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알츠하이머' 시각은 부적절...루이소체 치매, 임상 진전 더뎌

사진=문경미 더컴퍼니즈 대표
사진=문경미 더컴퍼니즈 대표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은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이지만 치매 그 자체가 아닙니다. '치매=알츠하이머' 시각이 치매 치료제 개발에 있어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루이소체 치매(DLB, Dementia with Lewy bodies)는 치매의 두 번째 원인입니다. 알츠하이머병과 흔히 동반되지만 아직 제대로 된 임상 진행을 못하고 있습니다."

예병석 신촌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는 지난 13일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미래를 열어가는 혁신신약살롱 서울 모임서 이같이 밝혔다. 예병석 교수는 '임상에서 바라본 치매의 최신 견해'를 주제로 발표하며 루이소체 치매에 대한 내용을 소개했다.

루이소체 치매는 치매 발병의 두 번째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루이소체 치매는 치매 발병의 두 번째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예 교수는 "아밀로이드(Amyloid)가 뇌에 쌓이고 10년 정도 지난 후 타우(Tau)가 쌓이면서 뇌가 위축되고, 치매가 진행된다는 아밀로이드 가설이 학계서 정설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임상에서 현재 실행하고 있는 아밀로이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을 살펴보면, 피질(Cortex)의 바깥 부분이 밝게 보이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아밀로이드 PET을 분석할 때 소뇌 피질을 기준으로 잡아 정량 분석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예 교수는 "루이소체 치매는 임상에서 거의 진단되지 않았지만 굉장히 중요한 병이라고 생각한다. (루이소체 치매가) 1980년대 중후반 치매를 일으키는 중요한 병이라는 콘센트가 발견됐다"며 "1990년대 들어 영국 뉴캐슬 대학서 치매 환자들의 부검을 진행하면서 15~20% 정도의 환자가 루이소체 치매를 앓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알츠하이머병과 루이소체 치매의 인지기능저하 패턴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는 "루이소체 치매는 알츠하이머와 달리 천천히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증상이 갑자기 나빠지거나 또는 좋아진다. 또 갑작스럽게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화를 내는 등 기복을 보이는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며 "루이소체 치매는 알츠하이머와 달리 기억력보다 집중력이 떨어진다. 잠꼬대, 후각 기능 저하, 어지럼증, 변비 등 다양한 증상들이 생기는 병"이라고 설명했다.

알츠하이머병과 루이소체 치매의 인지기능저하 패턴 비교.
알츠하이머병과 루이소체 치매의 인지기능저하 패턴 비교.

예 교수는 "세브란스병원서 루이소체 치매 환자들을 대상으로 아밀로이드 PET을 찍은 후 아밀로이드가 쌓인 정도가 증상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를 살펴봤다"며 "루이소체 치매 병리가 있는 환자에서 알츠하이머가 같이 생기면 DLB로 진단될 확률이 높아진다"고 했다.

치매 진단의 현실적인 어려움은 무엇일까? 예 교수는 "현재 아밀로이드 양성 루이소체 치매와 알츠하이머병을 구분할 수 있는 진단법이 부재한 상태"라며 "순수 알츠하이머병과 혼합형 알츠하이머병(알츠하이머+루이소체)를 구분해 줄 진단법이 없다. 알츠하이머병과 루이소체 치매가 함께 있는 환자와 알츠하이머병만을 가진 환자는 자연 경과 및 약물에 대한 반응이 다르다"고 말했다. 

모든 치매를 알츠하이머 유무에 따라 구분하게 되면 (치매) 오진 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 그는 "오진이 발생하게 되면 환자의 증상을 완화시키는 방법뿐만 아니라 치매 치료제 효과를 오판하게 만드는 이유가 될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루이소체 치매를 고려한 (치매) 진단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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