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
정부가 '바이오 투자 혹한기'에 대처하는 자세

올해 들어서도 바이오 벤처·스타트업 투자 혹한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일부 뛰어난 기술력과 연구개발(R&D) 역량을 갖춘 맨파워(인재)로 구성된 바이오 벤처·스타트업은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는 소식도 간간이 들려온다. 일각에선 바이오 기업공개(IPO) 훈풍 분위기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도 내비치고 있지만, R&D 자금에 목마른 대부분의 창업자들에게는 딴 나라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한 바이오업계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투자 혹한기 속에서 바이오 벤처·스타트업이 겪고 있는 고충을 토로했다. 바이오 초기 기업이 생존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고사할 위기에 처한 것뿐만 아니라 후기 투자 단계의 벤처도 자금난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혹독한 자금난 속에서 어찌 보면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는 기업은 우수한 R&D 파이프라인을 토대로 이미 글로벌 임상에 나선 곳들"이라며 "미국과 유럽 등에서 진행하는 임상에 드는 막대한 R&D 비용으로 인해 이러한 기업들 또한 자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정 펀드의 결성 규모도 중요하지만, 결성을 마친 해당 펀드의 자금을 적재적소에 창업자에게 빠르게 투자 집행할 수 있는 의사결정, 즉 타이밍도 중요하기는 마찬가지"라며 "유망한 파이프라인 임상이 자금난으로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국내 바이오 벤처·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빨리 집행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자는 궁극적으로 투자 수익을 좇는다. 창업자는 투자금을 토대로 상업화를 최종 목표로 한다. 물론 여기에는 상업화를 위한 그 전 단계인 글로벌 기술이전(L/O)도 포함돼 있다. 상업화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는 투자 수익이 클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투자자는 성공 가능성이 높은 창업자나 창업 기업 물색에 가장 큰 주안점을 둔다. 창업자와 그 팀 멤버는 파이프라인의 개발에만 전념한다. 결국 투자자와 창업자는 돈(투자금)으로 연결돼 있는 구조인 셈이다.
지금과 같은 투자 혹한기에는 적은 규모의 투자라도 창업자나 창업기업이 필요로 하는 타이밍에 투자가 집행되는 것이 가장 큰 관건이다. 국내에서 재무적 투자자(FI)든 전략적 투자자(SI)든 지금 당장 민간 차원에서의 투자를 독려하기에는 여러 현실적인 제약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의 투자 집행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K-바이오·백신 펀드인 '메가펀드'를 결성하기로 하고 운용사도 선정을 완료한 상태다. 올들어 당초 목표로 한 펀드 결성금액이 아직 충족되지 못해 해당 펀드는 여전히 클로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투자 집행으로 나아가기까지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가 모든 바이오 벤처·스타트업의 니즈에 부합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자금난으로 인해 글로벌 임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유망한 바이오 벤처의 임상이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 때로는 그 규모보다도 속도나 타이밍이 중요한 순간이 있다. 정부의 신속한 행정 처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관련기사
- "제약사의 SI 투자는 바이오 벤처의 한 줄기 희망"
- 삼성바이오와 파트너를 꿈꾸는 국내 벤처들의 간절한 눈빛
- 자금 회수·기술 상업화 등 불확실성에 머뭇거리는 바이오 투심
- "K-바이오백신 펀드 조성, 결성 방식·투자 범위 조정 필요"
- 기술 수출 기업도 훌륭하지만, 완제 수출 기업도 박수 받아야
- 'K-바이오백신 펀드' 조성 운용사 다시 찾는다…투자범위도 확대
- 상장 바이오텍의 '법차손' 딜레마와 2년이라는 '골든타임'
- VC, 바이오백신 펀드 운용·벤처펀드 결성… 돈 가뭄 단비될 듯
- 제약바이오협회 "K-바이오·백신 1호 펀드 결성 환영"
- 바이오의약품협회 "K-바이오·백신 펀드 설립 환영"
- "제약바이오 투자 가뭄 속 단비 되길" K-바이오 투자 콘퍼런스 개최
- "글로벌 L/O는 계속되고, 응원받으면 K제약바이오는 더 잘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