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터뷰 | 레코르다티코리아 이연재 대표

정부가 신속한 시장 진입이 가능한 허가와 급여 평가, 약가 협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허가-평가-협상' 시범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히면서 대상 약제가 무엇일지 관심을 모았다. 그도 그럴 것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12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급여 평가 150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약가 협상 60일까지 총 300일이 넘는 이 기간을 상당 기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이 같은 '허가-등재 급행열차'를 탄 2개 품목 중 하나는 레코르다티코리아의 고위험군 신경모세포종 치료제 '콰지바'다. 회사도, 약제도 아직은 낯설지만 미충족 수요(Unmet needs)가 높고 치료옵션이 제한적인 희귀질환 치료제 시장 진입을 당당히 외친 이연재 레코르다티코리아 대표를 만났다.

이연재 레코르다티코리아 대표

 

레코르다티코리아, 한국에서는 아직 낯선데 어떤 곳인가요.

"레코르다티는 1926년에 설립돼 약 100년의 역사를 가진 이탈리아계 제약사입니다. 창립자의 성을 따라 회사 이름을 지었고, 이탈리아 한 지방의 작은 약국에서 제조 공장을 설립하면서 글로벌 제약사가 된 거죠. 지금은 이탈리아 밀라노에 본사를 두고 있고, 약 4500명 이상의 임직원을 포함 전 세계 150여개국에 진출해 있어요. 고혈압과 당뇨 등 프라이머리 및 스페셜티 케어(Specialty Primary CareㆍSPC) , 다발성 캐슬만병, 고위험성 소아신경모세포종 등 희귀질환(Rare Diseases) 치료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작년 3월 희귀난치성 질환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영국 제약사 유사파마(EUSA Pharma)를 인수합병(M&A)하면서 한국에서도 유사파마코리아 법인이 레코르다티코리아로 변경됐습니다. 본격적으로 국내 진출을 선언한 것은 올해 2월 세계 희귀질환의 날을 맞아서에요."

 

아시아지사 4곳 중 하나에요. 한국 시장이 갖는 의미, 무엇일까요.

"레코르다티는 모든 희귀난치성 질환 환자도 치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믿음 하에 희귀난치성 질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자 유사파마를 인수합병했어요. 다발성 캐슬만병, 고암모니아혈증, 고위험성 소아신경모세포종, 쿠싱증후군까지 포트폴리오를 확대했죠.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호주, 일본, 중국에 지사가 있는데, 회사의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

 

회사를 셋업(Set up)하는 과정이 쉽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이전부터 희귀의약품 사업부를 맡으면서 해당 분야에 대한 관심이 계속 커졌고, 새롭게 시스템을 셋업하는 과정에 도전하고 싶기도 해서 유사파마코리아 대표 자리에 왔습니다. 합병이 된 후에는 레코르다티코리아 및 아시아 총괄 대표가 됐어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한국과 아시아에 진출하지 않은 회사를 만들고 발전시켜 나가는 일들이 액티브한 저의 성향과 맞아요. 주어진 상황에 맞게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기에 가치를 더하고, 이를 확장시켜 나가는 것을 재밌어 하는 것 같아요.

지금 한국을 포함해 동남아시아, 홍콩,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11개국을 맡고 있어요. 하루를 2번 사는 것 같다고 생각할 때가 종종 있어요. 보스는 스위스에 있고 유럽에 있는 팀들과 업무하는 경우도 많은데, 한국에서 오후 3시 즈음이 그들이 일을 시작하는 시간이거든요.

물론 힘들기만 하다면 일을 못하겠죠. 오후에 메일을 보내면 당일 답을 받을 수 있고, 혹은 퇴근하면서 요청한 일이 다음날 출근하면 해결돼 있는 것들을 보면서 일 처리가 빨라 보람을 느낄 때도 많습니다."

 

앞서 프라이머리 케어 제품들도 있다고 하셨는데, 한국에서 희귀질환 치료제 시장 진출을 선포했어요.

"네, 저희가 영문법인은 사실 '레크로다티 레어 디지즈(Rare Diseases) 코리아'에요. 프라이머리 케어 제품은 파트너십을 통해서 진행하고 있고, 저희는 희귀질환 치료제 시장을 공략하고 있어요. 주요 제품으로는 다발성 캐슬만병 치료제 '실반트'와 고암모니아혈증 치료제 '카바글루'가 있습니다. 특히 실반트는 다발성 캐슬만병 치료에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유일한 치료옵션이에요. 질환 특성상 환자 수가 적고 진단이 어려운데 질환을 알리는 노력 등을 하고 있어서 진단받지 못한 환자들도 찾아내고 있어요. 또 고위험성 신경모세포종 등 다른 희귀질환에 대한 포트폴리오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콰지바 얘기를 빼놓을 수 없죠. '허가-평가-협상' 1호 약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콰지바는 고위험성 신경모세포종 치료제에요. 지난달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GIFT) 대상 제13호로 지정됐고, 이달 초 희귀의약품으로 지정 공고됐어요. 우선 GIFT 지정이 돼야 허가 평가 협상 트랙을 탈 수 있어서 그 과정을 밟았고, 허가 신청서와 평가 신청서는 곧 제출할 계획이에요. 국내에 연간 50명 정도되는 환자들이 진단을 받고 있고, 이들 중 절반정도가 고위험군에 해당합니다. 아주 어린 소아들이 대부분이에요. 기존 화학요법으로 허가받은 치료제 외에는 따로 치료옵션이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에요. 면역요법 치료제로는 최초일 수 있는데, 하루빨리 신경모세포종 소아암 환자들의 치료선택지에 콰지바가 추가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희귀질환 치료제'와 '소아' 2가지 키워드가 현행 정부의 환자 접근성 방향성과 맞는 것 같아요.

"신경모세포종의 경우 소아 고형암 중 뇌종양 다음으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으로, 소아에서 암으로 인한 사망 중 15%에 해당합니다. 출생률이 낮아지고 있어 환자 수도 감소하겠지만, 신경모세포종 환자들의 생존율이 현저하게 개선된다면 치료제 의미가 크다고 봐요. 특히 소아의 질환은 그 환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창 사회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부모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쳐요. 환자 한 명의 생존은 단순히 약가로만 판단할 수 없는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경제성만을 중점으로 보기 보다 큰 의미에서 결정이 이뤄지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초대 대표로서 역할과 계획, 목표를 말씀해 주세요.

"우리 회사가 올해 새로 선포한 기업 사명은 'Unlocking the Potential of Life'입니다. 환자의 잠재적인 수명 및 삶의 질 개선과 더불어 근무하는 직원들의 잠재성을 끌어올리는 목적을 가지고 함께 매진하자는 뜻인데요. 한국에서도 올해는 실반트의 프로모션에 집중하면서 희귀질환 포트폴리오 확장 및 관련 제품들이 한국과 아시아에 출시돼 환자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잠재력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에요.

또 레코르다티코리아가 한국에서 좀 더 확고한 전략을 갖고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회사가 성장하는 만큼 임직원들도 함께 성장하고 배울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나아가 단기적으로는 치료제가 절실한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고, 중장기적으로는 '희귀질환'을 생각할 때 처음으로 떠올리는 제약사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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