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란 유바이오로직스 이사, 2023 세계 바이오서밋 발표
'유비콜', 민간·공공기관 간 성공적인 파트너십으로 탄생
"팬데믹 대응엔 시장 형성·유연한 결제 조건·규제기관 협력 필요"

보건복지부와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 대응 역량 강화'를 중심으로 20~21일 양일간 '2023 세계 바이오 서밋(World Bio Summit 2023)'을 개최한 가운데, 팬데믹 상황에서 경험한 의약품 생산·공급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박영란 유바이오로직스 이사는 20일 콜레라 팬데믹 아래 회사가 얻은 교훈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세계는 현재 숫자와 범위 면에서 심각한 수준의 콜레라 팬데믹을 겪고 있다"며 "작년의 경우 18개국에서 콜레라 발생이 보고됐지만, 올해 그 숫자가 29건으로 대폭 상승한 데다 최근 몇 년 간 치명률도 최고 수준에 달했다"고 강조했다.
WHO는 지난 1월 콜레라를 '3등급 국제 리스크'로 분류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이 밝힌 바에 따르면, 콜레라는 △발생률과 치명률이 높고 △향휴 유행 가능성도 높으며 △백신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있는 관계로 WHO 리스크 등급 중 가장 높은 등급인 3등급에 지정됐다.
다만 콜레라와 같이 그 위험성은 높으나 수익성이 떨어지는 시장은 사기업이 단독으로 진입하기 어렵다. 박 이사는 "공공 백신 개발에는 잘 알려진 악순환이 있다. 백신 공급이 적은 상태에선 백신을 사용하려는 국가가 없어지고, 수요가 줄면 공급이 덩달아 줄어든다"며 "이런 상황에선 공공기관에서 개입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이사에 따르면 유바이오로직스의 경구용 콜레라 백신 '유비콜'은 현재 유니세프 콜레라 백신 물량의 10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민간·공공기관 간의 성공적인 파트너십의 결과다.
박 이사는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Bill and Merlinda Gates Foundation)이 국제백신연구소(International Vaccine Institute·IVI)를 지원하며 콜레라 백신 연구단(Cholera Vaccine Initiative·CHOVI)을 발족시킨 바 있다"며 "이런 지원에 힘입어 유바이오로직스는 IVI로부터 2010년 기술이전을 받아 2015년 WHO에서 유비콜 사전적격심사(Prequalification·PQ) 승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후 유비콜이 시장에 진입하며 시장 크기 자체를 키웠고, 당시 있었던 백신 공급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제형을 단순화하고 가격을 낮췄다"며 "제품 무게는 50%, 부피는 30% 감소시켰으며, 현재 진행 중인 제형 단순화가 완료되면 38%의 비용 절감 효과까지 기대된다"고 부연했다.
유비콜 사전적격심사에는 공공기관의 지원이 주효했다. 박 이사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3년부터 기술 가이드와 사전 컨설팅을 포함한 사전적격심사 지원을 제공해 왔다"며 "이번 달에는 새로운 지원단이 발족해 사전적격심사 가이드라인에 대한 개별 1:1 상담과 기술 컨설팅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박 이사는 이어 콜레라 팬데믹과 유비콜 개발에서 얻은 교훈으로 △시장 형성의 필요성 △유연한 결제 조건의 필요성 △규제기관과의 협력의 중요성을 꼽았다. 박 이사는 "백신 생산업체에 있어 콜레라 백신 시장은 협소한 편"이라며 "이에 세계백신면역연합(Global Alliance for Vaccines and Immunisation·GAVI)은 WHO에 1억1500만달러를 투자해 경구용 콜레라 백신을 200만 도즈(Dose)를 구입하기로 결정하며, 시장을 형성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백신 공급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유연한 결제 조건을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가 좋은 선례를 보여줬듯이, '선시장 공약(advance market commitment)'과 같은 자금 조달 수단을 쓰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박 이사는 그러면서 "팬데믹 대응을 위해선 규제기관과 협력해 시장 진입까지 타임라인을 단축시키는 것도 중요하다"며 "각국 규제 기관과 공조하며, 패스트트랙(fast track) 심사나 동시 검토(parallel review)를 진행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세계 바이오 서밋은 20일과 21일 양일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호텔에서 진행된다. 해당 행사에선 아시아개발은행(ADB)·감염병혁신연합(CEPI)·국제백신연구소(IVI)·혁신적진단기기재단(FIND) 및 질병관리청이 분과 파트너로 참여, 백신·바이오 분야에서 팬데믹 대응 역량 강화를 주제로 발표와 토론이 이어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