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터뷰 | 장기육 서울성모병원 교수
"임상연구자로 국내 의료기기 해외 진출 일조하고 싶어"
고혈압은 당뇨병과 함께 치료만큼이나 관리가 중요한 만성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칼로스메디칼이 고혈압 치료룰 위한 신장신경차단술 의료기기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은 신선했다. 고혈압을 시술로 치료한다는 점과 신장신경차단술이라는 시술법이 모두 생소했기 때문이다.
검색을 통해 알아보니 신장신경차단술은 신장혈관 교감신경을 차단해 '레닌'이라는 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는 시술법이었다. 신경을 차단해 호르몬 분비를 억제한다는 것이 어떤 면에서 보면 조금 무섭기도 했다. 시술 이후 억제된 호르몬이 다른 건강문제를 야기하지는 않을까 하는 무지한 우려가 들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와 신장신경차단술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임상시험을 주도하고 있는 서울성모병원 장기육 교수에게 '레닌'이라는 호르몬 분비와 신장신경차단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고혈압에 대한 무식한 질문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주변에서 "짜게 먹으면 고혈압에 걸린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맞는 말인가요?
"우선 고혈압은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질병입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보면 나트륩 섭취와 연관은 있지만 보다 정확하게는 혈관 상태도 고려해야 합니다.
혈중 나트륨 농도가 높아지면 삼투압 현상으로 인해 혈액량이 증가하게 됩니다. 이때 혈관이 건강해 탄력이 충분하다면 혈압을 어느정도는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고령 등으로 혈관이 경직돼있으면 늘어난 혈류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혈압이 높아지게 됩니다.
혈관의 건강상태는 보통 나이와 연관이 깊습니다. 그래서 고혈압 발병과 우리 몸 사이 연관성을 찾는다면 식습관보다는 나이와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고혈압은 잘 알려지고 유병률이 높은 질환이지만 아직까지도 20~30대 연령층에 발병하는 것은 이례적인 케이스입니다."
대략적인 설명을 들으니 왜 관리가 중요한 질병인지 알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고혈압을 치료하는 신장신경차단술은 어떤 시술법인가요?
쉽게 설명 드리면, 심장의 관상동맥 스텐트 삽입술과 거의 비슷합니다. 다만, 심장 관상동맥이 아닌 신장 동맥에서 시술이 이뤄지고,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고 시술이 단순합니다.
"신장동맥 주변에는 교감신경이 있습니다. 교감신경은 여러 이유로 활성화되고 레닌이라는 효소를 분비합니다. 레닌은 안지오텐신과 결합해 안지오텐신Ⅱ라는 호르몬을 만들어내는데, 이 안지오텐신Ⅱ는 강력한 혈관 수축을 유발해 혈압을 상승시킵니다.
이 과정에서 신장신경차단술은 신장동맥 주변을 감싸고 있는 교감신경을 차단해 레닌이라는 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는 시술법입니다."
시술은 어떤 과정으로 이뤄지나요?
"카테터가 혈관을 따라 신장동맥에 위치합니다. 카테터는 신장동맥 내부에서 전류를 발산해 혈관 외부에 위치한 교감신경을 차단합니다. 말씀드렸듯이 교감신경은 원통형 혈관 주변을 감싸고 있는 신경다발입니다. 따라서 여러 면, 여러 부위에 전류를 가해 교감신경을 차단하는 시술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최근 신장신경차단술 카테터 기기는 교감신경을 효과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형태와 자극 방법 다양화로 고도화 되고 있습니다."

기술이 고도화 되고 있다는 것은 특정 영역에서는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있다는 의미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신장신경차단술은 많은 분들에게는 아직 생소할 것 같은데, 학계에서의 반응은 어떤가요?
"큰 형태에서 말씀드리면 주목을 받았지만 외면받았고 최근 다시 연구되고 있는 분야입니다. 미국에서 진행된 탐색임상시험에서 신장신경차단술은 균일한 혈압 강하 효과를 보였습니다. 그에 따라 개발업체는 신장신경차단술에 대한 확신으로 대규모 임상시험에 돌입합니다.
그렇지만 그 임상시험 결과가 좋지 못했습니다. 임상시험은 실패로 끝났고 신장신경차단술에 대한 관심도 사그라들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당시 임상시험에 대한 후속 연구를 통해 실패원인을 분석하게 됩니다.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시술자의 술기 부족이었습니다.
당시 시술에 사용된 카테터는 교감신경을 자극하는 부위가 한 점이었습니다. 혈관 내벽에서 여러 면을 자극해야 했고 여러 부위를 자극해야 했는데 시술자의 술기부족으로 그 과정이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 외에도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군의 복약순응도 증가와 신장신경차단술이 효과적이지 않다고 여겨지는 인종이 당시 임상시험에 다수 참여했다는 부수적인 요인도 보고되고 있지만 개발업체들은 기술자 술기와 관계없이 보편적 효과를 낼 수 있는 카테터 디자인에 주력했습니다."
시술법의 이름과 과정을 보면 '신경 차단', '호르몬 분비 억제'와 같은 단어가 보입니다. 자칫 시술 이후 환자 삶의 질에 안좋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우선 신장신경차단술이 교감신경을 완전히 차단하고 레닌분비를 완전히 억제하는 시술은 아닙니다. 오늘 3~4종의 혈압약을 먹던 환자가 내일 바로 의약품 복용을 중단할 수 있는 드라마틱한 효과를 보이지는 않습니다.
다만 과도하게 활성화 돼 있는 교감신경의 활성화 상태를 낮춰 고혈압 환자 치료와 관리에 균일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면에서 연구되고 있는 시술법이라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신장신경차단술이 약을 3~4종류 복용해도 혈압을 관리할 수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되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새로 고혈압 진단을 받은 환자, 고혈압 치료제를 1~2종류 복용하는 환자들에게도 적용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레닌은 우리 몸이 저혈압으로 인한 쇼크 상태에 빠졌을때 분비되는 호르몬이기도 합니다. 소변량을 줄여서 우리 몸이 위험해졌을 때 생리적으로 위험에서 벗어나게 하는 중요한 시스템입니다.
사실 이것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던 시키는 원시시대라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최근에는 다양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고 영양소 결핍보다 과도한 섭취가 문제시 되고 있죠. 지금은 건강 위해 요소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별개로 LDL콜레스테롤 역시 비슷한 상황입니다. 호르몬 생성과 세모막 생성에 필수적인 요소였는데 너무 과해지다보니 혈관에 축적돼 동맥경화를 유발하는 '나쁜 콜레스테롤'이 되기도 했죠."
과한 교감신경 활성화를 낮춘다고 설명하셨는데,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활성화 되는 이유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혈압조절이 안된다는 것이 교감신경이 활성화 됐다는 사인이라는 것은 명확합니다. 연구과정을 통해 교감신경 활성화 원인을 찾아보자면 지방세포와 연결 지을 수 있습니다. 신경차단술 시술 사례를 보면 과도한 복부지방 등 비만 환자들이 다수였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가장 큰 이유는 비만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장신경차단술이 어떤 것인지 대략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칼로스에서 개발하고있는 '디넥스'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말씀드렸듯, 최근 신장신경차단술 의료기기는 교감신경 자극 형태와 방식에 고도화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시술자 술기와 상관없이 보편적인 치료효과를 나타낼 수 있도록 연구되고 있습니다.
술기가 필요한 부분은 신장동맥 특정 부위에 얼마나 많은 자극을 줄 수 있는가로 구분됩니다. 원통형 혈관을 빈틈없이 자극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한데, 최근 의료기기들은 카테터 형태를 통해 이를 보조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임상연구 중인 메드트로닉의 신장신경차단술 의료기기는 나선형 구조로 돼 있습니다. 삽입한 카테터를 후진시키는 과정에서 카테터가 혈관 벽을 따라 나선형으로 빠져나오며 전류자극을 일으킵니다.
우리나라에서 진행 임상시험 진행 예정인 칼로스메디칼의 '디넥스'는 신장혈관에 진입한 카테터가 바구니 모양으로 펼쳐지면서 내벽과 접촉해 전류자극을 일으키는 형태입니다. 어떤 제품이 우월하다는 평가는 아직 이릅니다. 다만 적용 기술이나 구조상 유사한 효과를 보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예전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8월까지 임상시험 참여자 모집을 완료하겠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현재 참여자 모집은 순조로운가요?
"솔직히 말씀 드리면 꾸준히 환자를 모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만 순조롭지는 않습니다. 시술 자체가 어렵거나 위험한 시술은 아니지만 처음 접하는 기술에 대한 반응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임상시험 등 안전성 유효성 검증을 마친 시술법이 아니고 시술법 자체가 잘 알려진 것도 아닌데다 시술을 받기에 적절한 환자들이 대부분 일차의료기관에 있다는 점도 현실적 어려움입니다.
그렇지만 기술을 처음 접해 시술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경우에는 제가 직접 찾아가 시술을 도와주기도 하고, 그렇게 첫 케이스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면 원활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입니다."
직접 찾아가 교육을 진행하시는 등 적극적으로 연구에 나서고 계신데요, 임상연구자로서 디넥스 임상시험을 통해 얻고 싶은 성과는 어떤 것인가요?
"의료기기 업체들의 목표는 수출이고 미국시장 진출이 아닐까 합니다. 지금도 많은 국내외 업체들이 FDA 허가를 획득하기위해 연구개발에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FDA허가를 획득하는 과정은 험난합니다. 타국의 의료기기라면 적어도 그 국가 안에서 확실한 연구성과를 확보해야 합니다. 이 과정은 의료기기 유효성과 안전성 입증 외에도 자금·설비 등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자금 문제와도 이어집니다.
임상연구자로서 개인적인 소망은 우리나라 의료기기 해외 진출에 일조하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 연구진이 연구개발에 많이 참여해 우리 의료기기성능을 입증하고 그 과정을 통해 좋은 의료기기가 탄생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