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의약품 해외매출과 M&A가 업계 판도 재편의 키
SK바이오사이언스, 매출 10대 제약사 다크호스로 부각

상장 제약사들이 17일 일제히 올해 상반기 사업실적을 공개했다. 제약사들의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바이오의약품 △해외매출 △M&A가 업계 판도를 빠르게 재편시키고 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및 'HKinno.N(이노엔)' 등 제약사들이 새 시대를 열며 업계의 매출액 10대 자리 중 3자리에 터를 잡았다. 그곳에 2곳만 더 들어가면 그들의 제약 경영방식이 새로운 대세가 될 것이다.

아직까지도 셀트리온에 대한 업계 저변의 시각은 곱지 않다. 2015년 매출기준 10대 기업이 된지 5년 만인 2020년, 영예의 매출 1위 자리를 차지한 것에 대해 업계는 달갑지 않은 기색이 역력하다. '미운 꼬마 오리'인 줄 알았는데 어느덧 백조가 돼 안방 아랫목을 차지해서 그러는 걸까. 

올해 상반기, 남들 다하는 도입상품 없이 자가 제품만으로 8887억 원의 매출액(연결기준, 이하 같음)을 올려 1위 자리 굳히기에 들어갔다. 

그것도 매출액의 75%를, 비좁은 국내시장에서 치고받지 않고 해외에 나가 유럽과 미국 등 선진 시장에서 글로벌 빅파마들과 당당히 맞장뜨며 올렸다. 머리와 입이 아닌 행동으로, 단시일 내에 코로나19 치료 신약까지 개발해 내는 발군의 역량을 발휘했다. 

셀트리온이 제약사들 매출액 중 가장 윗자리를 차지한 것이, 이상한 일이거나 못 마땅한 일이거나, 돼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일찍이 제약사가 가보지 않은 전인미답(前人未踏)의 바이오 길을 선택한 대가를 죽음에 이를 정도로 혹독하게 치러낸 결과여서, 더욱 값지게 여겨진다. 

삼바는 세계에서 가장 큰 생산 용량과 최고 수준의 시설을 갖춰 놓고 바이오 약들을 전문적으로 만들어 주는 글로벌 최대 CMO업체다. 혹자는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가 무슨 제약사냐고 비판하고 있지만, 그렇다면 그 업체가 약을 만드는 제약사가 아니면 무엇인가? 되묻고 싶다. 내 약을 만들면 제약사이고, 남의 약을 만들어 주면 제약사가 아니란 말인가.  

제약업체 매출액 집계에 엄연히 자사가 제조하지 않은 도입상품의 도매유통과 건강기능 식품 판매, 제약 본업과 동떨어진 자회사 매출까지도 모두 포함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관행이 됐는데, 그럼에도 유독 삼바의 매출액에 딴지를 거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재작년 2019년 제약업계 매출액 8위 자리에 입성한 이래 금년 상반기 매출액 6730억 원을 올려 3위 자리로 껑충 뛰어 올랐다. 곧 1위를 넘볼 기세다. 삼바는 매출액의 86%를 나라 밖에서 벌어들였다.

이들 두 제약사의 영업이익 절대치를 보면 매출액보다 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제약업으로 6개월 만에 셀드리온은 무려 3709억 원, 삼바는 2411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매출액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액×100)이 자그마치 각각 41.7%, 35.8%에 이른다. 

전설의 엘도라도(El Dorado)가 따로 없다. 두 업체는 제약업계 전체의 수익성과 성장성 및 생산성(특히, 부가가치생산성) 등을 맨 앞에서 이끌고 있다. 폄하될 이유가 없다. 

HK이노엔은 주인이 CJ에서 한국콜마로 바뀌면서 재탄생된 CJ헬스케어의 새로운 이름이다. 이제까지 제약업계 최대의 M&A 사례였다는 점이 특별하다. 지난해 상반기 매출 2637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3718억 원의 매출액을 올려 41.0% 급성장했다. 업체가 리모델링(remodeling)되면서 기대 이상의 실적으로 제약사 매출액 순위 9위 자리에 성큼 올라섰다. 

증권시장 상장을 계기로, 이 M&A가 앞으로 어떠한 변화된 실적을 만들어 낼지 지켜볼 가치가 있다. 선진국과 달리 M&A를 심히 꺼리고 있는 우리 한국 제약업계 풍토에서, 이러한 M&A 성공사례도 있었다는 전례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기대가 크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새삼 주목되는 제약사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로 크게 부상했다. 올해 상반기 2573억 원의 매출액을 올려 전년 상반기 621억 원보다 무려 314.3% 급성장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매출액 10대 메이커로 발돋움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 보인다. (이상 표1, 표2 참조)

'해외 매출'은 제약산업이 고부가가치를 올려 미래의 국민 먹거리 산업으로 승화되게 하는 핵심 요소다.

그러한 까닭은, 고부가가치의 이중성에서 찾을 수 있다. 미래 먹거리는 고부가가치에서 나오고, 고부가가치는 높은 가격(심하면, 독점 가격)에서 산출되는 특성이 있는데, 높은 가격은 국민 부담을 가중시킴으로써 오히려 먹거리를 갉아 먹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으므로, 반드시 해외에 나가 높은 가격으로 의약품을 팔아와야만 되기 때문이다. '제약업'이라는 이름표만 붙으면 그냥 고부가가치가 창출되고 국민 먹거리 산업이 되는 게 아니다.

제약업계 10대 기업들의 '해외매출 비중'을 보면, 지난해 2020년 평균(가중) 28.3%, 올해 상반기 28.4%로 나타났다. 

이러한 수치는 셀트리온(80.1%, 74.6%)과 삼바(74.5%, 86.3%) 및 한미약품(34.6%, 34.8%) 등 3곳 업체가 위로 강하게 견인한 결과다. 셀트리온과 삼바를 제외한 8곳 전통 제약사들의 해외매출 비중은 지난해 11.8%, 올 상반기 10.9%에 불과했다. (표2 참조)

글로벌 제약시장 3위인 일본의 경우, 2020년 주요 10곳 제약사들의 해외매출 비중은 평균(가중) 64.6%에 달했다. 우리와 영 딴판이다. 

매출액 세계 10위이자 부동의 일본 1위 제약사인 '다케다'는 2020년(2020.4.1.~2021.3.31.) 그 비중이 82.5%로 나타났다. 우리 돈으로 따져 물경 29조1587억 원(2조6381억 엔, 환율:100엔→1105.29원 적용, 한국은행ECOS)이나 되는 매출액을 일본 밖에서 만들었다. 일본 제약업계 최선두 리더(leader)라는 명성에 걸맞은 이름값을 톱톱히 해내고 있다. 

오츠카는 53.6%, 아스텔라스 77.7%, 에자이 59.2%, 다이닛폰스미토모 63.4% 등으로, 이들 10대 기업들 모두 최소 31% 이상 매출을 국외에서 올리고 있다(AnswersNews 2021.7.12. 일본 기사, 표2 참조). 이러한 일본 사례가 우리 제약업계의 발전에 타산지석이 됐으면 한다.

매출액 10대 제약사 자리에, '셀트리온'과 '삼성바이로로직스' 및 'HK이노엔' 등이 진을 친 현상은, 몇 가지 상징성과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첫째, 바이오제약의 성장성과 수익성 등이 생각보다 대단하다는 것이 실증됐고, 레드오션(Red ocean)으로 변한 국내 제약시장에 불루오션의 길이 있음을 알려 줬다는 점이다.

둘째, 도입약품과 제네릭에 매달리지 않고, 바이오시밀러 또는 CMO 사업으로도,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 통하거나 우위에 설 수 있음이 증명됐다는 점이다.

셋째, 숱한 바이오제약사들에게 꿈은 반드시 실현된다는 희망을 갖게 했다는 점이다.

넷째, M&A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새삼 인식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이노엔'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지만 말이다.

다섯째, 보수적인 뿌리가 강한 한국 현대 제약업 120년사(史)에 새 시대가 열리는 실증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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