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하 편집인의 "제약바이오, 사람이 전부다"
글로벌 무대의 한국인_랜선(LAN線) 인터뷰

 릴레이 기획  글로벌 무대의 한국인 

한국의 제약바이오 산업은 'K-제약바이오'라는 별칭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까지 왔다. ‘사람’이 제약바이오 발전과 변화의 핵심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가야할 길은 멀고 넘어야 할 벽은 여전히 높다. 사람을 빼면 K-제약바이오의 미래는 없다. 글로벌 무대에 선 한국인들을 주목하는 이유다. 한국 땅을 벗어나 열심히 뛰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그들은 K-제약바이오의 든든한 자산이다.   

 

<18> 김호원 K2B Therapeutics CSO (미국 보스톤)

든든한 후원자인 아내 김영선씨와 함께한 김호원 박사.
든든한 후원자인 아내 김영선씨와 함께한 김호원 박사.

김호원 박사는 글로벌 한국인 기획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첫 번째 컨택한 주인공이었다. 그 때는 밝히지 않았지만 K2B Therapeutics 합류를 준비하고 있던 김 박사는 그로 부터 4~5개월여 지난 시점에 미뤄뒀던 인터뷰를 자청했다. 그 사이 17명의 인터뷰이가 글로벌 한국인으로 소개됐다. 개국약사였던 부친의 약국에서 무보수 알바로 어깨너머 지켜봤던 환자와 추억은 신약개발이란 목표가 됐고 한국의 KIST 기술을 미국 보스톤에서 꽃 피우겠다는 도전에 선뜻 동의하는 동력이 됐다. 10년쯤 후 KIST to Boston의 항암신약 성공을 꿈꾸는 그가 Boston to Korea에서 두 번째 성공에 도전할지 모른다는 뇌피셜이 랜선에 스쳤다. 

 

김호원 박사님, 그 동안 잘 지내셨지요? 작년 11월 링크드인으로 글로벌 한국인 인터뷰 제안을 드린지 꼭 7개월만입니다. 새로운 도전을 곧 할 것 같은데 인터뷰는 그 이후에 하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랬었죠. 시리즈 기사 초반에 인터뷰 제안을 받고 제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까 고민을 했어요. 그리고, 당시에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려웠지만 바이오텍 창업 멤버로 합류할 계획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왕이면 창업 후에 히트뉴스 인터뷰를 하면 독자들에게 드릴 말씀이 있겠다 생각했어요. 대신 제노스코 고종성 박사님을 추천해 드렸었는데… 이제서야 인터뷰를 하게 되었네요."

 

김 박사님의 새 도전이 무엇인지 히트뉴스 독자들에게 먼저 설명해주세요.

"작년 12월 31일 미국 보스톤에 설립된 K2B Therapeutics의 창업 멤버로 참여하게 됐어요. 첫번째 정직원으로서 연구개발 및 특허 전략을 책임지는 CSO(Chief Scientific Officer)로 도전하게 된거에요. K2B는 KIST to Boston의 약자입니다. 이름이 말하는 대로, 한국의 KIST에서 개발한 Protein RNA Conjugate(PRC) 기술을 기반으로 항암치료제를 개발하는 회사입니다. 한달 전인 6월부터 바이오텍 인큐베이터인 보스톤 랩센트럴(LabCentral)에 한국계 회사로는 처음 입주했어요."

 

함께 도전하기로 뜻을 모은 분들의 면면이 궁금합니다.

"KIST에서 기술을 개발하신 권익찬 박사님, 김인산 박사님, 보스턴에서 소프트웨어 회사를 운영하시는 이희규 박사님, 보스턴 대학 경영학과 교수로 계시는 김종성 박사님 등이 참여했습니다. KIST에 계신 분들은 scientific advisor로 K2B의 과학에 기여를 하고, 이희규 박사님은 interim COO로, 김종성 교수님은 interim CEO로 K2B의 경영에 기여하고 계십니다."

 

K2B의 핵심 플랫폼인 Protein RNA Conjugate, PRC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 부탁 드려요. 

"PRC는 Protein과 화학적으로 결합시킨 siRNA를 암세포에 선택적으로 전달해 암세포 속에 있는 나쁜 유전자를 RNA를 통해 없애는 플랫폼 기술입니다. siRNA (small interference RNA)는 1998년 Craig Mello와 Andrew Fire에 의해 보고되어 2006년에 노벨생리학상을 받았어요. 최근에는 Alnylam이 2018년과 2019년 FDA로부터 2개의 간질환 약을 승인받으면서 주목받고 있어요. 여기에 쓰인 기술은 주로 간세포에 선택적으로 전달되는데 반해, 저희 플랫폼은 단백질을 통해 암세포에 선택적으로 전달된다는 점이 차이에요."

 

PRC 플랫폼으로 먼저 어떤 항암제를 개발할 계획인가요?

"구체적인 암종을 현재 말씀드리긴 어려워요. 가능하면 고형암에 대한 치료제를 개발하려고 노력 중이라는 점만 우선 말씀 드릴게요."

 

공동 창업자이자 대표인 김종성 미국 보스턴대 교수가 KIST 본원에서 창업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KIST 제공)
공동 창업자이자 대표인 김종성 미국 보스턴대 교수가 KIST 본원에서 창업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KIST 제공)

 

피에이치파마 김재순 대표 추천으로 박사님은 글로벌 한국인 1호 인터뷰이가 될 뻔 했죠? 인터뷰 일정을 미루는 대신 제노스코 고종성 대표님을 추천하셨는데, 그 분이 5번째로 저희와 인터뷰 하셨어요.

"한국에서 레이저티닙(렉라자) 허가가 나온 시점에 인터뷰가 이루어져 더 뜻 깊었던 것 같아요. 레이저티닙 개발자인 고종성 대표님은 제가 존경하는 멘토입니다. 대략 분기마다 뵙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과학에 대한 것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나 회사를 옮기는 문제 등 두루두루 조언을 많이 해 주세요. 인터뷰 추천해주신 김재순 대표님과는 서울약대 선후배 사이에요. 미국에 오랫동안 나와있어서, 한참동안 못 뵈었네요. 코비드 상황이 좀 나아지면, 한국에서든 보스턴에서든 만나 김대표님에게 지난 시간에 대해 대화하며 배우고 싶습니다."

 

관련기사 "19-제미글로, 31-레이저티닙…3번째 신약은 제노스코 화단에서"

 

약대 진학을 선택한 특별한 동기가 있나요?

"아버지께서 57학번 서울대 약대 선배님이시고 약국을 운영하셨어요. 어린 시절 약국에서 약 정리나 약국 청소 등을 하며 아버지 일을 돕곤 했어요. 그 때는 의약분업 전이라 자연스럽게 아버지가 처방한 약으로 환자들이 치료되는 걸 봤는데, 신약을 개발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그때 갖게 된 것 같아요. 대학 입학 지원서를 쓸 때 의대를 가기보단 약대에 진학해서 약에 대해 공부하는게 낫겠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지금은 의대 출신의 신약 연구자들이 많이 활동하시지만, 그때는 그렇지 않았어요."

 

장남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참석한 아버지와 함께. 
장남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참석한 아버지와 함께. 

 

신약개발이라는 동기를 분명히 세웠으니, 약대 진학 이후에 열심히 공부하셨겠어요.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2학년 전까지 전공 공부보다 다양한 경험을 쌓는데 집중 했어요. 특히 약대 농구부나 테니스부 같은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했어요. 재미있게도 그 때 같이 동아리 활동을 하신 선후배님들이 학교, 제약회사, 투자회사에서 다양한 직업으로 활동하고 계셔서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군대는 영어에 도움이 될까싶어서 카투사로 입대했는데, 유엔사 한국군으로 차출돼 판문점에서 의무병과 신병 교관 생활을 했어요. 전공공부는 제대하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 같아요."

 

카투사로 입대했지만 판문점에서 의무병 생활을 했다. 왼쪽 끝이 김호원 박사.
카투사로 입대했지만 판문점에서 의무병 생활을 했다. 왼쪽 끝이 김호원 박사.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는 아들, 무척 뿌듯해 하셨을 것 같아요. 약사 하면 보통 약국을 생각하게 되는데, 제약바이오 산업을 선택한 아들에게 보인 아버지의 반응이 궁금해요.

"아버지(김규호 약사)께서는 서울 5호선 아차산역 근처에서 새서울약국을 45년 가까이 운영하셨어요. 제가 제일 존경하는 분이자, 저의 든든한 후원자이십니다. 학교에 계속 있다가 산업계로 옮기겠다고 결심했을 때 격려를 통해 큰 힘을 주셨습니다."

 

서울약대에서 석사를 마친 이후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가셨죠?

"맞아요. 제대 한 이후 3학년부터 약대로 돌아와서 화학과 생물 중 생물 쪽에 집중을 했어요. 석사는 강창율 교수님이 이끄시는 같은 대학 면역학 실험실에서 했고요. 2003년 미국으로 건너 왔는데, UCLA에서 초파리 뇌 연구로 2010년 박사를 받았어요. 미국 오자마자 큰 아들을 낳았고, 둘째가 4년 후 태어났는데 그러다보니 박사 과정이 좀 길어졌어요. 포스닥은 Cedars-Sinai Medical Center와 하버드의대 소속인 McLean 병원에서 만능줄기세포로 파킨슨병을 이해하고 치료하는 연구를 했어요."

 

미국 유학생 시절 낳은 두 아들(왼쪽이 존 그리고 제임스)은 청년이 되었다.
미국 유학생 시절 낳은 두 아들(왼쪽이 존 그리고 제임스)은 청년이 되었다.

 

미국에 온 이후 학교에서 연구를 주로 하셨어요. 그런데 산업계로 방향을 바꾼 계기가 있었나요.

"제 어릴 적 꿈인 신약개발 측면에서 학계 보다는 산업계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겠다 생각했어요. 그리고, 신약 개발을 이해하려면 산업계에 나와서 다양한 실무 경험을 해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2015년 포스닥을 마친 이후 산업계로 왔는데 초기에는 주로 연구개발 업무를 했고 이후 세일즈나 사업개발(BD) 업무를 맡으면서 네트워크 및 실무 경험을 확장하게 되었어요."

 

연구개발 직종은 대개 학계에서 산업계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이 과정에서 한국과 미국의 문화적 차이가 있을까요?

"한국은 교수님들이 창업을 하고 회사 경영을 겸직하는 게 가능한 거 같아요. 그러다 보니, 박사를 받고 산업계로 들어가서 일을 하기보다, 학교의 교수가 되는 게 목표일 때가 많아요. 미국은 박사를 마친 후 회사에 취직하는 것을 중요한 선택지로 둬요. 교수와 회사경영자를 병행할 수 없는 것으로 알고요. 그래서, 박사 전공을 정할 때 앞으로 취업할 회사가 어떤 전공자를 원하는지 생각하고 거기에 맞춘 전공을 해요. 그래서 회사가 관심 갖는 분야에서 빠른 시간 안에 석박사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아요. MBA나 비즈니스 과정을 따로 수강하기도 하고요.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산업계에 대한 열린 마음이라고 볼 수 있어요."

 

K2B 합류 이전까지 어떤 회사에 근무했었나요?

"Stemgent에서는 mRNA를 세포 리프로그래밍이나 세포 분화에 이용하는 연구를 했습니다. 그 때 함께 일을 했던 회사가 지금은 Covid vaccine으로 굉장히 유명해진 BioNTech입니다. 그리고, ORIG3N에서는 만능 줄기세포를 혈액세포, 심근세포, 안구세포 등으로 분화시켜 세포치료제를 만드는 연구 책임자였어요. STEMCELL Technologies에서는 연구기획과 방향 그리고 사용 기술 등에 대해 과학자들을 교육하고 컨설팅하는 업무를 했어요. 사업 개발 업무도 맡았고요."

 

K2B 합류를 결심한 결정적 이유가 있나요?

"2015년 산업계로 나올 때 막연하게 5년 후에 창업을 하고 싶다는 계획을 세웠어요. 그 계획이 저의 직장 선택 방향에 영향을 미쳤고요. 그래서, 연구개발 업무 뿐 아니라, 세일즈 쪽 일들까지 다양하게 실무 경험을 하게 되었죠. 코비드로 재택근무를 할 때, 고종성 박사님께 진로상담을 했던 적이 있어요. 이후 고 박사님께서 K2B 창업자 분들을 소개해 주셨어요. 신약 개발에 대한 창업자 분들의 비전과 제 마음이 통했다고 할까요. 곧바로 K2B합류를 결정했어요."

 

과학은 물론 인생 멘토인 제노스코 고종성 박사와 함께.
과학은 물론 인생 멘토인 제노스코 고종성 박사와 함께.

 

한국의 제약바이오 기업들 중 관심있게 지켜보는 회사가 있나요?

"피하주사용 제형 전환 기술을 보유한 알테오젠 소식을 계속 팔로우하고 있어요. 기술수출에 성공했다는 뉴스도 접했는데, 알테오젠 박순재 대표님과는 제가 2018년 한국 방문 때, 사업개발 담당쪽으로 채용 면접을 통해 인사를 드렸어요. 그 후로 보스턴에 오시면 뵙고자 했었는데, 아쉽게도 코비드로 인해 성사가 안되었네요."

 

앞으로 5~10년 후 박사님이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일까요?

"첫 번째는 K2B가 개발 중인 항암물질이 10년 내에 제품화 되어 암환자 치료에 사용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K2B의 성공 이후 한국에 있는 다양한 분야의 지인들과 함께 기획 창업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그 동안 한국이 너무 많이 발전해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두려운 마음이 있지만 미국에서 경험을 한국에서 살려보고 싶어요."

 

공동 창업자인 이희규 박사(가운데), 권익찬 박사(오른쪽)와 함께 K2B Therapeutics가 입주한 랩센트럴에서.
공동 창업자인 이희규 박사(가운데), 권익찬 박사(오른쪽)와 함께 K2B Therapeutics가 입주한 랩센트럴에서.

 

미국 생활이 20년 가까이 되어 가네요.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특별히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는 분이 있다면, 이 기회에 말씀해주세요.

"하던 일 다 포기하고 미국에 함께 와서 20년 동안 저를 내조해 준 아내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말 전하고 싶어요. 이제는 청년이 된 두 아들에게도 아빠를 지지해 주고, 아빠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다고 말을 하고 싶고요. 사랑하는 가족이 없었으면 지금까지 미국 생활을 지탱해 올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참 많이 해요."

 

이제 랜선 인터뷰 마칠까 합니다. 인터뷰를 읽는 독자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 있을까요?

"K2B Therapeutics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으셨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미국에서 20년 가까이 지내면서 '그냥 까' 무대포 정신이 얼마나 필요한지 느꼈어요. 이리저리 계산하고 고민하면서 시간을 쓰기 보다 일단 직접 해봐서 실패할지 성공할지 빨리 아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히트뉴스 독자분들께도 새로운 일에 대해 너무 두려워 마시고, '그냥 까'는 마음으로 한발 내딛으시길 권하고 싶어요. 두려워하고 주저하기에 인생은 단 한 번 뿐이니까요."

 

인터뷰 하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히트뉴스도 독자들과 함께 박사님, 그리고 K2B의 행보를 응원하고 지켜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호원 박사는 누구?

(2021~현재) Chief Scientific Officer at K2B Therapeutics, Inc. (2018~2021) Application Scientist at STEMCELL Technologies (2017~2018) Director of Cell Therapy at ORIG3N (2015~2017) Senior Scientist at Stemgent (2010~2015) 박사후 연구원 at Cedar-Sinai Medical center & Harvard Medical School McLean Hospital (2010) UCLA 의대 대학원 생화학과 박사 졸업 (2003)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원 면역학 석사 졸업 (2001) 서울대학교 약학과 졸업 (1994~1997) 판문점에서 군생활 (1993) 대원외국어고등학교 독일어과 졸업 (1974) 서울 출생

 

김호원 박사가 추천하는 Next Interviewee?

 

보스턴에 있는 Ingenia Therapeutics 한상렬 대표님을 히트뉴스에서 보고 싶어요. 삼성바이오로직스로 바뀌기 전 회사에서 근무하셨고 미국에서도 바이오텍을 운영한다는 점에서 독자분들께 다양한 경험을 나눠주실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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