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터뷰 | 울산대학교병원 혈액내과 조재철 교수

유지요법군 PFS 52.8개월로, 대조군 대비 2배 높은 임상적 유용성
"유지요법 급여권에 들어온다면 환자 삶의 질 개선 큰 도움 될 것"

다발골수종은 잘 알려진 질환은 아니다. 혈액암 중에서 급성 백혈병이나 림프종이 상대적으로 더 소개된 질환이지만 다발골수종도 환자수가 증가하면서 질병 인식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다발골수종의 5년 유병자수는 5258명으로 2007년 1892명에 비해 약 170%가 증가했다. 이처럼 환자수가 증가하는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는 가파른 고령화 추세를 꼽을 수 있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도 70세 이상의 환자가 눈에 띄게 많을 정도로 고령층 환자들 비율이 높은 편이다.

또한 다발골수종은 재발이 잦아 예후가 안좋은 암종으로 손꼽혔으나 레날리도마이드와 같은 새로운 치료제가 등장하며 치료 환경이 크게 개선됐다. 더욱 지난 4월 다발골수종 1차 치료법인 RVD(레날리도마이드, 보르테조밉, 덱사메타손) 요법에 급여가 적용되며 환자의 치료 비용 부담을 크게 줄였다.

하지만 NCCN과 ESMO 가이드라인에서 RVD요법과 더불어 1차로 권고하고 있는 레블리미드 유지요법은 이번 급여에 등재되지 못했다. 

히트뉴스는 울산대학교병원 혈액내과 조재철 교수를 만나 RVD요법 급여 확대 후 약 6개월이 흐른 지금 변화된 다발골수종 치료 환경과 환자의 장기적 생존을 위한 레블리미드 유지요법의 필요성에 대해 들어봤다.

울산대학교병원 혈액내과 조재철 교수
울산대학교병원 혈액내과 조재철 교수

 

다발골수종은 완치가 어렵고 재발이 잦은 질환인데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다발골수종의 치료의 주된 방법은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입니다. 이식 수술 시, 가장 크게 고려하는 요소는 나이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편적으로 70세를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 수술의 가능 여부를 나누는 기준 나이로 봅니다. 70세가 넘으면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이 불가능한 환자로 분류하고, 70세 미만의 경우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이 가능한 환자로 나눕니다. 

물론 환자의 컨디션에 따라 70세 이상이더라도 자가조혈모세포이식수술이 가능한 환자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이, 동반 질환 등 여러 요소들을 고려해 이식 여부를 결정합니다. 이식이 가능하다고 판단이 되면 레날리도마이드, 덱사메타손, 보르테조밉을 병용하는 3제 요법을 많이 사용하게 됩니다. 

6개월 간 유도 요법을 통해, 최대한 암세포를 없애는 완전 관해에 가까운 반응을 유도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일정 수준의 반응을 얻은 다음 세포 이식을 진행한 뒤, 국제 가이드라인에 따라 유지요법을 하면 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유지요법이 비급여인 상태이기 때문에 제한된 상황이라 아쉬움이 남습니다. 만일, 부득이하게 이식이 불가능한 환자의 경우 한 6개월 정도의 유도요법을 진행합니다. 최대한 병을 줄인 다음에 3제 요법 중 한 가지를 빼고, 반응을 쭉 유지해 가는 방법으로 치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설명해주신 RVD요법이 올해 4월 급여 적용이 시작됐습니다. 반년이 흐른 현재, 이전과 비교해 현장에서 느끼는 변화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RVD요법은 이미 미국이나 유럽에서 글로벌 표준으로 사용될 만큼 검증된 요법이지만, 국내에서는 비급여라는 현실적인 문제로 적극 사용되지 못해 안타까움이 컸습니다. 비급여 약제는 일반적으로 고가이기 때문에 쉽게 권유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죠. 

모든 환자들에게 최선의 치료를 권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할 때 특히 안타까움이 컸는데, 이제 RVD 요법이 급여 적용이 돼 치료 선택의 제한이 없어져서 고무적이며 환자에게 선진화된 치료 환경을 제공할 수 있게 돼 자부심을 느끼기도 합니다."

 

국내에서 환자들이 유지요법을 쉽게 선택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RVD요법과 더불어 유지요법은 이미 글로벌 표준 격인 미국암네트워크(NCCN)의 가이드라인에서 가장 높은 권고 수준인 'preferred regimen, category 1'으로 분류될 뿐만 아니라, 유럽종양학회(ESMO) 가이드라인에서도 1st option으로 권고하고 있을 만큼 이미 그 효과는 입증됐음에도 유지요법을 선택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연 급여적인 부분이 가장 큽니다.

RVD 요법과 달리 아직 비급여 상태이기 때문에 비용적인 측면으로 인해 쉽게 유지요법을 선택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유병률이 높고, 관심도가 높은 질환의 경우 급여권에 들어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고, 반대의 경우는 급여권에 들어오는 과정이 쉽지 않은 현실입니다.

게다가, 건강 보험 재정에 한도가 있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법인지에 대한 결론을 얻기까지 많은 데이터들을 기반으로한 논의들이 오갑니다. 다행히 유지요법의 경우 생존 추적에 관련된 유의미한 데이터들이 긴 기간 동안 충분이 논의됐기 때문에 이제 곧 급여권에 들어올 수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조만간 유지요법이 급여권 내로 들어온다면 다발골수종 환자들의 생존율 향상과 의료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다발골수종 환자들에게 유지요법이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 궁금합니다. 데이터가 있을까요.

"이미 수차례 진행된 유지요법 관련 연구에서 그 효과와 필요성이 입증됐습니다. 3개의 3상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에서 레블리미드 유지요법은 무진행생존기간(PFS) 전체생존기간(OS) 모두에서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습니다. 

총 1208명의 환자를 79.5개월간 추적 관찰한 결과, 레블리미드 유지요법군의 무진행생존기간은 52.8개월로, 대조군 대비 2배 이상 높을 정도로 임상적 유용성이 확인됐습니다. 즉, 다발골수종이 진행되거나 사망까지 이르게 되지 않는 기간이 대조군 대비 두배 이상 높다는 의미이죠. 

또한, 88.8개월간 진행된 후속 연구에서도 레날리도마이드 유지요법군의 전체생존기간은 111개월로 위약군(86.9개월)에 비해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습니다.  연구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환자의 장기적 치료 및 삶의 질 개선 측면에서 유지요법은 필수적이기 때문에 급여권에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지요법이 급여권에 들어온다면 향후 다발골수종 치료 환경은 어떻게 변화할까요.

"국내외 다발골수종 관련 의료진 및 관계자 분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유지요법을 일정 기간 진행한 후,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듣곤 합니다. 또한, 유지요법 시 좋은 치료제를 사용해 최대한 오랫동안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이를 길게 유지하는 치료 전략이 사용되면, 치료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죠. 

아울러 유지요법이 도입되게 되면 2차 치료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봅니다. 유지요법 시 사용했던 약에 따라 2차 요법 투약의 방식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 외로도 여러 변화들이 생기겠지만 유지요법이 급여권에 들어온다면 환자의 삶의 질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질환을 겪고 있는 환자 및 관계자분들께 한 말씀하신다면...

"혈액암 협회, 환우 모임, 논문, 인터뷰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다발골수종 환자분들과 의사소통을 할 때마다 강조하는 부분이 바로 다발골수종은 만성질환이라는 점입니다.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기도 하고, 재발이 잦기 때문에 환자분들이 스스로 만성질환이라고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환자분이 다발골수종 진단을 받을 시기에는 이미 신체 기능이 많이 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골절을 가장 주의해야 합니다. 항암 치료를 하는 과정에서도 근육이 많이 빠지는데, 근육이 빠지면서 거동이 불편해지고,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항암치료까지 어려움을 겪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근 재활입니다. 골절 및 여러 가지 장기 기능들을 잘 조절 및 관리하면서, 추가 골절이 오지 않게 환자의 상황에 맞춰 여러 약제들을 사용하는 것이죠. 근 재활과 더불어 환자분들이 근손실이 오지 않도록 적절한 식사 및 단백질 섭취, 재활 운동들을 함께 해주면 더욱 효과가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다발골수종은 수술 후 몇 개월의 항암으로 완치가 되는 병이 아니기 때문에 환자와 의료진이 서로 한 팀이라는 생각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의료진의 치료 가이드에 맞춰 진료를 받으며 '내가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진료를 받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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