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동국약대 송하준·김태홍·황시현·이승현 학생
'약국+ESG'로 대한약학회 포스터발표상
"위기 속 약사 '역할'에서 출발…내 흐름이 사회적 변화로"
버려지는 의약품은 누구의 책임인가. 약국의 역할은 어디까지고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끊임없는 난제를 두고 약업계는 고민에 빠져 있다. 이런 가운데 약대생 네 명은 '약사 스스로부터'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동국대학교 약학대학 김태홍·송하준(5학년)·이승현(3학년)·황시현(4학년, 가나다 순) 학생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해외학술탐방장학' 프로그램을 통해 영국에서 답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ESG와 함께 묶은 이들의 결과물은 2022년 대한약학회 추계학술대회 포스터발표상으로 돌아왔다. 학교 내에서도 약대생이 처음 참여한 것을 감안하면 '성공적'이었던 셈이다.
최근 히트뉴스는 최근 이들을 동국대 바이오메디캠퍼스에서 만나 직접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약사 스스로의 사회적 기여를, 지역으로, 사회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그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수상자는 송하준 학생이며, 나머지 3인은 함께 탐방을 진행했다.

"AI 위기 속 약사, 긍지 가지려면…"
고민이 만든 답변
약대생들이 탐방을 통해 내놓은 포스터는 영국의 불용의약품 반품과 상담과정을 최근 화두인 ESG와 함께 묶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송하준 학생은 "주제 선정은 AI 등으로 각 직업의 역할이 사라지는 가운데 의약업계 종사자가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확장할 수 있을까라는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면서 시작됐다"고 운을 뗐다.
진정성 있는 기여가 사회의 존중을 만드는 상황에서 경영과 사회적 책임을 함께 하는 ESG라는 키워드가 결국에는 약국과 닿아있지 않겠냐는 뜻이다. 그리고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이 폐의약품이었다.
이승현 학생은 "ESG는 사람이 특정 회사에 좋은 인식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라고 본다"며 "약사가 된 이후 환자의 시선과 환경을 고민하면서도 '긍지를 가지고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생각의 과정이 이번 연구의 목표였다"고 말했다.
이들이 영국에서 찾은 'E'(Enviroment, 환경적 가치)의 핵심인 폐의약품 처리 방안은 '커뮤니티 의약품 프레임워크'와 '미사용의약품 회수카드'. 이들은 약국 근무를 했던 약사, 현재 근무중인 약사와 인터뷰를 토대로 영국의 의료보장보험인 NHS 내 폐의약품 처리가 국가적 사업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실제 영국 약국의 경우 약사에게 관리 수당을 지급하며 약국이나 '부츠' 등 드럭스토어가 폐의약품을 직접 회수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공공 캠페인 포스터 등을 통해 국민의 주의를 환기시키며 분위기를 만들었다.
송하준 학생은 "단순히 정책뿐 아니라 약사의 환자 대상 교육도 있었다"며 "가령 항생제가 7일간 처방될 경우 환자의 미복용 가능성이 있고, 이를 복약지도 사항에 넣어 '먹지 않는 약은 약국으로 가지고 올 것'을 직접 알리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김태홍 학생은 "폐의약품의 관리 주체 역시 중요하다"며 "영국의 경우 폐의약품을 누가 어떻게, 얼마나 받았는지를 확인하는 데 아직 국내법상에는 이같은 부분이 없다보니 지자체가 직접 처리를 하게 된다"며 "회수-확인의 과정을 약국이 작성하며 약사 스스로가 강한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과정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를 국내에 그대로 접목하기는 어렵겠지만 환자 복약지도 등 소통 과정에서 복약 순응도를 높이면서도 폐의약품의 처리를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약국 내 소통이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들이 'S'(Social, 사회적 가치)로 지정한 것은 건강생활센터로서의 약국이다.
송하준 학생은 "영국은 건강생활센터 개념의 약국이 성공적으로 자리잡으면서 시범사업이 정규사업으로 전환한 사례다. 실제 포스터에서도 약사가 할 수 있는 단계를 나눠 '적극적인 활동-건강상담서비스-암에 대한 인식 제공-예방접종이나 체계적인 활동' 등까지 각각 배치했다는 점을 주목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G(Governence, 거버넌스 형태)에서는 약국지정 형태라는 키워드를 담았다. NHS에서는 의료기관 진료 후 전자처방전과 약국지정이 존재하지만 이의 대안으로 단골약국의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전자 처방전 작성 후 '노미네이트' 기능을 통해 자신이 약을 받을 수 있는 약국으로 보내거나 종이 처방전을 출력해 자신이 원하는 약국을 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환자가 단골약국이 되기 위해서는 이 과정에서 약료 서비스와 약사-환자 사이의 상호작용을 시행할 수 있는 차별점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황시현 학생은 "약국은 환자가 원하는 부분을 정확하게 제공할 수 있느냐, 전달 과정에서 영국 사례에서 어떤 비슷한 서비스를 적용할 수 있느냐를 고민했다"며 "단순히 약을 주느냐, 봉투를 주느냐 같은 문제가 아닌 환자가 약을 통해 자신의 건강을 체크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봤다"고 강조했다.
2020년 6월부터 영국에서 시행중인 병원 퇴원 환자를 대상의 약물중심 퇴원서비스는 처방전 변경 등 약이 바뀌면 지역 약국에서 안내할 수 있는 내용을 제도화시켰고 환자의 의약품 사용 모니터링을 맡으면서 환자의 생활을 건강에 맞추고 있다.
ESG 시작은 '나부터'
영국, 코로나19는 '약국 찾아라' 그 이유는?
이들은 약국의 ESG를 시작하려면 '나'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폐의약품을 비롯해 지역 내 사랑방이자 주민의 건강을 책임지기 위해서는 약사 스스로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같은 흐름이 점차 커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한 약국의 사례가 공공심야약국으로 자리잡았듯 작은 변화가 큰 흐름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김태홍 학생은 "당장 법을 건드리거나 할 수 없지만 내 약국부터 시작해 지역 약국, 지역 약사회가 포커싱 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은 개인적 시도로부터 시작된다고 보인다"며 "시작을 하면 이같은 흐름이 약사 전체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역 보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나 지자체 등의 관심도 큰 도움이 되지 않겠냐고 이들은 말한다.
송하준 학생은 "폐의약품의 경우 실질적 관리를 위해 환자가 폐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교육 등의 경우 공익적 캠페인, 약국의 업무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적 필요도가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는 끝으로 보건 정책에서 약국이 가지는 역할이 크다는 점을 말한다. 송하준 학생은 "한국은 약국이 1층에 많고, 국민 접근성도 용이한 편이다. 상담을 하고 안내를 하는 역할이 향후 의료체계 면에서도 효율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영국의 경우 코로나19에서 공익광고로 약국 방문을 권고할 만큼 약국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역시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