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리트 알터(Galit Alter) 모더나 글로벌 면역학 연구 부사장

최근 5년 이내 제약바이오업계 신데렐라를 꼽자면 주저없이 모더나를 얘기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19 이전까지는 유명하지 않았던 회사였지만,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전 세계 주목을 받았다. 이처럼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모더나가 세상에 알려졌지만 사실, 과학계와 연구자들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모더나의 행보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다고 한다. 모더나는 메신저 리보핵산(mRNA) 의약품 개발에 있어 최첨단 기술을 개발하고 시험하는 바이오테크 기업으로 인식돼 왔다는 것이다. 갈리트 알터(Galit Alter) 모더나 글로벌 면역학 연구 부사장도 이 같은 연구자 중 한명이다. 그는 모더나 합류 이전 하버드대 의과대학 교수로 19년간 재직하다, 작년 10월 모더나에 합류했다. 그는 최근 히트뉴스를 비롯한 국내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전 세계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작년 모더나 면역학 연구(Immunology Research) 부문 부사장으로 임명돼 mRNA와 면역학의 상관 관계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를 이끌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구체적으로 모더나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궁금하다.
"백신 개발 역사에 있어 현재 중요한 과도기적인 시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진행 중인 면역학 분야 연구들은 혁신을 선도하고 있으며, 첨단 기술을 활용해 개발된 백신의 메커니즘과 효과는 면역 기능에 대한 놀라운 효과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개발된 기술 및 도구는 면역학 연구 개발에 비옥한 토양이라고 볼 수 있다. 모더나 합류에 대한 논의들이 시작됐을 때 향후 50년, 100년에 걸쳐 의학계 미래에 커다란 변혁을 가져올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접근 방식에 대해 배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주요 업무는 첫 번째, 면역학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여러 연구팀을 하나로 통합 후 mRNA 백신이 어떻게 우리 면역 체계를 프로그래밍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집중했다. 두 번째는 백신이 유도하는 면역 반응을 깊이 이해하고, 어떠한 첨단 도구를 개발 및 전략적으로 적용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통해 연구자들의 이해를 한 단계 올리기 위한 시도를 했다. 백신 개발에 사용할 수 있는 도구는 다양하지만, 필수적인 도구를 구별하고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mRNA 백신 및 치료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개발하고 있다. mRNA를 이용한 점막 면역 또는 세포 면역의 강화와 면역 반응 자체에 변화를 주는 등 창의적인 시도를 기반으로 더욱 혁신적인 백신 개발을 이끌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19년간 하버드대 의대에서 교수로 재직했는데, 학계와 기업에서의 연구는 어떤 차이가 있나. 그리고 학자로서의 길과 바이오테크 기업의 면역학 연구 리드는 전혀 다른 분야인데, 모더나에 조인하기로 한 결정적 계기는 무엇인가.
"학계와 기업에서 연구 차이는 분명하다. 학계에서 연구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학계에서는 백신의 여러 가지 구성 물질의 조합과 투여 방식 등에 대한 다양한 접근이 가능한 반면, 모더나에서는 mRNA 플랫폼에 집중된 연구 전략을 구사해 나간다. 기업에서 정한 목표를 위해 다양한 연구 수단 및 기술을 총동원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다양한 연구와 목표에 치중된 연구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창궐하면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던 학자들이 모두 힘을 합쳐 전인류적인 위협을 대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연구자들은 면역학적인 기전을 만들어 내야 했으며, 다양한 기업들은 그들이 개발한 후보물질이 면역체계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제가 근무하던 연구소로 프로파일링을 요청해 왔다. 이러한 분석과 연구를 진행하면서 문득 '전 세계 인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솔루션 개발에 왜 직접 참여하지 않고 있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모더나 최고과학책임자(CSO)로부터 모더나 합류 제안을 받았을 때 전 세계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mRNA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mRNA 개발이 차세대 혁신 기술로 떠올랐지만, 장기적인 효과와 안전성 평가는 아직 이뤄지지 않아 여전히 불신이 존재한다.
"우선 팬데믹과 엔데믹에서 백신 활용 접근 방식이 다르다. 팬데믹 시기에는 최대한 많은 인원이 면역 체계와 보호 효과를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백신의 추가 접종을 통해 지속적으로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며, 이를 통해 앞으로 출현할 변이에 대해 우리 몸이 예측하는 한편 대응력도 함께 발전될 수 있다. 이는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는 접근과 유사하다.
반면 엔데믹 시기에서는 면역학적, 건강 의료적으로 취약한 인구에 집중한다. 이런 사람들은 건강한 일반인 대비 면역반응이 충분히 나타나지 않을 수 있어 백신의 추가 접종을 통해 그때그때 등장하는 변이에 따라 필요한 면역 반응을 충분히 생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추가 접종은 실제로 변이에 노출이 됐을 때 항체 또는 T세포 수치가 이미 높게 형성된 대항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한다.
모더나는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여러 활동들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백신 접종에서 나타나는 반응원성은 사람마다 차이가 나타나며, 주사 부위 통증, 피로감 등 접종 초기 반응을 안정화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모더나의 임상시험팀과 면역학자들은 접종한 사람들이 느끼는 불편함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에 대해 면밀히 연구하고 있다. 모더나의 새롭게 업데이트된 코로나19 백신은 그동안 수집한 실사용 데이터와 대규모 임상 연구 데이터 및 관찰된 백신 반응을 기반으로 개발돼 mRNA 항원의 양을 줄였다. 이러한 연구 노력을 바탕으로 향후 상용화될 RSV 백신 등은 주사 부위 통증 등의 부작용이 상당히 줄어든 것으로 확인했다. 모더나의 mRNA 플랫폼은 환자 또는 접종자의 데이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코로나19 등 감염성 질병 외에도 다양한 의학 분야에서 mRNA 백신은 어떤 잠재력을 갖고 있나.
"모더나는 47개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고, 36개는 임상시험 중에 있다. 후보물질 중 상당한 규모와 잠재력을 가진 시장에 진입할 6개의 주요 백신 제품을 향후 몇 년간 출시할 예정이다.
최근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RSV) 백신 후보물질 'mRNA-1345' 허가를 위해 미국을 포함해 유럽의약품청(EMA), 스위스, 호주 등 전 세계에 판매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mRNA 플랫폼을 이용해 설계한 최초의 치료법 중 하나인 '개인 맞춤형 신생 항원 치료제(Individualized Neoantigen TherapyㆍmRNA-4157)'에 대한 기대도 크다. 올해 흑색종에 대한 임상 3상을 시작하며 비소세포폐암을 포함한 다른 유형의 종양으로도 빠르게 확장할 계획이다.
희귀질환 분야에서는 프로피온산혈증 mRNA 치료제 후보물질 'mRNA-3927'의 임상 1/2상은 용량 확장 임상 단계로 넘어갔다. 또 전신 세포 내 치료제 분야에서는 모더나의 당원병(당이 저장되거나 사용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효소의 결핍으로 나타나는 유전질환) 1형 mRNA 치료제 후보물질 'mRNA-3745'의 임상 1/2상에서 고무적인 안전성 데이터를 확인했으며, 메틸말론산증 mRNA 치료제 후보물질 'mRNA-3705'에 대한 임상 1상도 진행되고 있다."
언급한 것처럼, 호흡기 바이러스 질환의 백신 및 치료제 시장의 요구가 크다. 모더나의 경우도 RSV 백신 개발뿐만 아니라 콤보 백신 등 호흡기 질환 분야에서 활발하게 개발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호흡기 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질병 부담이 높은 질병 중 하나다. 현재 모더나는 △코로나19, 독감, RSV 등 3가지 콤비네이션 백신 △코로나19, 독감 등 2가지 콤비네이션 백신 △사람 메타뉴모바이러스(hMPVㆍhuman metapneumovirus)와 사람 파라인플루엔자바이러스(hPIVㆍparainfluenza virus) 2가지 콤비네이션 백신 △RSV와 사람 메타뉴모바이러스 2가지 콤비네이션 백신 모두 임상 1상을 진행 중에 있다. 면역학자로서 하나의 백신으로 여러 종류의 질병이 치료될 수 있다는 장점이 호흡기 질환뿐만 아니라 다양한 질환들을 하나의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긍정적인 가능성을 열어 뒀다고 생각한다."
모더나에서 이루고 싶은 포부나 면역학 연구 측면에서 그려왔던 청사진이 있다면.
"면역학 연구의 청사진은 명확하다. 첫 번째 우선순위는 우리의 플랫폼 기술을 이해하고 혁신을 일으키는 것이다. mRNA가 모든 질병과 싸우기 위해 면역 시스템을 프로그래밍하고 재프로그래밍하는데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두 번째, 백신이 어떻게 질병과 싸우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특히 전염성 질환에 대해 어떻게 설계하고 개선해 특정 병원체에 대한 보호를 전 세계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지에 집중하고 있다. 여러 임상시험을 통해 최상의 백신 개발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mRNA에 대해 더 깊이 배우고 세포 하나, 분자 하나의 상호작용을 이해해 궁극적으로 mRNA 의약품에 대한 이해를 이끄는 리더가 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