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기획 벤처의 안방마님을 만나다|
홍진만 오가노이드사이언스 CFO
2022년 재생치료제 임상 돌입 목표

"가끔 제 계약서를 읽어볼 때가 있습니다. 투자유치나 회계감사 Finance 관련 업무가 명시돼 있습니다. 그렇지만 CFO는 거기에서 멈추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해결사가 돼야지요."

씨티은행에서 3년, 보험중개 및 자문 기업 마쉬코리아에서 3년, 의료 인공지능 개발기업 JLK에서 3년을 보낸 홍진만 오가노이드사이언스 CFO에게 3년은 '업의 본질을 이해하게 되는 시간'을 의미했다.

우연치 않은 기회로 헬스케어 시장에 발을 들인 후 바이오 제약산업의 꽃인 '신약' 개발사에 몸을 담게된 그는 "소위 '인싸'는 아니더라도 업계 관계자들과 두루 인연을 맺으며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줄기세포 3차원 배양으로 '미니 장기' '유사 장기'라고 불리는 오가노이드 기반 전문기업 '오가노이드사이언스' 최고재무관리자(CFO) 홍진만 이사는 JKL, 닥플을 거치며 체득한 CFO가 갖춰야 할 '세 가지 역량'을 소개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 홍진만 CFO

 

커리어의 시작은 씨티은행이었습니다. 마쉬코리아를 거쳐 JLK로 자리를 옮기셨는데, 이런 이직이 당시(2018년)엔 생소한 일이었을 것 같습니다.

씨티은행에서 무역금융 관련 일을 했습니다. 해외 브런치와 디스커션하고 국내 상사들 사업 신용장, 무역금융 솔루션 제공을 담당했습니다. 영업 직무에 욕심이 있었는데 본사에서 근무하고 있던 터라 본사 영업의 꽃인 RM(Risk Management)을 담당하기까지 10년 이상 경력이 필요하더라고요.

제가 30살에 일을 시작했으니 지금(81년생)에서야 가능했겠네요. 오래 일 할 수는 없겠다 싶어 영업관련 일을 찾다가 마쉬코리아로 이직했습니다. 신용보험 업무를 시작했는데 베네수엘라 해저케이블 사업 등 규모가 큰 사업을 경험했고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일에 대한 갈증이 있었어요. 고민 끝에 궁극적으로 찾고자 하는 가치가 '주도적으로 일하고 싶다'였습니다. 짜여진 틀을 벗어나 일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당시에는 나만의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죠.

그러던 중 우연히 지인을 통해 JLK라는 스타트업에서 일할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당시는 스타트업이 무엇인지, 어떤 일을 하는지도 잘 몰랐습니다. 다만 제안받은 역할이 재무이사였기에 전문성을 발휘함과 동시에 새로운 것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쉽게 말씀하셨지만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같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이 업계에 왔습니다. 이직을 고민하며 회사에 물었던 것이 '이 사업이 인류에 기여하는가', '합류 이후 3년간 월급이 끊기지 않을 것인가'일 정도였거든요.

 

인류에 기여도 특이하지만 3년을 언급하신 점도 특이합니다.

제 판단으로 3년을 버틸 수 있다면 나중에 상황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스스로 살아남을 기술과 역량을 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은행에서 3년, 마쉬코리아에서 3년을 보냈는데, 3년을 보내고 나니 업의 본질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더라구요. 2017년 2월 JLK에 조인하고 2019년 12월 상장하며 근 3년을 보내니 스타트업과 재무이사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기대하던 주도적인 업무환경은 어땠나요?

힘들었습니다(웃음). 배경 조건이 달랐거든요. 제가 생각한 주도적인 업무는 제반사항이 마련돼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판이 깔려있을 때 '나'는 모든 것을 할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는 환경에 던져지니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기존 사업 정리와 새 사업 구체화라는 두 가지 이슈가 동시에 찾아왔습니다. 순서대로 고통스러운 경험이었고 어려운 경험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보다 더한 경험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성공적으로 상장을 하셨습니다.

제가 해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불확실함의 극치였던 당시지만 회사에는 대표를 포함한 부사장 2인, CTO까지 사업 경험이 출중한 C레벨들이 포진해 있었습니다. 내부 안정화에 최선을 다할 수 있었습니다.

닥플, 오가노이드사이언스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JLK에 있으며 느낀 CFO 역할은 크게 선량한 관리자, 곶간지기, 커뮤니케이터 세 가지였습니다. 주주와 일반 대중에게는 회사 신뢰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하며 곳간을 채워두는 것은 당연하고 C레벨 의사결정에 조언을 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 가지 역량은 준비돼 있어야 합니다. 다만 회사 상황에 따라 어떤 역량을 주로 발휘할지를 결정하죠. JLK에서는 관리자와 곳간지기 관련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커뮤니케이터의 역할을 위해 닥플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곳에서 사람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동기부여를 해야할 지를 배웠습니다. 이후 헬스케어 영역으로 돌아오고 싶었고, 바이오제약산업의 꽃인 '신약' 영역에서 활동하고 싶었습니다. 여기저기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죠.

 

그때 만난 것이 오가노이드사이언스였군요.

조금 특이한 연을 통해 만나게 됐습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에 투자하고 싶은 투자사 심사역이 대표에게 잘 보이고자 절 소개했습니다.

 

주주 캐스팅이나 헤드헌팅이 아니고요?

투자하고 싶은 투자자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이직을 했지만 그 분은 결국 투자를 하지 못했습니다. 채무가 남아있는 기분입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 첫 인상, 어땠나요?

좋았습니다. 특히 관리적인 측면에서는 놀랄 정도로 많은 것들이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당장 떠오르는 일은 오가노이드사이언스가 발행하는 월간 경영보고서입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2020년 3월 처음으로 시리즈A 펀딩을 받았는데, 이후 매달 경영보고서라고 하는 주주전용 페이퍼를 발행했다고 하더라고요. 20~30페이지 분량이었는데 그것만 보면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주주가 다 알 수 있는 형태였습니다.

또 놀라운 점은 그 일을 당시 재직 중인 주니어급 인력 두 명과 대표, CTO가 하고 있더군요. 해야할 일이 많았지만 관리 측면에서는 해오던 업무를 받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개선해야할 부분도 많았죠.

 

어떤 부분이었죠?

회사 사업계획상 GMP 매입을 진행했습니다. 순조로웠고 광명에 공장을 매입했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중요한 개선점은 인사(HR)였습니다. 

우선 면접을 기존보다 타이트하게 진행했습니다. 채용이 실패하는 것은 회사의 실패라는 마음으로 압박면접이라 할 정도로 타이트한 면접시스템을 마련했습니다. 또한 결제 프로세스와 인사평가 시스템 등 당시 형식적이라 할 수 있는 부분들을 정상화 시켰습니다.

 

CFO로 무엇을 느겼나요?

초기 스타트업에서 CFO는 '해결사'여야 했다는 것입니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업무가 다양해지면 특화된 영역이 필요해지겠지만 초기 스타트업은 조금 달랐습니다. 사람이 필요하면 사람을, 돈이 필요하면 투자유치를, 어려움이 있다면 해결해야 하는 것이 CFO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관리를 하려면 기반이 있어야 하는데 초기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맹수가 뛰어다니는 벌판에 테두리를 두르고 경작 등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이 논의에서 실체화 되는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비즈니스 모델을 듣고 싶어요. 오가노이드사이언스의 먹거리는 아톰(ATORM)과 아디오(ADIO)로 알고있습니다.

작은 양의 조직을 획득해서 여기서 세포를 분리해 내어 시험관에서 3차원 배양을 하게 되면 줄기세포의 특성을 갖는 세포들이 증식을 하면서 원래 조직의 세포 구성, 구조, 기능적 특이성을 갖게 되는데 이를 오가노이드라고 부릅니다.

이런 오가노이드를 활용해서 재생치료제로 활용하는 것이 ATORM은 재생치료제 플랫폼이고, 약의 효능과 독성을 평가하는 ADIO는 신약평가플랫폼입니다.

 

3차원이라 2차원보다는 좋겠거니 하지만 어떻게 3차원 배양을 할 수 있나요?

줄기세포는 세포외기질로 이루어진 3차원 배양환경과 성장인자가 포함된 배양배지에서 배양합니다.

오가노이드의 배양 과정 인체조직을 채취해 줄기세포 부분을 배양한다. 이후 배양한 세포와 실제 세포가 세포 구성, 구조, 기능이 동일한 경우를 오가노이드라 부른다.
오가노이드의 배양 과정 인체조직을 채취해 줄기세포 부분을 배양한다. 이후 배양한 세포와 실제 세포가 세포 구성, 구조, 기능이 동일한 경우를 오가노이드라 부른다.

 

아톰은 장, 침샘, 자궁, 간 네 가지 영역에서 개발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재생치료제가 기존 치료제와 다른 것은 '없앤다'에서 '회복한다'는 개념입니다. 암 세포, 염증 등을 없애는 것이 기존 치료제였다면 없어진 조직을 새로 만드는 형태죠.

내년 임상을 목표로하는 장 관련 파이프라인 ATORM-C를 소개드리면 쉽겠네요. 자궁경부암, 전립선암 치료를 위해 방사선을 쪼이면 연약했던 장 일부분에 염증이 생기거나 궤양이 생깁니다. 그 부위에 직접 재생치료제 치료를 하겠다는 것이 기본 모델입니다.

침샘재생치료제 파이프라인 ATORM-S는 내후년 중 임상시험 진입을 목표로 개발중입니다.

ATORM-E(자궁)는 애셔만증후군을 적응증으로 현재 효능 평가 단계입니다. ATORM-L(간)은 OTC 결핍증, 윌슨병, 간경화를 적응증으로 현재 기술 최적화 단계가 진행 중입니다.

 

ADIO는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시험관 시험에서 신약개발 성공률을 끌어올리는 개념으로 볼 수 있을까요?

저희가 우선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영역은 동물실험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면역항암제분야입니다. 면역항암제의 효능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면역세포의 TCR과 종양세포의 antigen의 결합할 수 있는 인체의 면역환경을 모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만 기존 동물 모델은 종간의 차이 문제로 인해 인간과 유사한 면역환경을 만들 수 없습니다. 

사람의 면역세포가 아닌 동물의 면역세포를 활용하여 약물을 평가하기에 정확한 약물의 효능을 관찰하기 어렵습니다.

암세포와 T세포 간 연결(왼쪽은 결합해 암세포가 T세포를 교란한 상황, 오른쪽은 면역항암제가 작용해 결합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
암세포와 T세포 간 연결(왼쪽은 결합해 암세포가 T세포를 교란한 상황, 오른쪽은 면역항암제가 작용해 결합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

 

오가노이드 영역에서는 가능한가요?

우리는 환자 혈액에서 T세포를, 조직에서 암 세포를 채취해 하나의 시험관에서 함께 배양합니다. 공배양된 T세포와 암세포가 결합하는 환경을 만들어  면역항암제가  작용하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ADIO는 이 같은 구조의 항암제 약물 평가 플랫폼입니다.

 

ADIO는 개발이 완료된 상황인가요?

현재 국내 제약사가 개발중인 면역항암제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고 결과 레포트를 전송한 상황입니다. 그외에도 현재 국내 및 해외 파트너사 발굴을 진행 중입니다.

 

당면한 목표는 ATORM의 임상시험 진입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초단기 목표는 그것입니다. 내년 2월 ATORM-C 임상준비가 마무리되고 내년 중 임상시험 돌입하는 것이죠. 해외시장 진출도 추진하려고 합니다. 세포치료제, 자가치료제 형태라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것 보다는 현지에 생산설비를 구축하려 합니다. 현재는 파트너사를 탐색 중입니다.

기술수출도 고려 중인 영역입니다. 라이센싱 아웃 형태는 해당 국가, 해당 지역 판권 및 공동개발 등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회사의 비전은 2025년 가장 먼저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재생치료제 허가 입니다.

 

홍진만 개인의 목표는요?

상장을 넘어서 오가노이드 사이언스의 흑자전환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흑자전환이라는 것이 투자유치를 해야한다는 중압감에서 벗어나고 싶은 아마도 모든 스타트업 재무이사의 공통 목표가 아닐까 합니다. 

또 하나로는 업계에서 두루 관계를 유지하고 싶습니다. '인싸'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요. CFO의 역량을 위해서는 배워야 합니다. CFO의 배움은 현장과 사람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움을 받기도하고 주기도 하면서 업계 모든 관계자들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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