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HIT | 정부의 움직임 아래 제약업계 자생력 기를 때 됐다
말은 좋지만 어려운 신약 개발, 캐시카우 안정화도 힘들어진 업계
약가와 인프라 '코어' 만들겠다는 제바협, 제약사 몸 키울 수 있을까

얼마 전(1월 30일) 있었던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의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키워드는 크게 몇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성과'이고, 또 하나는 '핵심 역량'이다.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가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제약바이오업계 역시 사람과 비슷해 몸을 가다듬고 멋진 몸을 만들기 위한 '헬스케어의 헬스장'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것이었다.
노 회장이 그 이후 강조한 것은 신약 개발을 위한 인프라와 업계가 납득하는 약가 체계였다. 물론 '해외 약가 참조'라는 이슈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제약바이오협회가 조금은 거칠게 공적으로 약가 문제를 직접 언급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은 일이 아니다.
더욱이 신년 기자간담회라는 자리에서 동일한 내용을 3번이나 전달했다는 것은 제법 의미가 크다. 신약 개발을 위한 환경과 약가, 미래와 현재를 묶은 이같은 노 회장의 발언은 과연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어떤 헬스장에서 운동을 할지와 관련한 고민이기도 하다.
헬스케어 시장의 여러 이름 중 하나는 '바이오헬스'다. 노 회장의 이야기와 현재 정부가 이 시장을 키우겠다고 선언한 것은 마치 헬스장에 온갖 운동기구를 쭉 풀어놓은 듯이 느껴진다. 업계가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구사하고 국가의 핵심 산업 분야 중 하나로 바이오헬스를 지정한 것, 백신과 의약품을 위한 펀드를 운영하는 것, 보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한국형 'ARPA-H'의 조직 등은 정확히 말하면 성과라기보다는 '성과를 위한 기틀'처럼 여겨진다.
여기에 각 기관들의 역할 역시 업계에 유리한 상황처럼 받아들여진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경우 유례 없을 정도로 기업을 위한 규제 혁신에 나서고 있고, 바이오업계가 열망하던 재생의료 관련 법안도 국회를 통과했다. 방향성을 맞춰야 하기는 하겠지만, 중소벤처기업부 등도 바이오헬스 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해 나설 의지를 천명했다.
노연홍 회장이 말한 성과의 기틀은 이제 우리 제약바이오업계가 '운동으로 몸을 단련시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제약바이오협회가 구상한 'K-멜로디' 사업은 시작했지만, 국내에서 그토록 이야기하던 인공지능(AI) 신약 개발 분야에서 각 회사의 역량이 얼마나 되느냐던 질문과 노 회장의 답은 아직 우리 업계 내 각 회사가 가야 할 길이 멀다는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불과 1년 만에 하나둘 턱턱 놓인 제약바이오업계의 수많은 운동기구는 업계가 이제부터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국내에서는 약가 제도와 그로 인한 수익성 저하 그리고 해외 시장에서는 일부 기업의 사례로만 남는 라이선스 아웃(L/O)과 기업간 인수합병(M&A)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느냐의 문제다.

실제 '캐시카우를 확충해 각 회사가 살아남을 기틀을 만들었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좀 더 나온다. 시장에서 성장하기 위해 코프로모션과 수없는 제네릭을 찍어내며 사업을 영위하는 동시에, 레드오션 시장인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연이어 뛰어드는 국내 제약사의 모습을 보면 과연 제약업계가 얼마나 시장에서 자생력을 갖추고 있는지 의구심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몇 개 회사를 제외하면 코프로모션과 제네릭 일변도로는 의약품 시장에서 얼마나 경쟁력을 가질 지 의구심을 가지는 사례가 많다. 그렇다고 신약 개발에 뛰어들자니 부담이 앞선다. 당장 신약 개발을 했다가 비용 문제로 조직을 축소하거나, 파이프라인을 내버려두거나, 자사 영업조직을 영업대행조직(CSO)으로 돌려 고정비를 줄이겠다는 제약사들의 이야기는 쌓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 회장이 말한 '핵심 역량'이라는 말은 그리고 좀 더 단순명료한 약가 정책과 인하 기전의 간소화는 말 그대로 업계 내 각 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는 이른바 '코어 근육'을 기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코어 근육은 운동의 효율을 높일 뿐만 아니라 올바른 자세로 몸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코어 근육이 바로 잡히면 실제 몸을 만들 때 더 빠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를 모아보면 노 회장의 발언은 결국 기구가 준비된 운동장에서 국내 제약기업이 어떻게 움츠러든 어깨와 굽어진 허리, 복근은 찾아볼 수 없는 배, 가늘어진 다리를 키울 수 있는지룰 고민하는 차원에서의 이야기인 셈이다. 그 말은 결국 제약산업의 대표 단체 중 하나인 제약바이오협회가 가야 할 길을 명확히 보여준다. 그리고 노 회장의 남은 2년간의 업무가 무엇인지를 단적으로 비춰주기도 한다.
수없이 깔린 운동 기구 위에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힘든 스쿼트와 데드리프트를 하면서 어떻게 코어 근육을 만들도록 할 것인가 그리고 또 남은 1년 동안 어떻게 나머지 근육을 만들어 몸을 건강히 키울 것인가. 그런 차원에서 노 회장이 과연 좋은 '헬스 트레이너'가 될 수 있을지를 지켜봐야 하는 시점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사실 매우 어렵다.
모두가 한 번은 겪어봤지만 운동의 힘듦은 꾸준함과 올바른 지도, 때로는 엄할 정도의 관심이 있어야 해결할 수 있다. 식단까지 짜주며 꾸준히 관리하는 트레이너는 성과라는 차원에서는 꽤 필요한 존재로 여겨진다. 이제 그 역할을 노연홍 회장과 제약바이오협회가 할 차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