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쉼표 | 라이딩 하는 박희덕 팜젠사이언스 대표
"김해 제약공장 근무하다 매너리즘 느껴 얼렁뚱땅 상경해 여기까지"
"원하는 장소에 자전거 타고 가 경치 구경… 전국 곳곳 다 다녀"
"나는 자유인·자연인… 자전거는 자유롭게 그냥 타는 것"
[끝까지HIT 8호] 10년 전인가, 인터넷에 돌아다니던 유명한 만화가 있었다. 한 비디오 게임 리뷰어가 그린 단편 일상 만화인데, 친구들과 엄청나게 어려운 게임을 깨느라 한 달이 넘도록 고생하는 내용이다. 이 단편 만화가 유명세를 탔던 이유는 중간에 등장하는 명대사 때문이다. '뭐 하러 사서 고생을 하냐'며 작가에게 한 동료가 한심하다면서 물었더랬다. "대체 그걸 왜 해요?"
그러자 작가는 답했다. "젠장… 오락하는 데 이유가 어딨어, 그냥 하는 거지!"
정곡을 찌르는 저 한 마디는 가끔 떠올릴 때마다 피식, 웃게 만든다. 그렇다. 노는 데 무슨 이유가 있으랴. 그냥 하는 거다. 그런데 그냥 뭔가를 한다는 것을 그토록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의 부모님,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부터 이어져 온 '놀면 뭐하냐, 십 원 한 장 안 나오는데' 정신은 아직도 그 맥을 이어가며 우리네 일상을 좀먹는다. 그 반작용으로 시대는 '욜로족'과 '파이어족'이라는 양극의 세력을 낳고, 끝없이 놀다가 파산하거나 끝없이 일하다 지쳐 쓰러지는 이들을 양산하고야 말았다.
고백하건대, 기자 본인도 피해자다. 끝없이 일하다 쓰러지는 미련한 짓을 여러 번 반복했다. 그러니까 '그냥 한다', '그냥 논다'는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끝까지 HIT>에 로드 바이크(자전거) 마니아인 제약회사 대표 인터뷰를 싣는다는 걸 듣고 머릿속에 물음표를 띄웠다. '아니, <끝까지 HIT>는 엄격, 근엄, 진지한 정책잡지 아니었어? 대체 그걸 왜 하는 거야?'하고 말이다.
원고를 쓰며 생각해 보니, 데스크에서는 기자의 이런 모습을 보고서 이번 취재를 맡긴 것 같다. 일하고 놀고, 일하고 놀고, 들숨과 날숨을 내쉬듯 적절한 밸런스를 가져가는 한 달인을 찾아가 비기(祕器)를 배우고 오라는 특명을 내렸다. "자전거 타는 데 이유가 어딨어, 그냥 하는 거지!"라 말하는 놀기의 달인, 박희덕 팜젠사이언스 대표를 찾아가 한 수 가르침을 청했다. 2023년말 발행된 <끝까지HIT 8호>에 게재된 이 기사는 2023년을 기준으로 작성됐습니다.

저희 <끝까지 HIT>가 정책지지만 '내 삶의 쉼표'라는 코너도 있거든요. 고리타분한 이야기보단 놀고 쉬는 이야기도 넣는 게 좋겠다는 취지로 이렇게 뵙게 됐네요.
"아유 감사합니다. 잡지에 제가 다 실리고, 이거 저희 집안 경사일 수도 있겠네요(웃음). 제가 여기 나올 만한 그런 게 되는지도 모르겠는데, 하여튼 와 주셨으니 재밌게 말씀드려야죠."
노는 이야기를 하기 전에 말이죠, 어떤 일을 해오셨는지 잠깐 듣고 싶어요. 조아제약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하셨다고요.
"제가 부산에서 대학을 나왔어요. 졸업할 때쯤 취업을 해야 하니까 취업 공고 게시판을 쭉 보는데 조아제약 공고문이 떴더라고요. 그냥 이름이 딱 와닿았어요. 공장 생산 관리 쪽으로 지원해서 합격했죠. 전공이 응용통계학과였다 보니, 생산 관리를 하면서 숫자를 다루고 디테일하게 일하는 게 적성에 잘 맞았어요."
조아제약에서 B2B 영업도 맡아서 하셨던 것으로 알아요. 그 후에 팜젠사이언스에 합류해서 여태껏 일해온 것이고요.
"그 당시에 조야제약 공장이 김해에 있었어요. 계속 근무하다가 뭔가 매너리즘에 빠진 느낌이 들어서, 서울 본사 쪽에 B2B 영업 조직이 신설된다길래 얼른 지웠했죠. 그런데 지원하고 보니 저 하나만 지원한 거예요. 그렇게 얼렁뚱땅 상경해서 OEM, 도매, 편의점 유통 등 다양하게 경험을 쌓았어요.
그렇게 한 7년, 8년 정도 근무하다가 당시 우리들제약이었던 팜젠사이언스랑 연이 닿아서 여기 오게 됐죠. 특수사업본부장이란 직책이랑 공장장을 겸임했어요. 그러고 나선 경영관리본부장까지 했었고요. 그렇게 3년 정도 하다가, 지금으로부터 5년 전에 회장님께서 대표직 까지 맡겨 주셨어요."
팜젠사이언스의 변화를 직접 봐온 목격자세요. 처음 합류했을 때와 지금의 팜젠사이언스는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수치상으로 먼저 말하자면, 처음 여기 왔을 때 매출액이 한 300억원 정도였어요. 올해 매출이 약 1700억원 정도 하니, 5배 넘게 성장한 거죠."
외형과 동시에 기업 분위기나 문화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완전히 바뀌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전에 우리들제약 시절에는 완전 전통 제약사 문화, 수직적이고 상하 관계가 뚜렷한 문화가 있었어요. 그냥 일만 하는 분위기였죠. 하지만 지금은 아예 수평적인 문화로 다 바꾸면서, 직급도 다 없애고 호칭도 다 '매니저'입니다. 저도 직책이 대표인 것이지, 일을 한다는 부분에선 모든 직원이 저와 동등한 위치에 있는 거에요."

기업이 그렇게 단숨에 바뀌기 쉽지 않은데, 대표님이 드라이브를 걸었던 건지요?
"저야 이렇게 대표가 될 거라 상상한 적이 없었는데요. 사실 예전부터 '기업 문화가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항상 품어왔어요. 하급자에게 막 하대하고 반말하고 그런 거 없애고, 존중하고 존대하는 것부터 하는 거죠. '갑갑한 문화를 다 바꾸고 싶다'고 계속 생각하던 차에 대표가 되니 강하게 변화를 밀어붙였고요.
제가 '잘 생겼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은 없는데, '추진력 있다'는 이야기는 자주 듣습니다(웃음). 저희 회사가 업계 내에서 휴가가 제일 많을 겁니다. 365일 중 3분의 1이 쉬는 날이라고 보시면 되겠네요. 격주로 금요일을 쉬고요. 주 4일제를 점차 도입하는 중입니다. 다같이 쉬는 동계 휴가도 있네요."
엄청 많이 쉬네요. 대표님, 자유인 스타일이라 봐도 될까요?
"그렇게 불러주시면 너무 좋죠. '나는 자연인이다'와 같은 TV 프로그램도 많이 보고요. 자연인, 자유인 이런 거 좋아합니다."
그 자유인 스타일에 추진력을 결합해서 여러 취미 활동을 하시는 그런 거네요.
"그렇게 볼 수 있겠네요. 맞아요."
그 취미 활동 중 최근에는 '자전거'에 꽂히셨다고 들었어요.
"제가 취미활동으로 등산을 먼저 시작했어요. 어릴 때부터 산 타는 걸 좋아했거든요. 2박 3일짜리 지리산 종주도 가보고, 하여튼 이 산 저 산 많이도 갔고요. 휴일날 김밥 한 줄 덜렁 들고 무악산 가서 먹고 오는, 이런 거 좋아했거든요. 그게 마산 살 때입니다.
그런데 서울 올라와서 다니다 보니까 자전거 라이딩을 많이들 하더라고요. 요즘 자전거 길 잘 닦여 있잖습니까. 그거 보고 바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어요."
그냥 그렇게 시작을 하셨다고요(웃음). 얼마나 자전거를 타신 거죠?
"한 10년 탔어요. 저는 먼저 지르고 보는 스타일이라서, 하고 싶다 싶으면 그냥 해요. MTB 자전거를 초급용으로 사서 바로 입문했어요. 처음 갔던 코스가, 세종시부터 군산까지 한 100㎞ 되거든요. 그거 먼저 했습니다."

차에다 자전거 싣고, 쭉 가서 거기서 출발하는 그런 식이라던데요.
"그쵸. 금강까지 차 타고 가서 거기서 자전거 타고 출발하는 거죠. 또 자전거 안 타는 친구가 저 태워다가 내려주기도 하고요. 국토 종주 자전거길이라고 있는데, 금강, 낙동강, 한강, 남한강, 동해안길 이렇게 있습니다. '오천길'이라고 하죠. 냇가 5개 따라서 난 길이라서요."
오천길이라니, 그런 게 있군요.
"국토 종주 라이딩 길이 여러 개 있어요. 세종에서 괴산 가는 90㎞짜리 국토 종주 라이딩 길이 또 있거든요. 이거는 자전거로 쭉 타고 갔다가 시외버스 타고 원위치하는 식으로 다니죠. 또 집에서 용인까지 한 바퀴 돌면 한 50㎞ 되고요. 한강까지 왕복해서 다녀오면 한 100㎞ 되네요. 제가 장거리 라이딩을 좋아해요."
장거리 라이딩 훈련을 따로 하시는 건가요?
"아뇨, 그냥 해요. 재미로 그냥 해요. 라이딩이 왜 좋냐면요, 사람이 하루에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가 한 20㎞ 되잖아요. 멀리는 못 가요. 그런데 차를 타고 가면 어떻습니까? 100㎞, 200㎞ 갈 수는 있는데 주위 풍경을 보기가 어렵잖아요. 자전거가 걷기랑 운전 사이에 딱 적절하게 있는 거예요. 내가 원하는 장소에 자전거를 타고 가서 경치도 구경하고, 100㎞ 반경 내에서 자유롭게 다닐 수 있어요. 그게 너무 좋더라구요."
전국에 난 자전거 길은 거의 다 다니셨을 것 같은데요.
"인터넷에 검색해서 이름 붙어 있는 자전거 길은 다 다녀봤죠."

매주 라이딩을 가시나 봅니다.
"거의 매주 다니죠. 저는 등산, 캠핑, 자전거 이렇게 3가지를 결합해서 다니거든요. 어떻게 하냐면, 저희가 격주 4일제잖아요. 4일 근무하는 주 목요일 저녁에 차를 가지고 출발해서 산 근처에 가서 캠핑을 해요.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 등산을 나가는 거죠. 그리고 장거리 자전거 라이딩을 해요. 5일 근무하는 주에는 금요일 저녁에 나가서 등산이랑 캠핑만 하는 식이죠."
댁에선 뭐라고 안 하시나요?
"에이 뭐, 제가 원래 그렇다는 거 잘 알아요. 너무 건강 해치지 않을 정도로만 하라고 말해요. 그리고 가끔 가다 캠핑도 같이 가고 그래요."
그럼 대부분 혼자 다니시는군요.
"혼자서도 잘 다니고요. 같이 다니는 친구가 또 있어요. 나이 먹어서는 취미 맞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 아니겠습니까. 또 저희 부회장님하고 가는 경우도 있고, 취미만 맞으면 같이 다니는 사람은 안 가립니다."
부회장님이요? 직원 분들하고도 다니시나 봅니다.
"사내에 라이딩 동호회가 있어요. 동호회장은 저희 김태용 홍보팀장이고요. 저번 여름에 섬진강 150㎞ 코스를 다녀왔는데, 그 때 거의 40도 되는 무더위에 직원들이랑 라이딩을 했어요. 뭐, 미친 짓이죠(웃음). 아스팔트 길 펄펄 끓고 있는데 그러고 다니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섬진강은 워낙 경치가 좋잖아요. 가다가 눕기도 하고, 먹기도 하고, 커피도 한 잔 하고 하면서 다닌 거죠. 재밌었습니다."

150㎞ 코스라니… 몇 시간 정도 걸리던가요?
"10시간 정도 걸리죠. 쉬는 거 포함해서요."
그러다 쓰러지는 거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저도 처음에 막 하다가 쓰러진 일이 많아요. 예전에 무작정 장거리 뛰다가, 도저히 집으로 돌아갈 엄두가 안 나서 아내한테 SOS 친 적도 있어요. '제발 나 좀 데리러 와줘' 하면서요."
자전거 라이딩 대회도 나가 보셨나요?
"한 번 해봤는데, '그란폰도'라고 아마추어 동호회 대회가 있어요. 우리나라에 자전거 좀 탄다 하는 아마추어들은 여기 무조건 참석을 하거든요. 저는 양평 그란폰도를 한번 가봤어요. 진짜 무모한 시도였는데, 그게 가장 쉬운 코스라고 하더라고요. 4시간인가 안에 들어와야 하는데 시간 내에 들어가기는 했습니다. 진짜 죽을 뻔했네요."
이 정도면 라이딩 시작하려는 분들께도 한 마디 조언해 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지르세요 그냥. 자전거, 먼저 지르고 봐야 합니다. 취미는 '장비빨'이란 얘기도 있잖아요. 취미를 시작해야지, 시작해야지 생각만 하다가는 그걸로 끝나요. 그런데 일단 자전거를 사버리면 어쩔 수 없이 취미를 시작하게 되거든요."
그럼 아직 자전거 타고 다니시면서 못 해본 것, 목표라던가 이런 게 있으실까요?
"제가 대부분의 국토 종주길은 가 봤는데, 못 간 곳이 몇 군데 남아있긴 해요. 가장 하고 싶은 게 '서울~부산 종주'예요. 그게 한 600㎞ 될 겁니다. 내년쯤 하려고 계획하고 있는데요, 3박 4일 정도 잡으면 될 것 같아요. 저기 영종대교 밑에 보면 그 시작 포인트가 있어요. '정서진'이라고요. 그거 해 볼 생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