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터뷰 | 이혁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하수 기반 감염병 감시 체계, 중소병원 확장 고려해야"

"국내 연구진이 요양원, 요양병원 등 특정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하수 기반 감염병 감시 체계의 유용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야 합니다. 연구결과에서 유용성이 입증되면 국가 단위에서 더 큰 규모로 유용성을 평가해야 합니다. 유용성이 검증되면 적극적으로 감염 관리 취약 시설에 적용될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이 뒷받침되길 바랍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현재 지역 사회 감염병 모니터링의 주요 수단으로 '하수(下水) 기반 감염병 감시 사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4월 감염병 대응 고도화를 위해 새로운 하수 기반 감염병 감시 사업(KOWAS)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하수(下水) 기반 감염병 감시 

생활하수에 섞인 바이러스 양을 분석해 지역 사회 환자 발생 규모를 추정하는 새로운 분석 기법이다. 모든 확진 환자를 통계로 집계하는 임상기반 전수감시는 실제 환자를 모두 파악하는 장점은 있지만, 많은 사회적 노력과 비용이 발생한다는 단점도 있다. 반면 하수 기반 감시 사업은 비용 효과적이면서 지역 내 감염병 발생을 선제적으로 감시 및 대응할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국 17개 시도에서 선정 하수 처리장(전국 64개소)을 중심으로 주1회 이상 코로나19 바이러스, 노로 바이러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등 감염성 병원체를 감시하고 있다. 한편 국내 하수 기반 감염병 감시 사업에는 써모피셔사이언티픽(이하 써모피셔)의 '실시간 중합효소연쇄반응(Realtime PCR) 분석'이 가능한 장비가 도입됐다.

<히트뉴스>는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하수 감염 감시 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이혁민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를 만나 하수 기반 감염병 감시 사업의 중요성을 들어봤다.

이혁민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이혁민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질병관리청이 올해 4월부터 하수 기반 감염병 감시 사업을 시작했는데, 사업 내용을 좀 더 알고 싶습니다.

"하수 기반 감염병 감시 사업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확대된 개념입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하수 기반 감염병 감시 사업에 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하수에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 또는 많은 가정에서 나오는 오폐수가 섞입니다. 병원체들 중 주로 구강을 통해 감염되는 바이러스들을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경우 사람 분변을 통해 배출되는 바이러스가 꽤 많습니다.

굳이 분변을 통해 배출되지 않는 바이러스라 하더라도 체외로 배출되는 경우, 특히 입을 통해 배출되는 바이러스의 경우 입을 헹군다거나 가래를 뱉는다거나 또는 이를 닦고 나서 양치한 물 등 가정에서 배출하는 생활 하수에서 병원체 바이러스가 섞여 나오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흔히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호흡기를 통한 바이러스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코로나19 확진자 3분의 1정도는 한 달 정도가 지나면 대변을 통해 바이러스를 배출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하수 기반 감염병 감시 사업이 코로나19 기간을 거치면서 중요성이 부각돼 왔습니다.

인체 밖으로 배출되는 바이러스들이 모이는 생활 하수나 오폐수를 가지고 검사를 한다면, 검사 대상 집단에 감염자가 있는지 또는 어느 정도의 감염자가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하수 기반 감염병 감시 사업은 미국에서 먼저 시작됐고, 현재 미국 외에도 다른 여러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습니다. 굉장히 많은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그 인구 집단이 배출하는 하수들이 모이는 곳에서 검체를 채취해 그 안에 들어가 있는 주요 병원체의 존재 유무와 항상 일정하게 유행하고 있는 병원체라면 병원체의 양을 정량해 유행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하수 기반 감염병 감시 체계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입니다."

 

하수 기반 감염병 감시 사업과 관련된 빅데이터가 있나요?

"개별 의료기관 기반의 데이터는 없지만, 국가 데이터는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국가 데이터는 이미 공개됐습니다. 질병관리청에서 2개의 보고서가 공개된 것으로 알고 있고, 특정 지역 및 연도별 등 연구결과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질병관리청이 앞으로 하수 감시를 확대하겠다는 판단을 내렸고, 하수 감시 대상 기관 및 대상 병원체도 늘릴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수 기반 감염병 감시 사업 관련해 어떤 연구를 진행하나요?

"하수 기반 감염병 감시 체계를 통해 여러 다제내성균과 더불어 인플루엔자, 코로나19, 노로바이러스 등에 대한 관리도 가능합니다. 하수 기반 감염병 감시 체계를 통해 조기에 의료기관 내 보균 여부를 인지하고, 확진자를 찾아내 조기에 관리할 수 있는 지 여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역 사회를 대상으로 아주 거대한 규모에서의 하수 감시는 지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많은 시도가 있었고, 현재 미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하나의 공중보건 체계로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질병관리청이 하수 기반 감염병 감시 체계에 대한 여러 가지 프로토타입(Prototype) 연구들을 지난해부터 진행하고 있고, 앞으로 여러 가지 감염병에 대해 연구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질병청에서 생각하는 하수 감시는 지역 사회 안에서 감염병의 대유행 또는 신규 감염병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저는 범위를 확 좁혀서 특정 의료기관에서 나오는 하수 감시를 통해 그 기관에서 관리하고자 하는 감염병의 병원체 또는 다제내성균이 있는지를 살펴보고, 해당 기관을 감염 관리할 수 있는 지 확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요양병원과 같은 고위험 시설을 비롯해 국내 병원 내 감염에 대한 관리 상황은 어떤가요? 정부는 원내 감염을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요양원, 요양병원은 예전부터 감염 관리에 취약한 시설로서 많은 사람들이 염려를 했었습니다. 요양원, 요양병원의 특성상 많은 환자들이 공동의 구간에 입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요양원, 요양병원에 대한 정부의 수가 체계가 인두제로 되어 있는데, 인두제는 사람 한 명에 대해 매일 수가를 주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요양원, 요양병원 내에서 어떤 행위를 하면 병원 입장에서는 손해를 보는 구조입니다. 이 때문에 요양원, 요양병원에서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정부에서도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또는 중소병원에서의 감염 관리를 활성화하기 위해 여러 계획을 갖고 있었고, 이러한 관리를 시도하려는 와중에 코로나19가 유행했습니다. 요양원, 요양병원에 있는 환자들은 코로나19 고위험군에 해당돼 원내 감염이 확산되면 굉장히 큰 피해를 입게 됩니다.

현재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잦아들고 있는 시점에서 그 다음 위협으로 우려하고 있는 것이 항생제 내성균 문제입니다. 일례로 2014년 영국에서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항생제 내성균으로 매년 전 세계에서 사망하는 사람들의 숫자를 대략 60만에서 70만명 정도로 추정했습니다.

이러한 항생제 내성균 중 특히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 문제가 부각되고 있습니다. 카바페넴 내성 세균이 2000년대 후반부터 미국 등에서 조금씩 나오기 시작하면서 2010년대를 거쳐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습니다. 국내에서도 2010~2011년 무렵 처음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이 나오기 시작했고,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7년부터는 국내에서도 CRE를 2급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했고 매년 거의 30%씩 늘고 있습니다.

항생제 내성균은 코로나19와 마찬가지로 생각하면 됩니다. 코로나19 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검사를 해서 숨어있는 확진자를 찾고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관리를 했었습니다. 다제내성균도 결국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전파를 통해 퍼져나가기 때문에 누가 보균자인지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사용, 보균자들을 관리해 감염 관리가 어려운 요양병원 안에서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제내성균 관리를 위해 입원 환자 대상으로 계속 검사해야 하는데, 코로나19처럼 검사를 계속 엄격하게 직접 검사할 경우 비용이 크게 듭니다. 현재 하수 기반 감염병 감시 체계의 개념은 한 도시 또는 구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어떤 집단 안에서의 특정 병원체 보균 여부를 파악하려면 하수 감시 범위도 좁혀 특정 병원이나 의료기관 내에서만 나오는 하수만으로 검사해 특정 집단에서의 균을 확인해야 합니다. 이후 보균 환자를 바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민감한 검사 체계가 있다면, 그 집단 내 수백명의 환자들을 계속 직접 검사하지 않더라도 하수 감시를 통해 수백명의 집단 내에서의 보균 환자의 여부를 알 수 있습니다."

 

요양원, 요양병원 외 하수 기반 감염병 감시 체계가 필요한 곳은 어디인가요?

"하수 기반 감염병 감시 체계에 대한 확장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만약 요양원,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한 하수 기반 감염병 감시 체계의 유용성이 확인되면, 감염 관리가 필요한 중소병원으로 확장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특히, 환자가 오래 입원해 감염 관리가 어려운 중소병원으로 확장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병원이 아니더라도 영유아나 신생아 등 감염에 취약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들도 고려 대상입니다."

 

써모피셔의 실시간 중합효소연쇄반응(Realtime PCR) 분석이 가능한 장비가 국가 하수 감시 사업에 도입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제품들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나요?

이혁민 교수는 하수 감시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민감하고 신뢰할 수 있을 만한 검사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혁민 교수는 하수 감시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민감하고 신뢰할 수 있을 만한 검사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예전에도 하수 기반 감염병 감시 체계에 대한 이론적인 배경은 있었지만 여러 이유로 시행되지 못했습니다. 우선 하수에 섞인 병원체의 안정성(Stability) 문제가 있습니다. 검사 대상이 되는 병원체 중 굉장히 많은 부분을 리보핵산(RNA) 바이러스라든지 굉장히 손쉽게 사라지는 병원체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수 감시의 개념 자체는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구현되지 못했습니다. 앞서 말한 과정으로 인해 굉장히 적은 숫자의 병원체 만이 하수에 존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또 하수 안 미세한 양의 병원체를 측정할 수 있는 민감한 진단법의 부재도 하수 기반 감염병 감시 체계 구축이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입니다.

하수 감시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민감하고 신뢰할 수 있을 만한 검사법이 필요합니다. 민감한 검사법에 대한 써모피셔의 솔루션이 개발된 상황입니다. 현재 저희 연구진은 써모피셔와 협력해 하수 기반 감염병 감시 사업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제 병원 및 의료기관 내 감염 관리가 쉽지 않습니다. 어떤 지원책이 필요할까요?

"(병원에서) 여러 부담 문제로 인해 어려운 상황입니다. 현재 한국의 의료기관들이 겪고 있는 현실은 감염 관리가 필요한 사람을 찾은 후, 관리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관리에 따른 여러 가지 비용이 듭니다.

아직까지 이 비용이 적절한 수준에서 지원되지 않고 있습니다. 격리 비용도 마찬가지입니다. 감염 관리와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면 항상 나오는 이야기가 격리 수가의 현실화 문제입니다. 또한 격리 과정에서 병실만 필요한 게 아니라, 각종 격리 물품도 필요합니다. 병실에 드나들 때마다 가운, 장갑, 마스크 등을 다 갈아입어야 하는데 관련 비용이 있어야 하고, 추가 인력들도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원내 감염 관리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고 관리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으며, 많은 연구자들도 원내 감염 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하수 기반 감염병 감시 체계와 같은 새로운 기술들이 개발될 예정인데, 유용성과 비용경제성을 평가해 보건의료 체계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끔 유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향후 의학 분야에서 진단 기술의 발전 속도는 더욱 가속화될 것입니다. 새로운 기술들에 대한 효과와 비용경제성을 잘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마련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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