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터뷰 | 이정석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회장

지난달 한미정상회담은 우리나라가 코로나19 백신 생산 허브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 셀트리온 등 우수한 생산역량을 바탕으로 국내기업들이 코로나19 백신 생산기지로써 글로벌 방역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그간 바이오제약산업계의 축적된 노력들이 코로나19를 계기로 글로벌 시장에 우리나라 바이오산업 역량을 재인식 시킨 결과다.

히트뉴스는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이정석 회장과 만나 한미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였던 코로나19 백신의 포괄적 파트너십의 의의와 글로벌 백신 허브 도약을 위한 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이정석 회장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이정석 회장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우리나라가 코로나19 백신 허브로 도약할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이것이 우리나라 바이오의약품 산업계에 어떤 의미가 될까요?

"우리나라의 백신 허브화는 방미 성과 중 하나임이 분명합니다. 이것은 우리기업들의 노력이 축적된 결과이자 바이오헬스 산업을 국가 성장동력으로 지정하고 지원한 정부의 합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괄목한 말한 성과이지만 이를 계기로 삼으며 국내 바이오산업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릴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백신 허브로 거론될 수 있었던 중요한 원인은 생산역량입니다. 그렇지만 기술력은 반드시 뒷받침 돼야 합니다. 기술을 바탕으로한 백신 개발역량을 갖추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생산·연구 역량을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과제는 남아있지만 갖고 있는 역량 자체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생산역량의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 셀트리온 등 우리나라는 96만 리터 (2020, Global Data) 규모 생산역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2위 규모입니다. 이것이 백신 생산으로 이어진다면 생산량에 대한 우려는 없을 것입니다.

연구역량도 충분한 수준입니다. 중소바이오기업들이나 최근 탄생한 스타트업들은 특화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앞서 나열한 주요 바이오기업들과 파트너십 등으로 바이오의약품 개발, 원부자재 생산 등에서 성과를 도출하고 있습니다."

 

이것들로만 보면,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이 당장이라도 글로벌 시장에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위기 요소들은 있습니다. 원부자재와 인력을 들 수 있겠습니다.
소부장은 생산역량의 위기 요소입니다. 우리 협회에서는 2~3년 전부터 원부자재 이슈를 제기해 왔습니다. 회원사들을 돌아보니 거의 대부분 업체들이 원부자재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원부자재라는 것은 의약품이라는 특성과 만나 갑을관계가 정반대로 형성됩니다. 허가 전에는 원부자재 업체를 선정하는 제조업체가 갑의 지위를 가지나 허가 이후에는 완전히 뒤바뀌게 됩니다.

즉, 허가증에 특정 업체 원부자재 목록이 찍히는 순간 원부자재 업체들이 갑의 지위를 가진다는 것입니다. 허가증에 명시된 원부자재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허가내용 모두가 바뀌어야 합니다. 또한 원부자재 변경 이후에도 제품 품질이 동등함을 입증할 수 있는 다양한 시험 성적 자료를 제시하여야 하죠. 특히 다국가에 수출하는 경우라면 각 국가 규제당국 허가사항 모두에 적용됩니다.

인력 부족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스타트업의 공통사항입니다. 특히 최근 mRNA관련 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입니다.

 

문제를 파악했다는 것은 해결책도 수립하고 있다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원부자재는 장기적 관점에서의 국산화라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우선은 국내 기술력으로 생산된 원부자재를 연구·개발 단계에서 사용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바이오의약품의 생산과정에서 사용되는 원부자재의 규격 등 표준화 노력과 함께 심사서류화에 대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또한 해외 원부자재 생산공장을 국내에 설립한 후 기술을 들여오는 전략도 중요합니다. 일차 벤더를 국내에 유치하고 기술을 흡수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전문인력의 경우 주요기업들이 배출한 인력이 △배양 △정제 △생산 등 특화된 영역 기업들로 순환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야 합니다. 사실 이 부분은 최근 산업 트렌드 변화와도 관계가 있습니다.

개방(Openness), 연결(Interconnection), 협업(Cooperation)으로 요약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입니다. 하나의 기업이 개발부터 생산·판매까지 모두 하는 시대가 아닙니다. 잘하는 것을 특화하고 협업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잠깐 과거이야기를 해보자면 우리나라도 백신연구와 생산에 주력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백신산업 초창기 즉, 베이비 부머 시절 신생아 중심으로 백신접종이 이뤄지던 시기입니다. GC녹십자, CJ(현 HK Inno N), LG화학 등이 핵심 플레이어로 활약했습니다. 

그렇지만 이후 신생아 출산이 줄고 백신접종 대상자가 줄어들면서부터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이전까지는 우리나라 의약품시장에서 백신 분야는 사양산업처럼 인식되었습니다.

당시 연구개발과 생산분야에서 애쓰던 전문인력들이 지금의 주요 바이오기업을 부양한 핵심역할을 하셨지요. 이분들을 중심으로 분야별 전문 인력과 그 역량을 순환·확산시켜야 합니다."

 

언급하신 해결책 중에서 바이오의약품협회의 역할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스푸트니크 백신은 러시아 정부 주도로 △배양 △정제 △완제 전문 업체들이 컨소시엄을 통해 이룬 성과입니다. 보건복지부 역시 최근 백신협의체 구성을 통해 기업과 연구기관 간 협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제4차 산업혁명시대의 산업 트렌드이기도 합니다.

이 같은 면에서 볼 때 생산과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필요한 요소는 기업간의 연결을 통한 협업입니다. 여기서 도출할 수 있는 협회의 역할은 곧 '연결과 소통'입니다.

우리 협회는 그 협업의 시작으로 '데이터 네트워킹 구축'을 꼽고 있습니다. 데이터를 기초로 한 정부와 산업계, 기업과 기업 간 정보공유와 협업에서 협회의 역할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바이오벤처,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있지만 기술개발·개발 완료 이후 연결점을 찾지 못해 헤매는 상황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들의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입체적인 데이터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우리나라 바이오헬스 산업이 지속성장 가능한 생태계를 조기 구현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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