을 운영해 맞벌이 가정의 육아 부담을 줄이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종근당은 천안 공장에서 사내 어린이집을 운영한다.
GC녹십자는 영유아 보육실부터 놀이터, 도서 공간 등의 어린이집을 갖추고 있다. 또 유연근무제를 실시해 아이를 키우면서 개인 커리어를 이어 나갈 수 있게 돕는다. 육아에 대한 금액도 회사가 같이 부담한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자녀 장학금(고등학교는 전액, 대학교는 100만~350만원)이 있다.
현재 5년째 GC녹십자의 사내 어린이집을 이용하고 있는 한 직원은 "출근할 때 아이를 맡겨서 퇴근시 같이 집으로 갈 수 있다. 또 어린이집 방학이 없어 유동적인 근로 휴가 사용이 가능한 점과 야근으로 인해 퇴근 시간이 늦어질 경우에도 충분히 여유가 있는 등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어 어린이집의 인기가 상당하다"고 귀띔했다. 특히 만 1~2세의 경우 정원 대비 이용자가 많아 추첨으로 진행할 정도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도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원금부터 복지 등 다양한 혜택을 고려하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직원들이 육아와 일을 할 수 있게 복지를 확대해 나가는 추세로 명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