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 뉴노멀 시대에 요구되는 규제과학의 역할?
국민건강 최우선… 기술적 혁신·사회적 합의 고려
제품별/개발단계별 대응·국제 조화 등은 고민해야
코로나19 팬데믹과 과학기술의 혁신으로 새로운 제품이 빠르게 개발되는 가운데 인·허가 등 규제도 과학적 사실에 기반을 둔 신속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요구된다.
규제기관은 사회, 산업과 합의 체계를 이뤄 규제가 필요한 제품 개발의 혁신도 유연하게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를 '규제과학'이라고 지칭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7일 오후 3시 서울시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뉴노멀 시대, 규제과학의 개념과 정책 방향'을 주제로 '제1회 규제과학 혁신포럼'을 개최했다.
규제과학은 한마디로 "규제에 근거한 과학, 과학에 근거한 규제"로 축약된다. 규제가 필요한 제품의 안전성·유효성 등을 평가하는 △도구 △기준 △접근법을 개발하는 과학으로 의사 결정에 활용된다.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규제에 대한 전망(가디언스)을 제시하는 정책을 편다면 산업계가 두려움과 불확실성은 해소하고 투명성과 예측성을 확보해 혁신 제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일환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를 좌장으로 진행된 토론회는 △김법민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장 △김순남 국가신약개발사업단 본부장 △박유랑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엄승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본부장 등 학계·산업계 당사자들이 규제와 규제과학에 대해 각자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산업계가 혁신제품 연구개발에 매진하는 만큼 인허가 등 규제도 연구·개발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며 "이해관계자는 물론 허가 규제부처인 식약처뿐 아니라 수가나 기술평가 규제 부처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등 범부처가 함께 고민해야 할 숙제"라는 의견을 모았다.
아울러 △이혁우 배재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김흥열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장 △손수정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의료제품연구부장 발표자 3인이 규제과학 목적 등을 설명했고 서경원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장도 견해를 밝혔다.
이들 역시 "규제가 과학기술 발전을 지체시킨다는 오해도 받아왔다. 원칙은 지키되 연구개발과 산업에 기여하기 위한 규제는 무엇일지 생각해야 한다"며 "혁신 제품을 만들기 위한 혁신적 연구개발은 물론 규제기관이 세계 최초로 해당 규제를 만들어 낼 역량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히트뉴스는 이날 간담회의 토론과 질의응답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김법민 단장=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혁신 의료기기 등 그동안 없던 새로운 제품 개발이 이어지는 데 대해 식약처는 선제적으로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 생각보다 빠르게 발전하는 상황 대처 측면에서 연구개발자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식약처의 노력이 필요하다.
식약처가 선제적으로 혁신 의료기기 분야 규제과학을 했지만 이제 의료기기 산업에 다른 규제부처가 '허들'로 느껴진다. AI 기반 의료기기가 식약처에 70품목이 허가를 받았고 퀄리티가 좋다고 소개되지만, 수가를 인정받은 사례는 전무하다. 앞으로는 바이오헬스 산업계의 유관 규제기관과도 함께 해법을 모색하고 싶다.
김순남 본부장=신약은 다학제간 융합과 협력으로 만들어지는데, 특히 신약개발은 규제기관에 단계적으로 승인받아야 이어진다. 장기간 해야 하고 기존에 없던 물질을 만들어 하다 보니 모두 새롭고, 어렵지 않은 게 없다.
규제기관도 신약개발 전 과정에 대한 규제과학을 하겠지만 신약 후보들 역시 과학적 근거기반이 각양각색이다. 다양성을 인정해주고 지금까지 없던 임상 설계에 대해 규제기관이 결정할 지침을 만들 필요가 있다.
박유랑 교수=의료 빅데이터 활용에 있어 다양한 규제가 첨예하게 있다. 과거의 규제로 의료 빅데이터나 디지털 헬스케어를 인허가하는 것 자체가 이미 어렵다. 신기술이 적극 개발, 도입되는 만큼 현실적인 규제과학 방안이 개발돼야 한다.
식약처뿐만 아니라 국가나 사회적 측면에서 이 규제가 제품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평가하는 게 적절 할지, 사회적 여파 등을 따져봐야 한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논의해야 한다.
엄승인 본부장=규제가 국민들을 위한 제품 관련 조치라면, 이 제품을 개발·생산하는 산업계가 당사자이자 밀접한 관계자라고 생각한다. 당사자들을 분류해보면 '퍼스트 무버'로 혁신 신약이나 첨단의약품을 연구·개발하는 기업이 제품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규제과학'이라고 본다.
후발업체는 그 규제에 뒤따라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규제과학으로 규제가 상향된다면 산업계의 역량도 오를 것이고 사회가 요구하는 만큼 산업계는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생산공정을 개발해야 한다.
다만 규제과학의 발달로 규제가 바뀌게 되면 그 전 규제에 맞게 사용되던 제품들이 부정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규제과학의 발달로 인해 당연할 수는 있겠지만 부정되는 제품의 영향평가, 국민들이 혼란해 하지는 않을지 검토해주시길 바란다.
이혁우 교수=행정학에서의 '규제'는 법령으로 만들어져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보편적이고 타당한 내용이며 국가 정책이다. 하지만 '규제과학' 입장에서 보면 규제의 획일성으로 인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상당히 필요한 영역이다.
규제에 대한 컨설팅, 가이던스 등이 접목되면 과학기술은 발전하지만, 규제가 제품 인허가를 지체시킬 현상은 상당 부분 극복할 수 있다. 기존 획일적 방식의 규제보다 규제과학이 규제의 적용을 많이 배울 수 있다.
김흥렬 센터장=외국은 안전성을 담보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데만 규제를 활용하지 않는다. 산업과 경제적 성장에 기여할지도 중요히 생각한다. 따라서 국가 R&D 성과가 국민 건강과 경제성장에 기여할 목표를 달성하면서도 국민 안전과 건강을 지키는 원칙에도 충족된다.
K바이오가 코로나19를 계기로 글로벌 위상이나 브랜드 가치가 높아졌다. 이때, 실제 퍼스트 제품도 나와야겠지만 세계 최초의 규제 가이드를 만드는 역량도 필요하다.
손수정 부장=식품의약품안전처의 연구개발 비전은 국민이 안심하는 식의약안전관리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식약처 연구개발은 공공성이 짙은데 업계와 학계 그리고 국민이 원할 성과를 창출할 계획이다.
안전기술을 고도화해 국민 생활 속 안전망을 다지고 산업의 혁신성장을 지원함과 동시에 혁신생태계도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규제과학 발전에 이바지하며, 정부부처와 유연하게 협력하겠다.
서경원 원장=규제과학은 규제가 필요한 제품의 개발과 인허가까지 과정 중 언제 가장 필요할까? 연구개발 초기 단계에는 현장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좋은 제품이 개발될 것이다.
규제과학이 초기 단계부터 관여하겠지만 영향력, 방법과 수단 등은 단계마다 달라야 하지 않을까 싶다. 결국 제품화 직전 단계에 '규제과학'이 크게 작용할 것이다. 여러 곳에서 △규제 합리화 △규제 간소화가 거론되지만,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 나갈 수 있을 만큼의 규제는 갖춰야 한다.
또, 산업·분야별로 규제과학이라는 영역과 수단을 잘 활용할 수 있을지는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끝으로 바이오헬스 유관 다른 규제부처와의 논의구조를 제안하셨는데 동의한다. 행정, 경제 분야까지 아울러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