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HIT
4배 용량 대체제 이어 대체제 영업까지
소비자·약사 위해 필요한 건 답보다 '납득'

우리는 대화를 하다 혹은 말도 안되는 여러 이야기를 듣다 가끔 이렇게 이야기한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어도 가슴으로는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참 모를 말이다 싶으면서도 문득 이성적 이해보다 가끔 감정적 수용이 앞서야 하는 '종특'의 사고 체계를 잘 설명할 수 있는 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최근 벌어진 유소아용 감기약 일반의약품 챔프의 전량 회수 상태를 둘러싼 반응이 딱 그렇다. 사건이 일어났던 며칠 전으로 다시 한 번 거슬러 올라가보자. 해당 제품이 갈변, 미생물 문제로 회수되던 당시 대체 가능 의약품 리스트를 보다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제품이 해당 목록에 자연스레 올라가 있던 탓이었다.

아이를 키워본 이들은 알 만한 일이다. 집에서 약을 먹일 때 파우치 형태나 병은 통상 5ml를 기준으로 한다. 잔병치레가 많은 2~3세 아이들이 먹는 양이 그 정도라서 일회용 파우치 제품은 이를 기준으로 한다. 한 포에 들어있는 아세트아미노펜의 양은 160mg이다. 그런데 1회 복용량에 들어간 해당 제품은 640ml, 양도 20ml나 된다.

겉 보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콜라 500ml를 구매하다 2L를 구매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허가 사항과 포장에 아이를 대상으로 먹일 경우 1회 복용량 등을 표기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의문이 생길 법 하다. 이를 가볍게 보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같은 함량과 같은 용량을 주면 되지 않느냐, 어차피 꼬마약병(약국 등에서 파는 주둥이가 긴 병)에 넣으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 등을 제기한다면 '그렇다'라고 밖에 대답할 수 없는 '틀림 없는 대체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국 등을 비롯해 일각에서는 문제를 제기했다. 1회 복용이 아닌 제반사항을 고려한 복약지도가 필요했고 이를 환자에게 주지시켜야 했다. 혹여 부모가 유소아에게 잘못 먹이는 일이 발생한다면 아이가 '응급실 신세'를 져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은 이어졌다. 

약국과 제약업계에서는 딱 지난해 즈음에 있었던 호주산 타이레놀 긴급 도입을 떠올렸다. 해열진통제가 모자라던 당시 정부는 협상 끝에 호주산 타이레놀을 도입했다. 그 과정에서 일부 농도가 다르다는 점을 알리며 혹여 모를 복약실수 그리고 약화사고를 조심하도록 했다.

하지만 정작 이번 챔프 사태에서는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미 상당수의 제품이 처방 시장에서도 쉬이 구할 수가 없던 상황에서 대체약 선정 역시 다소 세심함이 부족하지 않았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일부 제약사가 해당 제품을 영업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회사 측은 공식 영업이 아닌 일부 지점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업계에서는 굳이 지금 시점에 영업을 했어야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해당 제약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유소아용 약제를 가지고 있는 제약사들은 약국을 찾아가 해당 제품이 아닌 여타 성분의 제제를 소개하며 '우리 제품은 문제가 없다'며 일부 제품을 폄하하는 듯한 영업을 하고 있고, 나아가 자사 온라인몰 등에 홍보 배너 등을 올리며 그 빈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일련의 사태는 '잘못되지 않았다'. 발빠르게 대체 약제를 선정한 식약처와 제품의 회수 이후 빠르게 자사의 제품으로 품목 전환을 시도하는 제약업계의 노력을 무시하거나 폄하할 생각이 없다.

다만 작금의 상황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세트아미노펜 제제의 회수 이후 타 약제와 많은 용량의 제제를 판매하기 위한 제약사의 움직임 그리고 혼선을 고려하지 않고 완충지대 없이 대체제를 선정한 식약당국은 '뭔지는 알겠는데, 쉽게 납득하기는 어려운' 사태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납득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머리로 그 당위성과 흐름을 언전히 알게 되는 것이다. 또다른 하나는 그 상황과 흐름을 명확히 알지 못해도 '그럴 수 있겠구나'라는 감정의 공감이다. 이번 챔프 사태는 머리로 그 상황을 명확히 알 수는 있지만 '굳이'라는 말이 머릿속에 도는, 감정적 납득이 부족해보이는 아쉬운 단면인 셈이다. 혹여 아이가 아플 때 잠못들며 시간마다 열을 재고 코가 막혔을까 새근거리는 소리마저 집중하는 부모에게 필요한 건 업계가 내놓은 답이 아닌 '납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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