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 인건비, 토요 배송 등 9가지 현안은 풀어야

지오영 그룹(12곳) 4조7648억 원, 백제약품 그룹(3곳) 1조9004억 원, 쥴릭파마 그룹(2곳) 1조3286억 원, 동원약품 그룹(6곳) 1조2378억 원, 부림약품 그룹(4곳) 1조0328억 원. 의약품도매유통업계 리딩 그룹과 그들의 2021년 매출액이다. 대한민국 어느 제약사와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는다. 

오히려 지오영 그룹은 같은 해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최대의 매출액을 올린 셀트리온(1조9116억 원)보다도 2.5배나 더 많았다. 명실 공히 한국 의약업계 최대의 거상이 됐다.

태전그룹(3곳) 9655억 원, 일본 스즈켄이 2대 주주(지분 45%)인 복산나이스 9464억 원, 지오팜 그룹(4곳) 8500억 원, 비아다빈치 7848억 원, 인천약품 7436억 원, 엠제이팜 7189억 원, 안연케어 4963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주축인 의약품유통업계가 올해 밖으로 노출시킨 공통 현안 이슈(issue)들의 키워드(key word)를 보면 △인력난(3D업종 인식) 가중 △인건비 상승(최저임금 상승+주52시간 근무제+콜드체인 규정 강화 등) △토요 배송회수 축소 △초저가 낙찰 여전 △저마진 심화 △병원직영도매 활성화 조짐 △반품 손해 △높은 이자부담(고금리) △택배비 인상(유류비 상승) 큰 부담 등 9꼭지로 정리된다(생물학적제제 강화 규정은 일단락 돼 제외함).

인력난의 경우, 뽑아 놓고 출근 시킨 날이 퇴직일이라고 하소연들 하고 있다. 쿠팡 등이 인력을 싹쓸이해 간다고 아우성들이다. 의약품 유통업계가 자칭 3D 업종에 속한다고 스스로를 냉소하고 있는 것 같다. 누가 그렇게 만들었나?

인건비가 상승하고 있다고 읍소하고 있다. 법정 최저임금이 계속 오르고 있으며 주52시간 근무제 등 때문이라고 추호도 주저 없이 아무 거리낌 없이 이유를 대고 있다. 읍소하는 목적은 대체 무엇일까? 애처롭게 보이면 얻는 것이 있는 것일까. 법정 최저 임금과 주52시간 근무제도 감당하지 못하면서 인재가 몰려들어 인력난이 해결되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일까?

토요일 배송 문제도 도마 위에 올려져있다. 이런 것까지 의약품 유통업계의 주요 이슈이자 과제 거리가 되고 있는 형편이다. 토요 3배송~5배송은 의약분업 직후부터 필요성에 의해 유통사들 각자가 형편에 맞춰 자진해서 시행한 것이 오늘날 관행이 돼 버린 것이다. 누가 하라고 해서 한 것도 아니었다.

이게 어디 사단법인체가 나서서 결정할 문제인가. 경쟁자는 배송하고 있는데 나만 배송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질 것이므로 '우리 모두 공평하게 배송 회수를 줄이거나 아예 하지 맙시다'라고 하는 이심전심의 물귀신 작전의 꼼수 아닌가. 

개국가가 그것을 용인할 리 만무하다. 게다가 공정거래법에서도 금지하는 단체 행동 아닌가. 물론 도매유통업계도 개국가가 반대할 것이라고 예상했을 것이 빤하다. 그럼에도 이런 과제를 논의하는 이유는 '우리가 지금 이토록 어렵습니다'라고 하는 사정을 알리는 효과를 노리기 위함인가?

초저가 낙찰도 여전했다. 전보다는 어느 정도 개선된 것으로 판단되지만 1원짜리 낙찰 현상은 사라지지 않았다. 올해는 보라매병원에서 그 현상이 이어졌다. 초저가 낙찰과 관련된 촌극도 벌어지고 있다. 예정 수량이 일찍 소진되고 추가 납품 수량이 늘어나자 손해를 줄이기 위해 초과된 의약품만 따로 입찰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저마진 심화 과제는 이제 의약품 유통업계가 달고 사는 만성적 고질병으로 고착돼 버렸다. 제약사들에게 개선시켜 달라고 아무리 졸라대도 대답 없는 메아리가 된지 오래다. 제약사도 '내 코가 석자' 아니겠는가. 제약사들이 겁먹을 만큼 커진 유통업체들의 매출 덩치를 보면서 불쌍히 여기며 도와주려고 하겠는가.    

설상가상, 저마진 과제와 관련해 의약품 유통업계가 가장 두려워할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음을 필히 유념해야 할 것 같다.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극심한 적자생존 게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스크래핑(scraping) 기술의 발전이다. 이 기술과 빅데이터(Big Data)에 속하는 수만 종의 의약품에 대한 유통시장 가격 정보가 접목될 경우, 어느 유통사의 어떤 의약품이 얼마의 가격에 판매되는지 한 자리에서 모두 검색할 수 있어 요양기관(약국 및 의료기관)은 유리한 유통사를 찾아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통업체의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출하 가격이 숨겨지지 않은 채 완전히 그대로 노출되는 것인데 현재 그 기법이 '의약품 주문 통합 플렛폼' 전문 업체에서 개발ㆍ보급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스크래핑(scraping) 기술이란 필요한 데이터를 긁어모아 추출해 제공하거나 가공하는 기술로, 수많은 각종 웹사이트 등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고객의 유통 가격 정보를 한데 모아 관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엄청 극심한 가격경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가히 의약품 유통시스템의 혁명에 속하는 개념이다.

병원직영도매가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다며 활성화 조짐에 크게 우려하고 있다. 도매유통업계에 묻고 싶은 게 있다. 예컨대 한국의약품유통협회에 소정의 회비를 꼬박꼬박 납부하고 있는 정회원인 '비아다빈치'는 병원직영도매인가? 아닌가? 이 질문의 답변 여하에 따라 병원직영도매에 대한 과제 해법의 향방이 달라지게 돼 있기 때문이다. 올해 3월3일 유통협회 정기총회 때 비아다빈치는 협회 감사패까지 받았다. 

올해 의약품유통업계의 △인력난 가중 △인건비 상승 △토요 배송회수 축소 △초저가 낙찰 여전 △저마진 심화 △병원직영도매 활성화 조짐 △반품 손해 △높은 이자부담(고금리) △택배비 인상(유류비 상승) 큰 부담 등 9꼭지의 현안 과제는 '피해자(victim) 코스프레(Costume Play, コスプレ)' 대상이 아니기를 바란다. 

사사건건 "우리 이렇게 어려워요, 제발 도와줘요"로 귀결시키다 보니 금년 한 해 '보채기'로 일관했다 해도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