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단체, 대체조제 명칭·통보 방식에도 이견 확연
1년 지난 법안을 지금...사후통보 DUR 법안 재시동?
대체조제를 둘러싼 의·약사 간 논쟁이 재점화 될 조짐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발간한 '대체조제 활성화 정책의 제문제' 정책보고서를 놓고 의·약사 해석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대체조제 현황 △해외사례 △관련 의사 설문조사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의사들은 대체조제 명칭 변경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한 대체조제 사후통보에 대해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의사들은 '동일성분조제' 용어 사용이 환자 알 권리를 침해할 수 있고, 심평원 사후통보가 환자 부작용 등 안전문제 대응을 어렵게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약사단체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대체조제가 복약지도 과정에서 환자의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며, 심평원을 통한 사후통보방식이 현재 전화·팩스 등 유선 방식보다 효율적이고 정확한 의약품 사용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시작은 서영석 의원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
보고서 발간 및 설문조사 배경에는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이 작년 9월 발의한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있다. 법안의 주 내용은 △대체조제 명칭을 동일성분조제로 변경 △대체조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를 통한 사후통보다.
당시 서 의원은 명칭 변경을 통한 환자 대체조제 접근성 제고와 통보방식 확대를 통한 약사 대체조제 편의성 확보를 입법취지라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계류 중이다. 대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등 직역간 이견이 있었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관계부처 의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체조제냐 동일성분조제냐
대체가 주는 거부감 Vs. 동일이 주는 혼란
먼저 설문조사에 참여한 의사 865명 중 95.7%(741명)는 동일성분조제 용어 사용을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현재 사용 중인 대체조제를 동일성분조제로 변경할 경우 환자가 처방전에 명시한 의약품과 대체조제한 의약품을 같은 약으로 인식할 수 있어 환자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약사 관계자들은 동일성분조제로의 명칭 변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체'라는 말이 환자 복약지도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약사 A씨는 "대체조제가 필요한 경우는 인근 의료기관 처방약이 아니거나 해당 품목이 품절됐을 경우 등 특수한 상황이 대부분임에도 불구하고 '대체'라는 단어가 환자에게 거부감을 일으켜 복약지도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심평원 DUR 활용
사후통보 수단 추가할 뿐 Vs. 부작용 즉각 대응 장애물
현행 대체조제 사후통보는 생물학적동등성을 인정 받은 경우 1~3일 이내 이뤄지고 있으며 약사는 전화·팩스 등으로 대체조제 사실을 처방전 발행 의료기관에 통보할 수 있다.
서 의원의 법안은 통보 방식에 심평원 DUR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DUR은 심평원이 제공하는 의약품 안전점검시스템으로 약사 및 의사가 의약품을 처방·조제할 경우 금기 등 의약품 안전성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대체조제 사후통보를 의사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중 한 곳을 선택하는 것에 대해 834명(96.4%)는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사후통보 시스템에 제3자가 개입하는 것이 부작용 등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지연시킬 수 있고, 의약분업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을 이유로 꼽았다.
의협 관계자는 "생동성이 입증된 경우라도 효과, 첨가제 등 처방품목과 대체조제 품목 간 차이가 있어 환자 부작용을 발생할 수 있다"며 "DUR 통보는 의사의 빠른 대응을 지연시킬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발의안을 살펴보면 대체조제 통보기한은 현재 1~3일이지만 DUR을 통할 경우 2~6일로 연장된다고 명시돼 있다.
약사 측 관계자는 DUR을 대체조제 사후통보 채널로 활용할 경우 사후통보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대체조제 이력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1년 지난 계류 법안을 지금?
"DUR 사후통보 법안 재추진 견제"
"효율적 정책 개발 목적일 뿐 시기 논의 없어"
일각에서는 의료정책연구소의 보고서 발간이 대체조제 DUR 사후통보 법안 재추진을 겨냥한 견제수단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수용 가능하다는 의견을 밝혔고, 복지위 내부에서도 대체조제 DUR 통보에 대한 공감대가 마련됐다는 것이 이유였다.
실제로 당시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를 살펴보면 복지부는 대체조제 사후통보 절차 개선에 대해 수용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복지부는 대체조제는 의사와 약사 간 수용성이 중요한 사항이므로 관련 협회 간 협의가 필요하다면서도 심평원을 활용하는 방식을 추가해 통보절차를 확대하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한다는 의견을 냈다.
복지위에서도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서영석 의원실 관계자는 "최근 국감에서도 의약품 오남용 문제 등 의약품 안전사용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만큼 대체조제 DUR 사후통보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공감대는 마련돼 있다"며 "해당 법안 재추진을 위한 보완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의료정책연구소 측은 보고서 발간 시기에 특별한 이유는 없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대체조제 논의는 국민 건강권과 의약분업에서 명시한 진료권·처방권과 관계가 깊은 만큼 의료 전문가인 의사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야 할 영역"이라며 "연구보고서 발간은 효과적인 정책 추진을 위한 것일 뿐 공개 시기에 대한 고민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