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어 신사업·투자 전문가 수장 꾸려
CDMO·전자약 등 인수 등 움직임 가속화될까

왼쪽부터 안재현 사장, 이동훈 사장, 김훈 CTO.
왼쪽부터 안재현 사장, 이동훈 사장, 김훈 CTO.

몇 해 동안 '파이낸셜 스토리'라는 콘셉트를 내세우며 미래산업 중심으로 기업구조를 재편하는 SK그룹의 움직임이 제약바이오 분야에서도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화학 및 의약품 분야의 SK케미칼과 더불어 SK바이오팜까지 투자 전문가를 수장으로 올리고 있는 것인데 최근 기업의 행보를 봤을 때 새로운 사업을 외부에서 수혈해 안에서 소화하는 분위기가 이어질 지 관심이 모아진다.

SK케미칼은 2023년도 임원 인사를 통해 SK디스커버리 안재현 사장을 SK케미칼의 신임 사장으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안재현 신임 사장은 1966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응용통계학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니아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후 대우와 대우증권 등에서 근무했으며 SK에서는 SKD&D 대표이사와 SK건설 글로벌마케팅부문장, SK가스 경영지원부문장 등을 지냈다. 이어 SK건설 글로벌비즈 부사장을 거친 뒤 2019년 사장은 2019년 SK건설(현 SK에코플랜트) 사장, 2022년 SK디스커버리 사장을 지내고 1년만에 SK케미컬 사장으로 자리했다.

SK 측은 안 사장의 선임 이유로 "그린케미칼사업의 에코트랜지션 전환을 가속화하고 라이프사이언스사업의 마켓리더십을 강화해 어려운 글로벌 경영환경 하에서도 연초에 발표한 파이낸셜스토리의 중기경영목표 달성을 이루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안 신임 사장의 경우 SK그룹 내에서도 해외사업 분야에 강점을 보여왔다. 세계 플랜트 시장 악화 당시 그룹 내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가스와 SK E&S 등이 전사적으로 참여했던 TSP사업에서 2013년 이집트 카본의 석유화학플랜트 수주계약을 체결하는 등 신규 사업 발굴을 위한 프로젝트에 꾸준히 참여해왔다. 

이 날 나온 인사에는 SK케미칼의 라이프사이언스사업을 이끌 파마사업대표에는 SK플라즈마 김윤호 대표 선임도 있었는데 김 대표는 국산 알부민 제제의 국내 첫 NATO 입찰 수주를 비롯해 이집트 국영제약사 아크디마와의 혈액제제 위탁생산 및 기술 이전 계약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해당 계약 역시 국내 혈액제제 기업으로는 첫 이집트 진출이다.

또 하나 흥미롭게 봐야 할 부분은 김 대표가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 가능성 있는 신약 후보물질을 들여와 상용화까지의 개발만을 진행하는 방식) 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는 점이다. 연구개발을 위해 1100억 원 상당의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한편 티움바이오와 공동연구개발을 추진,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을 진행했던 게 그것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기업의 대표와 부문 대표가 신사업 그리고 세계시장 도전에 특화된 인재라는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같은 날 나온 SK바이오사이언스와 바이오팜 인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같은 날 밝힌 인사에서 신임 R&BD 대표로 선출된 김훈 미국 법인장 겸  CTO는 고려대 농화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와 아주대학교에서 생화학과 분자과학으로 각각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녹십자(현 GC녹십자)의 R&D 부장으로 시작해 2012년에는 SK케미칼의 바이오실장, 2016년에는 VAX 개발본부장과 CTO를 거쳐 2018년 SK바이오사이언스의 CTO 자리에 올랐다.

글로벌 사업과 연구 개발 및 생산의 총책임을 맡을 예정인 김훈 대표는 빌&멜린다게이츠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 CEPI 등 국제기구들과의 글로벌 협력과 더불어 대한민국 1호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 등 다양한 백신의 개발과 생산, CDMO(위탁개발생산) 등을 진두지휘했다.

김 신임 대표는 지난 10월 설립된 미국 법인 'SK bioscience USA'의 법인장을 겸임하며 내년 초 미국 보스턴에 사무소를 개설하고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백신 및 바이오 사업의 글로벌 전략을 수립해 시행할 계획이다.

특히 △코로나 엔데믹 후속 대응 △백신 사업 강화 및 글로벌 시장 확대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및 차세대 플랫폼 기술 확보 △넥스트 팬데믹 대비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 △R&D 및 생산 인프라 질적·양적 확충 △경영 인프라 지속 강화 등의 목표와 함께 바이오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의 CDMO와 인수합병(M&A), 조인트밴처(JV) 설립 등을 추진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할 것이라는 게 SK바이오사이언스의 말이다.

SK바이오팜 역시 이 날 SK 이동훈 바이오 투자센터장을 신규 선임했다.  미국 자회사인 SK라이프사이언스 사장으로 선임했다. 

이 신임 사장은 글로벌 회계법인인 KPMG 및 제약사, SK 바이오 투자센터에서 근무하며 다수의 글로벌 신약 사업 개발과 글로벌 바이오 투자 및 딜을 수행했다.

특히 SK에서 재직하는 동안 로이반트와 공동으로 타겟 단백질 저해제 조인트벤처인 프로테오반트를 설립하고, 프랑스의 유전자·세포치료제 CDMO 이포스케시 인수, 미국 필라델피아 소재 CBM(Center for Breakthrough Medicine) 투자 등을 주도했던 이이기도 하다.

이들 인사는 실제 SK그룹이 추구하는 이른바 '파이낸셜 스토리'라는 콘셉트를 추구하기 위한 인사로 풀이된다.

파이낸셜 스토리라는 단어는 SK 최태원 회장이 2020년 던진 화두다. 자본 시장 내 생존을 위한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기본적인 재무성과와 함께 게임의 룰을 바꿔 재편하자는 것이 이 단어의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SK 내 제약 및 바이오회사들은 인수합병 등 빅딜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앞서 나온 프로테오반트 설립이나 이포스케시 등 외에도 최근에는 SK바이오팜이 SK와 함께 전자약 관련 기업인 칼라 헬스에 투자하는 등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기반을 쌓고 있다.

바이오의 경우 생산단가와 효율을 위한 규모가 중요하다는 점, 유전자 및 세포치료제 등 새로운 기술의 연구가 끊임없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 등이 난점으로 꼽히는 데 이를 인수라는 방법으로 해결하면서 발빠르게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디지털 치료제 분야 역시 이같은 흐름에서 볼 수 있다.
 
특히 올해 각 관계사 이사회가 최고경영자를 평가해 인사하는 두 번째 해로 주요 계열사 중 지주사와 반도체, 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유임 가능성이 예상되는 가운데 SK케미칼을 비롯한 경영진 인사는 사실상 새 먹거리를 투자로부터 찾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SK그룹이 바이오 분야를 미래동력으로 키우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이번 인사가 얼마나 박차를 가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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