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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신약 연구성과 발표를 대하는 국내외 기업간 태도 차이

이달 2일부터 6일(현지 시각)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 국내외 많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참여해 자사의 임상 연구 성과들을 알렸다. 행사에서 공개된 초록수만 해도 5000건을 넘었다. 혁신 항암제 개발을 위한 전 세계 연구자들의 무한 경쟁을 짐작할 수 있다.
기자는 ASCO가 진행되기 전과 후 국내 기업과 다국적 제약사로부터 제공된 보도자료로부터 차이점을 발견했다. 글로벌 빅파마라 불리는 다국적사들은 본격적인 발표가 이뤄지기 전까지 최대한 목소리를 아꼈다. 사전에 공개된 건 A4 한 장 분량의 초록이 전부였으며, 일반 대중들의 기대 심리를 불러일으키는 자극적인 메시지는 최대한 배제했다.
반면 국내 바이오벤처기업들은 상영을 앞둔 영화 광고처럼 '우수한', '차별화된', '놀라운' 등과 같은 키워드를 앞세워 ASCO에서 공개되는 발표 내용이 혁신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언론 매체들을 통해 호들갑을 떨었다.
구두 발표 형식이 됐건, 포스터 발표로 이뤄졌건 ASCO에서 각 기업의 데이터가 공개되고 나서도 차이점은 명확하게 드러났다. 다국적사는 회사 발표 시점에 맞춰 적극적으로 태도가 변모했다. 본사 웹페이지에 ASCO에서 발표된 연구 데이터를 상세히 공개하고, 가장 최근 회사가 공개했던 데이터와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 임상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회사 측의 입장부터 임상을 진행한 PI(연구책임자)의 입장까지 객관적이고 상세히 서술해놨다. 물론 전문적인 의학 용어가 등장하는 임상 내용을 일반 대중이 완벽하게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시간을 투자한다면 충분히 맥락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었다.
히트뉴스 제공 기업들의 신약연구 성과 바로보고 판단하는 기준
반면 상당수 국내 기업들은 대조적이었다. 해당 회사들이 제공한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①해석 없이 임상 데이터들을 나열하거나 ②1차 유효성 평가변수(Primary endpoint)가 어떻게 분석됐는지가 위주가 아니라 성과를 보인 평가변수만을 부각하거나 ③구체적 데이터 없이 '효과를 입증'했다고만 강조 ④내용보단 국제적 행사에서 발표했다는 점에만 의의를 두는 등의 특징을 보였다. 대중들이 그들의 보도자료를 통해서 파악할 수 있는 점은 단순 숫자 비교와 수식어를 통한 '그럴싸함' 뿐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지나 바이오 분야 IPO 시장이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지만, 자고 일어나면 유상증자 소식이 나올만큼 전반적으로는 돈이 돌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국내 바이오 분야 투자심리는 여전히 냉동상태다. 냉동투심의 원인으로 바이오 벤처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실망, 불신이 꼽혀왔다. 이같은 상황을 돌파하려면 개과천선이 필요했지만, 아직 관종유혹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한 모습이 ASCO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유형의 상품을 보유한 제약사들과 다르게 바이오 벤처들은 그들이 보유한 무형의 기술력이 총 자산인데, 무형의 자산은 신뢰 위에서 다뤄질 때 보석이 될 수 있다.
누구라도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아 투심에 어필하려 연구성과를 부풀리고 꾸며서는 안된다. 객관적이고, 과학적 사실만으로 성과를 설명하고 소통해야 한다. '우수한' '차별화된' '놀라운'과 같은 '최상급의 외침들'은 이솝우화의 늑대소년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늑대가 나타났다'고 일상적으로 외치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얼어붙은 투심을 녹이기는커녕 더 길고 매운 빙하기를 부르게 된다. 바이오 생태계의 각성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