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터뷰 | 강길태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인재양성사업단 팀장
"VR 통해 기존 실습 시설 구축에 필요한 공간적 한계 극복"
GMP 모의실사 과정 추가 예정, 심사자·비심사자 버전 운영할 것

제약·바이오산업의 중요성이 부상하면서 정부도 핵심인력 육성을 위해 '인재양성사업'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다만, 기존 교육사업들은 대부분 이론 위주 커리큘럼에 그치거나, 실습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 수료생들은 실무를 충분히 경험할 수 없었다.
교육사업에 대한 투자 규모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해도, 한정된 시간과 자원 내 실습 인프라 구축과 충분한 인재를 배출하기 어렵다는 것이 정부와 교육 주관 기관들의 의견이었다.
이런 가운데 실습 인프라 구축의 해법을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에서 찾은 인재양성교육이 시작을 앞두고 있어 주목된다. 오는 30일부터 시작하는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한국바이오인력개발센터 '바이오의약품 전문인력 양성교육'은 커리큘럼 내 VR 실습 과정을 처음으로 도입한다.
히트뉴스는 이 교육과정을 총괄하는 강길태 진흥재단 인재양성사업단 팀장을 만나 VR 실습 과정의 도입 배경, 기존 실습과 차별성을 취재했다.

왜, VR 실습 과정을 도입했나.
강길태 인재양성사업단 팀장은 "우리 사업단은 2018년 충북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 제약 기업들에게 '인력을 채용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 지' 설문조사했다"며 "기업들은 '전문성 있는 인력'을 최우선으로 꼽았다"고 밝혔다.
기존 이론 중심의 교육들만 수강한 인력들은 바로 채용해 현장에 투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강길태 팀장은 이런 업계의 니즈를 파악해 2019년 보건복지부 사업으로 '바이오의약품 전문인력 양성 사업'을 시범사업으로 시작하게 됐다.
강 팀장은 "가장 좋은 현장 실습은 실제 현장에서 실습이겠지만, 의약품 생산현장은 GMP라는 품질 기준을 준수해야 하는 특성 상 교육생들이 쉽게 왕래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라며 "이 부분을 고민한 결과, 'VR과정이 이런 공간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으면서, 교육생들이 실제 환경에 대한 거리감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1년여 개발을 거쳐 올해부터 도입하게 됐다"고 밝혔다.
기존 교육과정과 VR 실습, 어떻게 병행되는가.

강 팀장은 "이 교육은 이론과 실습을 2:8 비율로 구성해 운영한다"며 "실무 환경을 조성해 현장형 맞춤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취업준비생과 신규 취업자(중소·벤처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초과정의 경우 △배양(종배양, 본배양) △정제(컬럼패킹, 크로마토그래피) △품질관리(시험분석, 문서화) 등 3가지 과목으로 교육이 분류된다.
해당 교육과정 동안 진흥재단 내 비치된 강의실과 실습실에서 이론 강의와 실험 실습이 이뤄진다. 다만, 현장에서는 랩(Lab)스케일의 실습만 이뤄진다.
강 팀장은 "그 동안 저희 재단 실습공간에서 했던 실습은 랩스케일 단위의 교육이라고 본다면, VR과정을 통해서는 실제 공정 스케일을 체험할 수 있는 실습이라고 생각하면된다"고 설명했다. 즉, 배양 장비 등의 스케일이 커진다는 뜻이다.
그는 "랩스케일에서 5~10L짜리 생산 배치를 사용했다면, 실제 공정에서는 200L이상의 공정을 사용한다"며 "실습실 내에서 그만큼 공간을 확보할 수 없으나 VR은 공간의 제약이 없어 실제 실무와 가까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생들은 교육 기간 중 하루를 VR 실습일로 정해 그 동안 배운 내용을 VR 내에서 체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백봉길 인재양성사업단 연구원은 직접 VR 장비를 착용하고 히트뉴스 독자들을 위해 교육과정을 시연했다.

백봉길 연구원은 "VR과정은 △튜토리얼 △GMP 제조소투어 △직업체험교육 등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며 "GMP 제조소투어는 생산센터를 기반으로해서 전체 시설을 구현했고, 직업체험교육은 배양(종배양, 본배양)과 정제(컬럼 패킹, 크로마토그래피)업무를 체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VR 과정을 진행하는 동안 화면에 미션이 표시되고, 각 미션을 통과하면서 자연스럽게 실습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예를 들어, 갱의실에 들어가기 전에 손세정제를 통해 손을 닦는 법부터, 무진복을 입는법까지 미션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직업체험의 경우, 먼저 해당 장비의 과학적·기술적 원리를 애니메이션을 통해 교육받은 뒤 실습할 수 있다. 각 기기 필터·펌프·라인를 연결하는 방법부터, 버퍼(완충용액)를 선택하는 방법 등 기본 사항들을 배운 뒤 실습이 이어진다.
업계의 반응은 어떤지.
강 팀장은 "지금까지 업계 관계자들을 모셔 5회 정도 VR 시연회를 진행했다"며 "잘 만들었다는 좋은 평가를 들었다"고 말했다. '실무랑 동 떨어져 있다'거나, '너무 리얼하지 않다는 평가'보다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는 게 강 팀장의 의견이다.
규제기관인 식약처도 VR 실습 과정의 필요성을 요구해 왔던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 심사관도 GMP 실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GMP 시설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 팀장은 "이런 업계의 니즈에 맞춰 VR실습 과정에 GMP모의실사 과정을 개발해 추가하고 있다"며 "심사자 버전과 비심사자 버전으로 만들어, 어떤 걸 준비해야 하고, 어떤 요소를 체크해야 하는 지 준비할 수 있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 이수 취업준비생들은 취업을 잘하고 있나.
강 팀장에 따르면, '바이오의약품 전문인력 양성교육'은 연 약 250명 정도의 교육생을 양성하고 있다. 취업준비생 기준, 모집 경쟁률이 평균 9대 1, 많게는 18대 1까지도 집계됐다. 지난해에만 1400명 정도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 팀장은 "2019년부터 지난해 1차 취업준비생까지 약 82.6%정도의 누적취업률을 보였다"며 "235명 중 194명이 취업한 셈인데, 제약바이오 대기업·중견·중소 기업 등 규모에 관계없이 △QC(품질관리) △QA(품질보증) △생산 △임상병리 △분석 △교육 △R&D 등 고루 취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누적취업률은 꾸준히 올라 86%까지 올라갔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