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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틈타 전하는 히트뉴스의 마음

때가 왔습니다. 취재본부 몰래 일기장 같은 기자수첩을 끄적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마침 연말이라는 명분도 있겠다, <끝까지 HIT> 계간지 마감으로 모두가 바쁜 틈을 타 약간은 색다른 시도를 해 보려 합니다.

원래는 제약바이오 업계의 화두를 끌어다가 글을 쓰는 것이 정상적인 패턴입니다만, 오늘은 다른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기자 본인과 히트뉴스에 대해서 말입니다. 아, 그리고 제목은 일부러 저렇게 했습니다. '히트뉴스의 비전과 언론의 역할'로 제목을 달았다간 아무도 안 보실 것 같아서요. 일단 들어온 이상 한 번 읽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기자는 언론의 세계에 발을 딛은 지 얼마 안 됐습니다. 지난 7월 히트뉴스에 입사했으니, 6개월차 '왕초보' 입니다. 그래서 모든 것이 새롭습니다. 매일매일 새로운 소식을 물어다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 아직은 몸에 자연스레 배이진 않았습니다. 샅샅이 퍼진 정보망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취재를 통해 생명력을 얻고 세상에 나가는 일련의 과정들을 보고 있자면, 가슴이 웅장해지기는커녕 그냥 정신이 없습니다. 언제쯤 이 과정을 느긋하게 즐길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립니다.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기자에게 내밀어지는 호의 가득한 손길입니다. 많은 분들께서 기자가 글을 '써주는'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합니다. 그래서 기자는 기본적으로 밥을 얻어먹을 일이 참 많습니다. 그런 작은 호의가 어떤 관계를 만들고, 거기서 발생하는 무형의 힘이 기자의 펜대를 지그시 누릅니다. 적지 않은 경우 그것은 의도를 가진 힘입니다.

그 힘이 혼란을 가져올까 무섭다는 생각을 요즘 들어 자주 합니다. '쓰는' 것이 아니라 '써주는' 것에 익숙해질까 두렵습니다. '일부러 안 쓰는' 것도 여기 포함됩니다. '일부러 쓰는 것'도 있겠군요. 언론계에 들어와 보니, 써주고, 일부러 안 쓰고, 일부러 쓰는 일이 정말 많습니다. 솔직히 놀랐습니다.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모 언론이 어떤 제약사에 대해 안 좋은 기사들을 마구 쏟아내던 때가 있었습니다. 특정 이슈가 아니라, 이것저것 트집을 잡는 내용이었다 합니다. 회사는 여기 크게 대응하지 않고 관망하는 쪽을 택했는데, 결국 그 기사를 쓰던 기자가 제약사 홍보팀에 전화를 걸어 '내 기사를 못 봤느냐'고 물었다 합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듣고 끝까지 그 함의를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저와 대화한 제약사 관계자가 "모르시느냐, 그 기자는 보상을 에둘러 말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해 줄 때까지 말입니다.

사실 이 글이 일부 매체들과 기자분들께 일종의 선전포고를 하는, 주제넘게 야단 따위를 치는 방향으로 갈까, 또 그렇게 읽힐까 걱정이 됩니다. 그러려는 마음은 전혀 없음을, 또 설령 그런 마음을 먹기엔 스스로가 너무나 부족함을 미리 밝힙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는 건 자명합니다. 기자의 펜대를 움직이는 힘이 통찰과 진실이 아닌 호의, 탐욕, 적개심일 수 있다는 게 이상합니다. 이런 현상이 '원래 그래', '다들 하는데'라는 맥 빠지는 비호 아래 정상적인 언론 활동의 일부가 돼가고 있다는 느낌은, 비단 저만 받는 것이 아니리라 믿습니다.

그런 느낌이 들 때마다 히트뉴스의 창간사를 꺼내 봅니다. 제약사에서 걸어나와 기자가 되겠다는 마음을 먹게 만든 한 기사입니다. '한 줄의 기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히트뉴스는 창간됐습니다. 산업과 정부 사이의 꿀벌과 나비를 자청하며, 진실을 보도하고 비판을 가할 것임을 약속했습니다.

사실 거창하게 말할 것도 없겠지요. 저도, 히트뉴스도 우리네 보건의약산업이 잘 되기를 바랍니다. 좋은 정책이 나오고, 좋은 약이 나오고, 좋은 기업이 나와서 우리 모두가 다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정부, 산업, 언론이 상생하는 세상을 꿈꿉니다. '그냥 다 잘 됐으면 좋겠다' 하는 막연하지만, 확고한 마음이 히트뉴스의 진심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고민할 부분들이 많습니다. 상생하지 못하는 언론이 나오는 근본적인 이유는 언론의 '돈 버는 법'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니까요. 돈 내면 쥘 수 있는 확성기 신세에서 벗어나려면, 새로운 옹달샘을 찾아 나서야 할 겁니다. 이것은 우리 모두의, 우리 업계 모두의 고민이어야 한다고 감히 주장해 봅니다.

그래서 '히트뉴스가 해답을 찾았느냐'고 물으신다면, 글쎄요, 아직은 확답을 못 드리지만 고민만 하는 지점은 오래 전에 지나쳤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고민과 함께 오늘도 기사를 쓰겠습니다. 써 주거나, 일부러 쓰거나, 일부러 안 쓰는 기사가 아니라, 그저 쓰는 것일 뿐인 기사를 말입니다. 좋은 기업이 있다면 달려가 만나고, 부족한 정책이 있다면 꺼내어 이야기할 겁니다.

마침 신생 바이오텍 인터뷰 기사와 <끝까지 HIT> 기사 마감을 해야 하는 날이군요. 저의 본분을 다하러 이만 가 보겠습니다. 보건의약산업 곳곳에서 활약하고 계실, 글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도 항상 화이팅입니다.

히트뉴스 취재본부 기자들이 제약사들이 정성들여 제작한 2024년 기업 홍보 달력을 살펴보고 있다. 
히트뉴스 취재본부 기자들이 제약사들이 정성들여 제작한 2024년 기업 홍보 달력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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