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자가제품과 직접영업 VS 제네릭의약품과 CSO

매일 마주하는 거울 앞에서는 멀쩡했던 중장년들이 스마트폰 사진 속 낯선 자신을 발견하곤 흠칫하듯 대한민국 전통제약산업을 '스마트폰 사진'으로 찍어보면 대략 10년 단위로 깜짝 놀라게 된다. ❶의사와 약사 역할을 명확히 나눈 2000년 8월 시행 의약분업은 제약산업계에게 호재가 돼 신바람을 일으켰다. ❷2012년 약가 일괄인하는 제일 먼저 완제 제약회사들을 울렸고, 완제 제약회사들이 원가절감을 내세워 중국산 등 저렴한 원료약을 사랑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국내 원료산업은 통곡했다. 그들의 통곡은 멈추지 않았다. ❸2023년 제약회사들의 원가절감 노력이  CSO 비즈니스를 발견해 유행으로 번지며 적잖은 제약회사들이 'CSO비즈니스로 전환할 결심'을 하고 있다 한다. ❹앞으로 10년, 2033년 스마트폰 사진 속 전통 제약산업군상이 궁금해진다.

'건강보험을 자신들의 우주로 삼은 기업들'은 매년 예측가능한 매출을 일으키고, 짐작할만한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다. 그래도 누군가는 했다. 미래가치라는 신약 혹은 신제품에 뜻을 둔 기업들은 매년 허리띠 졸라매며 R&D 비용을 썼다. 신약 R&D는 가시적 성과를 꽤 냈지만, 기업들은 R&D가 부담으로 작용한 기업들의 사례를 선택적으로 떠올리며 온실속 화초이기를 원했다. 그러는 사이 전통제약회사들의 상상력이 미치지 못하고, 엄두를 내지 못했던 곳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이 자라났다. 업력 50년이 넘는 전통제약회사들이 그토록 도달하고 싶어하던 매출 1조를 단숨에 넘어버린 두 신흥기업이 전통산업계에 던지는 공통 메시지는 '건강보험 온실 밖을 상상하라'는 것이다. 온실 밖 도전이 가능하려면 실패를 감당할 수 있는 현금창출 능력이 있어야 한다.     

2023년 전통제약산업계 안에는 현금을 창출하려는 두 개의 전선, 두 개의 세력이 엇비슷하게 맞서있다. ①신약, 개량신약, 제네릭 가리지 않고 자가제품을 확보해 영업 능력(일부 코프로모션)으로 현금을 창출하겠다는 세력과 ②공장 생산능력을 확대한 효과를 CSO를 통해 효율적으로 구현하겠다는 세력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①의 경우가 대부분 매출 기준 상위 제약회사들이라면 ②의 경우는 매출기준 중소제약회사에서 벗어나 상위권으로 도약하려는 제약회사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자신들이 보유한 역량을 잘 쓸 수 있는  방식의 선택일 뿐이지 어떤 것이 더 낫다, 아니다 할 사안은 아니다. 10년 정도 지나면 소수 절대 강자들이 시장을 휘어잡아 주도할지, 4000억~6000억 정도 기업들이 많아져 더 빡빡한 경쟁이 이어질지, 누구도 모른다.

직접제조한 자가제품의 장점은 높은 이익률이다. 한미약품이 2015년 대규모 기술수출하기까지 10년 가량 총 R&D 비용을 1조원이나 쓸 수 있었던 것도 전체 보유품목 대비 90%가 넘는 자가제품 덕분이었다. 제네릭의약품으로 시작했으나, 이후 개량신약 전략으로 돌아선 한국유나이티드 강덕영 대표는 "방빼라면 빼야하는 게 도입품목"이라며 자가제품이 최고라고 늘 강조한다. 국내신약도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HK이노엔 케이캡, 대웅제약 펙수클루정과 엔블로, LG화학 제미글로 등은 직접 영업이나 코프로모션을 통해 상업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케이캡과 펙스클루정은 내수를 넘어 글로벌 영토를 넓히고 있다. 카나브 패밀리라는 국내 신약을 가진 보령은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는 특허만료 오리지널 의약품을 인수하는 LBA 전략까지 펴며 자가제품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현금창출을 통한 미래의 가능성이라는 '제리'를 쫓는 '톰들'의 경쟁은 또다른 시작점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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