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식의약 규제혁신 100대과제 발표

의료기기 산업 연구개발·시장진출 가속화에 초점
"식약처 일은 아니겠지만"... '수가' 없는 신산업 의문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소비자단체가 산업발전 지원을 위한 '식의약 규제혁신 100대과제'를 11일 발표한 가운데, 의료기기 산업 관련 과제는 대체적으로 빠른 시장 진입 및 사업화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빠른 시장 진입 지원, 업무 부담 경감, 진입장벽 완화 등 개선은 환영하지만, 이를 통해 만들어지는 의료기기가 마주쳐야할 보험 진입 방안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히트뉴스가 △신산업 지원 △민생불편·부담 개선 △국제조화 △절차적 규제 개선 네 개 분야 100개 개선과제에 의료기기 관련 혁신 안건을 살펴본 바에 따르면, 의료기기 규제 개선사항은 △빠른 시장 진입 △디지털 헬스기기 개발 활성화 △희귀·필수의료기기 수급 안정화 등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 규제혁신 100대 과제 속 의료기기 분야 개선사항
식약처 규제혁신 100대 과제 속 의료기기 분야 개선사항

신산업 지원 포인트는 '빠르게'

신산업 지원은 말 그대로 새로운 품목의 의료기기 혹은 기존 의료기기 대비 혁신적인 제품군의 개발·인허가 신속화를 통한 빠른 시장진입 과제들이 이름을 올렸다.

품목 신설이 필요한 신개발, 융복합 의료기기들은 인허가 절차에서 유사 중분류(대분류 4개, 중분류 134개, 소분류 2222개)로 허가신청을 하게 되는데, 이 분류결정에 긴 시간이 소요돼 전체적인 품목허가 기간이 길어져, 혁신적인 제품에 대한 품목허가가 지연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에 식약처는 이 품목들을 모두 '한시품목'으로 분류에 허가와 품목 신설 절차를 함께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디지털 치료기기 등 다양한 형태 디지털 헬스기기 신속 제품화를 위한 임상평가 허가기준 로드맵이 수립된다. 우울증, 공황장애, 경도인지장애, 마약중동 관련 임상평가기준을 개발했고, 최근 헬스케어 산업 트렌드가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활용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만큼, 임상방법 역시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도 가능한 맞춤형 가이드를 마련해 시장진입을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특히 진단용 SW의 경우에는, 기존 의료영상을 사용하는 후향적 임상시험이 주로 진행되는 만큼, 환자 위해 우려가 적어 임상시험 실시기관 외에 SW 의료기기 연구소 등 임상시험 실시 기관을 확대하는 조치도 진행된다.

아울러 의료기기산업육성 및 혁신의료기기지원법에 따른 신속심사, 통합심사 등 빠른 시장진입이 가능한 혁신의료기기 지정 대상을 확대한다. 이를 위해 식약처는 기존 4개 분류군(첨단기술군, 의료혁신군, 기술혁신군, 공익의료군) 평가 이전 공통 평가 항목을 신설해 신청 기술이 갖고있는 가치혁신성 등을 중심으로 평가절차를 개편할 예정이다.

 

신속 시장 진입 제동요소 제거, 민생 불편·부담 개선

민생 불편·부담 개선 분야 혁신과제는 사전검토 확대로 전체적인 인허가 기간을 줄이고 특수한 영역 의료기기는 임상시험 제도를 완화하거나 민간에 일임하는 업무 부담 개선에 집중됐다.

우선 신개발의료기기나 희소의료기기로 한정해 운영하던 사전검토 대상을 임상시험용 의료기기, 혁신의료기기까지 확대해 운영한다. 식약처는 2022년 12월까지 이를 위한 운영 세부 가이드라인을 제정한다는 계획이며, 이를 통해 연간 380건 이상의 제품화 기간 단축을 예상했다.

SW의료기기 임상시험 계획 승인은 임상시험기관의 IRB 승인 만으로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 경우 식약처의 심사 기한(최대 30일)이 생략되는 만큼 개발 기간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또한 희소·긴급 도입이 필요한 의료기기 국내 수입품목 전환 시 필요했던 임상시험자료나 3D 프린팅 기반 제품 사용범위 변경에 필요했던 제출자료에 실사용 데이터(RWD), 실사용 근거(RWE) 등 실사용 자료 활용이 가능해진다.

수입국 규제가 중요한 수출용 의료기기의 경우, 지방청과 품질관리심사기관 합동심사가 필요했던 3·4등급 의료기기는 민간 단독심사 만으로 수출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는 연말까지 개선을 목표로 한 사안으로, 식약처는 이를 통해 수출허가에 필요한 기간을 약 15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글로벌 기준 선도와 불필요한 행정부담 완화도

식약처는 국제의료기기당국자포럼(IMDRF) 등 국가간 협력체계를 주도해 글로벌 규제기준을 선도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앞서 식약처는 IMDRF 인공지능 실무그룹에서 우리나라 인공지능 의료기기 가이드라인을 승인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처럼 향후 식약처는 국내 가이드라인을 국제화하고 디지털 임상평가 등 선제적으로 마련하고 있는 평가기준을 선점해 디지털치료기기 이미지 및 글로벌 진출 발판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중복 보고가 불가피했던 공급내역·중고제품 유통 분야는 절차적 개선이 이뤄질 예정이다. 먼저 추적관리대상 의료기기의 경우, 의료기기 업체 공통의무사항인 공급내역 보고와 내용상 중복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식약처는 이 부분을 공급내역 보고로 일원화할 예정이다.

또한 MRI, CT, Mammo 등 특수의료장비는 1~3년 주기로 정기적인 품질검사가 진행됨에도 이 장비들의 중고 유통시 품질검사 및 검사필증 부착이 의무화 됐었는데, 이 의무를 면제함으로써 특수의료장비 거래에서 발생하는 업체 부담을 경감하겠다고 밝혔다.

 

빠르게 개발한 제품, 쓰일 '수가'있으려나...

"국제 조화만큼이나 국내 조화 중요해"

업계는 대체적으로 환영한다는 반응이지만 대표적인 규제산업인 헬스케어 제도개선의 실효성 면에서 건강보험과도 발을 맞춰야 한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인허가와 의료기기 관리 영역에서 불필요하다고 여겨졌던 요소들이 대폭 개선됐다는 점에서는 변곡점이라 할만한 개선이지만, 규제 개선의 가치를 살리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측면 제도설계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였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국정과제, 건강보험 방안 연구 등에서 디지털 헬스기기들에 대한 개발 의지가 확인된 상황에서 허가당국의 규제 혁신 계획이 공개되기는 했지만 이것이 얼마나 조화로울지는 의문"이라며 "제품 특성을 반영한 제도 개선만큼이나 지불제도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규제 관점에서 임상시험 기관 확대, IRB 승인 대상 완화를 비롯한 임상·허가기준 개발은 연구개발 활성화 측면에서 대대적인 개선이 예상된다"며 "그럼에도 신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결국 건강보험을 설득해야 하는 만큼, 규제 혁신의 실효성을 위해서는 국제 조화 만큼이나 규제·보험·산업의 조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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