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에서 파산까지...휘청였던 페어테라퓨틱스
나락인가 반등인가...한국 관점 페어테라퓨틱스
미국 디지털치료기기(DTx)기업 페어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가 지난 7일 파산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는 이 같은 페어테라퓨틱스의 하락세가 예상보다 가파르다는 의견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페어테라퓨틱스의 파산절차 돌입에는 과도한 비용과 부족한 수익 등 제무상 원인이 치명타로 작용했으며, 그 원인으로는 보험시장 진입의 어려움 등이 지목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DTx 기업 몰락을 우리나라 DTx 업계 반등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매각에서 파산까지...휘청였던 페어테라퓨틱스
페어의 파산절차 돌입과 Chapter 11
지난 7일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는 페어테라퓨틱스가 미국 파산법 제11장(Chapter 11)에 따른 파산절차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Chapter 11은 기업이 부채를 상환할 수 없거나 채권자에게 지불할 수 없는 경우 기업을 운영해 부채와 운영을 재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프레임으로 우리나라 법정관리신청과 유사한 제도다.
페어...시장에 매물로 나왔었는데?
업계는 페어테라퓨틱스의 하락세가 예상보다 가파르다는 의견이다. 불과 한 달 전인 3월 페어테라퓨틱스는 매각 절차에 돌입한다고 밝히며 그외에도 합병, 자산매각, 라이선스 아웃 등 자금조달 방안을 모색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파산절차는 페어테라퓨틱스의 새 주인이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지속되는 경영악화라는 의견을 제기하며, 매각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로는 회사의 회계가 지목됐다. 빚은 많은데 벌이가 적다는 의미였다.
빚이 얼마였길래?
SEC에 공시한 내용을 살펴보면 페어테라퓨틱스는 2022년 1억2335만 달러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제품, 라이선스, 서비스 등 전체 수익은 1269만달러를 올린데 비해 1년간 운영비용으로 1억3604만달러를 지출했고, 총 부채는 6454만 달러에 달했다.
운영비용을 줄이고자 페어테라퓨틱스는 작년에만 두 차례(7월 25명 감원, 11월 59명) 정리해고를 단행하는 등 조치에 나섰지만 마땅한 주인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험시장 진입 사실상 실패...벌이도 부족했다
2021년 페어테라퓨틱스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페어테라퓨틱스의 약물중독, 오이오피드 중독 DTx의 미국 공보험(Madicare/Madicaid) 적용 인구비율은 전체 9%남짓이었다. 적용 범위 역시 전체 50개 주 중 3개에 그쳤다.
페어테라퓨틱스의 2022년 매출은 1269만 달러였는데, 이는 당초 예상치인 1400~1600만달러(연초 2200만달러에서 수정)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였다.
인력 15명만 남긴다...페어 대책은?
페어는 파산신청 절차 전 대출기관과 사용 가능한 현금으로 회사 운영 및 비용을 조달한다는 합의를 이뤘으며, 부가적으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5일, 페어테라퓨틱스는 이사회를 개최하며 7일부로 약 170명의 인력 규모의 92% 해고를 승인하고 15명의 직원이 Chapter 11 프로세스를 운영할 것을 승인한 바 있다.
나락인가 반등인가...한국 관점 페어테라퓨틱스
DTx 몰락? 추격기회?
페어테라퓨틱스의 추락을 두고 업계는 DTx시장 축소 우려 또는 글로벌 시장 추격 기회라는 다각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만 새로운 기회로 삼기 위해서는 기존 DTx 형태를 벗어난 새로운 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페어테라퓨틱스는 2017년 미국 FDA 허가를 획득(약물중독 DTx, reSET)했지만 허가 후 6년이 되던 해까지 미국 전체 보험적용률의 9% 정도 점유율 만을 보였다"며 "미국 공/사보험 보험자들과 협상을 이끌어내지 못했거나, 환자 사용률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인 만큼 DTx의 보험시장 접근은 더욱 어려워 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건강보험 진입에 실패한 원인은 페어테라퓨틱스의 DTx 접근법에 있는 만큼, DTx를 의료시장 필수요소로 자리잡게 하는 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웰트 강성지 대표는 "DTx의 의료시장 목표는 Good to Have(있으면 좋고)보다는 Must Have(이건 있어야해!)가 돼야 한다"며 "그를 위해서는 페어테라퓨틱스 제품군이 확보했던 치료효과 외에 필수적인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몇 분 후 심정지 가능성 확인'과 같은 초정밀 예측 등 치료 및 관리를 넘어 DTx에 누적되는 데이터와 건강 데이터를 결합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또한 그는 여러 파이프라인, 여러 업체들이 공존하는 시장 구축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 대표는 "임상현장에 다양한 기업의 제품들을 제공해 환자 경험을 늘리는 등 DTx 영역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