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주인, 내가 곧 회사다" 구각 빨리 탈피해야
언제까지 1인 경영, 가족경영에 머무를 것인가
70년 역사와 3100여 곳의 많은 업체로 구성된 의약품 도매유통업계에 '미스터리'가 있다. 기업공개(IPO, Initial Public Offering) 업체가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왜 그럴까?
도매를 통한 요양기관(약국 및 의료기관)의 의약품 유통 비중이 90.8%(2020 완제의약품유통정보통계집, 심평원)를 넘어섰고, 매출액 1조 클럽(4조5000억 원~1조원)의 업체가 5곳(지오영, 백제약품, 동원그룹, 복산나이스 및 쥴릭 등)이나 되며, 년 매출액이 1000억 원이 넘는 도매유통사들도 57곳(2020년)이나 되는, 명실상부한 의약품유통의 중추 업계인데 말이다.
의약품을 중심으로 의약외품과 건강기능식품 및 진단용품 그리고 화장품 등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보건의료 관련 기업체(내자 및 외자사 포함) 중에서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부감사법)'에 따라 금융감독원DART에 감사보고서(연간)나 사업보고서(분기, 반기, 연간)를 공시하고 있는 기업체 총 538곳(2021년9월말) 중, 절반(48.3%)이나 되는 261곳이 IPO(기업공개)를 했다.
근래 연 평균 20곳 내외의 보건의료 관련 업체들이 기업공개를 한다. 2020년에는 20곳, 2021년에도 18 곳의 기업체가 IPO를 했다. 특히 '네오이뮨텍'과 '박셀바이오' 등 19곳의 벤처 기업체들은 매출액 없이 '신약 파이프라인'만 가지고도 기업공개를 했다. 이처럼 보건의료계에서 IPO는 아주 흔한 일이 됐다.

그런데도, 유독 의약품 도매유통업계의 IPO는 아직까지 깜깜 무소식이다. 그 이유가 대체 뭘까?
IPO(기업공개)란, 주식회사 체제를 갖춘 기업체의 주식을 증권시장에서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도록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것을 말한다. 넓은 의미로 기업체의 전반적인 경영 내용을 공개하는 것 즉 디스클로저(disclosure, 숨김없이 털어 놓는 일)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IPO를 하면 제도적으로 ▷회사개요 5개항 ▷사업내용 7개항 ▷재무에 관한 사항 8개항 ▷이사의 경영진단 및 분석 의견 ▷회계 감사인의 감사 의견 2개항 ▷이사회 등 회사의 기관에 관한 사항 3개항 ▷주주에 관한 사항 ▷임원 및 직원들에 관한 사항 2개항 ▷계열 회사 등에 관한 사항 ▷대주주 등과의 거래 사항 ▷그 밖의 투자자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사항 4개항 ▷상세표 3개항 ▷전문가의 확인 2개항 등을, 분기별ㆍ반기별ㆍ연도별로 반드시 공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때문에 IPO는 투명 경영의 표상으로 통한다.
IPO는 장단점이 있다. 첫째 이점은, 직접금융(direct financing)을 통한 대규모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일반 주주들로부터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다. 대부분의 기업체들이 담보제공과 이자지급 및 원금반환의 부담이 큰 은행대출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실정인 만큼, 기업공개를 통한 대규모 자금조달은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된다. 그 자금으로 기업체를 보다 더 효율적ㆍ능률적ㆍ적극적으로 경영하여 주주들에게 배당을 하면 된다.
둘째, 공신력과 홍보(PR, Public Relation)효과 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까다로운 IPO 심사를 통과했다는 것은 재무적으로 안정된 기업이고 성장성을 인정받았다는 증거이며, 주요한 경영 자료가 정기 또는 수시로 DART에 공시되며 신문과 TV 및 증권 관계기관의 홍보 매체 등을 통해 그때그때 광범위하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셋째, 경영 합리화가 도모되고 이에 따른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기업공개가 되면 일반 주주들이 크게 증가되는 만큼 자연스럽게 소유권의 분산이 이루어진다. 이와 같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로 전문 경영인의 활동이 촉진됨으로써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우수한 전문 경영인과 인력을 확보하고 자본 배분을 효율화하여 경영합리화를 기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기업공개는 한 기업체가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넷째, 임직원에게 자사 주식을 분산시킴으로써(종업원지주제), 근로의욕 제고를 통한 생산성 향상과 경영권의 안정 및 임직원 이직 방지 등의 효과를 도모할 수 있다.
다섯째, 창업자를 비롯한 주주들은 보유한 주식(투자자금)을 증권시장의 매매를 통해 필요한 만큼 언제든지 자유롭게 회수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는 점이다.
여섯째, 기업체는 단순히 이윤만을 추구하는 경영자(지배자) 개인의 전유물(소유물)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다하며 지속 가능한 경쟁력이 있는 회사로 성장하는 과정을 감춤 없이 적나라하게 보여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라는 점이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기업체가 가족적 기업에서 벗어나 진정한 의미의 주식회사 체계를 갖추어 스스로의 대외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되는 것 아니겠는가.
물론 단점도 있다. 단점 중 첫째는 소유권 분산에 따라 경영 통제권이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체의 소유권인 주식이 매매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종종 기업 사냥꾼들의 먹잇감이 되기도 한다. 기업공개 전에는 소유권과 경영권이 하나였지만, IPO로 소유권이 분산되면 그 만큼 경영에 간섭하는 주주들의 수도 증가하게 되어 경영인들의 소신 있는 경영 활동이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소유권의 분산은 분명 장점이지만, 이처럼 때때로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둘째, 공개기업으로서의 세세한 공시 의무가 부여된 만큼, 공시 과정에서 기업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영업 비밀과 비즈니스(business) 방법 등과 같은 기업 정보가 항상 노출될 위험성이 내제하고 있다.
셋째, 주주대표소송과 같은 법적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주주대표소송(shareholders derivative suit)이란 대표이사나 경영진 등 특정인의 결정이 주주의 이익과 어긋날 경우 주주가 회사를 대표해 손실을 끼친 특정인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는 제도를 말한다(상법 제403조제1항).
넷째 단점은 IPO를 통과하기 위해 비용과 시간을 적지 않게 들여야 하며 상장기업을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도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또한 경영진은 사업 운영뿐만 아니라 주가관리에 대한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IPO(기업공개)의 장단점 속에, 분명 의약품 도매유통업계가 지금까지 IPO를 행한 업체를 아직 한 건도 배출해 내지 못한 원인의 해답이 있을 것 같다. 장점보다 단점을 더 크게 평가해 단점 발생이 두려워 IPO를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단점보다 장점을 보다 더 높이 취했더라면, 다른 보건의료 업체들처럼 상당한 도매유통업체들이 이미 IPO를 했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단점 중 무엇이 의약품 도매유통업체들의 IPO를 가로막고 있었을까?
위에서 언급한 'IPO 단점 넷째'는 아닐 것으로 본다. IPO 비용 등은 매출액이 하나도 없는 신생 벤처 기업체들도 감당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단점 셋째'도 아니라고 봐진다. 발생 빈도로 봐 주주대표소송은 지극히 예외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단점 첫째와 둘째'에서 찾아질 것 같다. △기업공개 전에는 소유권과 경영권이 하나였지만, IPO로 소유권이 분산되면 그 만큼 경영에 간섭하는 주주들의 수가 증가하게 됨으로써, 도매유통업체들이 이제까지 관습적으로 해 온 소유주 1~2인 경영자의 독자적인 경영 활동이 심히 침해되고 훼손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라는 점 △평소 도매유통업계가 영업 비밀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예민했는데, IPO를 하면 혹여 그 영업비밀이 실수라도 해 누설되지 않을까 매우 두려워했을 것이라는 점 등으로, 좁혀진다.
설령 그렇다하더라도, 이제 의약품 도매유통업계의 실질적 위상은 아주 높아졌다. 작년 3월초 코로나19 마스크 파동 때, 정부 당국의 공적 마스크 공급이 '지오영 컨소시엄'에 맡겨지지 않았던가. 게다가 도매유통업계 내에서 스스로를 '공공에 기여하는 기업체'라는 개념이 심심치 않게 나돈다.
2020년 매출액을 보면 지오영 3조7000여억 원(연결), 백제약품 1조7000여억 원, 동원그룹 1조1000여억 원, 복산나이스 9000여억 원, 인천약품 6800억 원, 엠제이팜 6400억 원, 티제이팜 5800억 원, 신성약품 5200억 원 등 기라성 같은 업체들이 수두룩하다. 추세를 보면 2021년 매출액은 2020년보다 적어도 10% 이상 증가됐을 것 같다.
의약품도매유통업계는 이에 걸맞은 주식회사의 IPO 옷을 입을 때라고 본다. 언제까지 1인 경영, 가족 경영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유통의 주역인데도 남들 다하는 투명 경영의 바로메타(barometer)인 IPO도 안 하면서 CSR(사회적 책임)을 논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의약품 도매유통업계는 지금까지의 '소유주인 내가 곧 회사다'라는 식의 구각(舊殼)을 과감하게 벗어던질 수는 없을까? 의약품 유통업계에서 제1호 IPO 기업체는 언제쯤 누가될까 기대된다.

이런 현금 꿀단지를 IPO해서 주주들과 이익을 나눠가질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