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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10년 지원·노력에도 '왜' 성과 보이지 않는 지 파악해야
제약계, QbD 본질 이해하려는 노력부터 출발 필요
'QbD(Quality by Design)'는 제약산업계에서 흔한 단어가 됐다. '품질고도화', '공정·품질 관리 일원화' 등 QbD를 정의하는 틀에 박힌 문구들은 많지만, 실제로 'QbD가 왜 필요한 지', '어떤 장점이 있는 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 지'에 대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은 아직 부족하다.
글로벌 탑티어(Tier) 제약사들의 2000년대 중반 의약품 개발과정 QbD 도입 움직임을 시작으로, 이후 ICH(의약품국제조화회의)에서 'Q8(R2) 의약품 제제 개발(2009년)', 'Q9 의약품품질위해관리(2005년)', 'Q10 의약품 품질 시스템(2008년)'를 발행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QbD와 관련된 용어와 품질 고도화 전략 및 관리 체계를 확립할 수 있도록 안내해 왔으며, 미국 FDA와 유럽 EMA 등 해외 규제기관 품목허가 조건에 녹아있다.
이런 국제 동향에 맞춰, 의약품 해외 진출의 비관세 장벽으로 등장한 QbD 문제를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해 식약처도 고민을 시작했을 것이다.

식약처도 그 동안 국내 제약산업계에 QbD를 도입하기 위해 손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식약처는 QbD 도입 준비를 위한 용역개발과제를 시작한 2011년부터 10년이라는 세월이 넘게 지속적인 사업을 진행해왔다.
식약처는 △국외 현황 및 국내 도입 방안 연구 △PIC/S 회원 가입 △식약처 첨단 바이오의약품 특별자문단(MFDS Special Advisory Board) 출범 △의약품 QbD 예시모델 개발 사업 △가이드라인 개발 △현장 지원 등 맞춤형 컨설팅 △스마트공장 핵심인재 양성 이론·실습 교육 등 QbD 지원 사업을 쉬지 않고 달려왔다.
다만, 이런 노력에도 10년간 전 개발단계에 QbD를 도입해 개발한 의약품 품목은 전무하며,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했는지 평가할 수 있는 지표도 없다.
식약처의 QbD 사업에 대한 중견·중소제약사 반응은 여전히 미적지근하다. 식약처는 자신들의 노력에도 왜 제약계가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는 지/못하는 지 파악하고, 현실적인 사업 방향 설정과 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QbD의 모호한 정의에도 불구하고, 장점은 명확하다. QbD 도입이 갖는 가장 큰 장점은 품질문제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통의 품질관리는 허가문서 상 허가된 수치를 벗어나면 일탈(Deviation)로 처리한다. 정해진 수치를 벗어났음에도 제조해 유통할 경우, 임의제조(허가사항 위배제조)로 간주돼 GMP위반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기존의 허가 사항과 다른 기준으로 제조하기 위해선 '허가 변경 과정(변경허가)'을 거쳐야 하는 데, 이 과정에서 필요한 인력과 시간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은 제약사에게 매력적일 것이다. 다만, 국내 제약사들은 이런 장점들보다 '소요비용' 또는 '고도설비'에 집중하고 있는 듯하다.
대웅제약은 QbD 컨설팅 사업에 참여해 자사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프라잔' 주사제 생산공정에 반영했다. 회사는 컨설팅을 통해 △제제설계 △제조공정 개발 △공정분석 기술 △생산규모 확대 등의 QbD 기술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컨설팅 사업의 결과로 '펙수프라잔' 주사제 동결건조 공정시간을 절반으로 줄이고, 생산비용을 35% 가량 절감한 반면 생산가능용량은 1.5배 증가시켰다고 밝혔다.
이처럼, 제약사는 QbD가 가지고 있는 본질과 장점을 파악하고 1차적으로 소요되는 비용적 측면만이 아닌 파급 효과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국내 제약산업은 신약 및 생물의약품에 비해 제네릭 위주의 시장이 형성돼 있고, QbD 도입을 위한 초기 비용이 회사에 상당한 부담이 되는 상황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식약처는 "QbD!"를 외치고 있는 건 결국 국내 제약산업계의 글로벌 진출, 생산성 향상을 돕기 위한 것이지 그들을 억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식약처는 제약산업계가 QbD 도입에 있어 우려하고 있는 바를 명확히 파악해 우리나라 제약산업 시장을 고려한 QbD 도입 사업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운영해 나가야 할 것이다. 식약처와 제약산업계의 상호 이해 없이는 QbD 도입은 도돌이표를 반복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