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들은 왜, 독자품목 대신 '공유품목'을 선택하나

 # 1. 비틀린 전통제약 산업 현장 

작년 9월 무렵 A사는 ⓐ복합제 자료제출의약품(일명 개량신약) 허가를 앞두고 위탁제약사(20개 목표) 모집에 들어갔다. 자신들이 실시한 임상시험 자료를 허여하는 방식으로 허가를 받도록 해주고, 허가받은 품목은 자신들의 공장에서 생산(수탁생산)해 공급해주는 '토탈 패키지 서비스'를 강점으로 제시했다. 유료서비스였지만, 자료제출 의약품으로 제네릭의약품보다 계단식 약가의 최상단을 차지할 수 있는 매력적인 포인트 때문에 모집은 목표대로 마무리했다.

비슷한 시기 ⓐ복합제 제네릭의약품 수탁사업을 준비하던 B사는 위탁사를 모으면서, 그 자신은 A사의 위탁사로 참여했다. 사업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인데, 문제가 생겼다. 허가받은 자료제출 품목(ⓐ)을 보유한 경우 제네릭의약품을 이중 허가받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B사는 A사 컨소시엄에 참여해 허가받은 자료제출의약품(ⓐ)을 C사에게 양도하고, 대신 C사로부터 판매권을 확보했다. 결국 자료제출의약품 ⓐ의 판매권은 B사, 허가권자는 C사, 제조원은 A사로 귀결됐다. 뭐가 이리 복잡한가.

B사는 자신이 수행한 생물학적동등성 시험자료 하나로 위탁사 30곳의 제네릭의약품 허가를 받도록 했으며, 자신의 공장에서 이들 의약품을 생산 공급하게 됐다. 또다른 제네릭 수탁사업자들까지 가세한 결과 자료제출의약품 22개, 제네릭의약품 89개 등 111개 후발의약품이 양산됐다. 이들 품목 가운데 상당수는 계약판매대행사(CSO)에 넘겨졌으며, CSO에게 제공되는 판매 수수료가 최소 50%는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수탁사에 돈을 대고 기다리자 허가품목을 갖게 되고, 곧 실물의약품을 받아들게 되면, 이를 CSO에 넘기는 구조에서 '제약회사의 역할과 R&D는 실종'되고 마는데, 이는 퇴행인가, 발전인가. 

 

 # 2. 비틀림을 바로 펴기 위한 입법 

근래들어 빈번해진 수탁사 임의제조와 이 곳에 의약품 생산을 맡긴 위탁사 의약품들이 줄줄이 판매정지된 가운데, 앞에서 언급한 제약회사들의 행태를 보다 못한 국회가 '공동생동과 공동임상을 1+3으로 제한'하는 입법절차를 밟고 있다. 숫자에서 비롯되는 난립을 최소한이나마 막자는 취지다.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는 이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으며, 금명간 복지위원회 전체회의가 이 법안을 다뤄 통과시킨 후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로 이관될 예정이다.

국회 입법과정을 지켜보며 전통제약산업군에서는 대략 두 줄기의 이견이 나온다. 첫 째는 입법 취지에 공감하지만 공포즉시 시행하면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들에서 차질이 빚어지고 손실이 발생된다며 임상시험계획승인(IND) 등 허가절차에 들어간 프로젝트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현재 국회와 식약처 등의 분위기를 살펴보면 이같은 우려는 해소될 것으로 관측된다. 경과 규정에 이같은 걱정을 불식시키는 내용을 포함시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둘째는 법안자체를 반대하는 기류다. 특히 자료제출의약품을 1+3으로 한정해 묶게되면 대기업들에게 유리하고 중소제약사들에게 불리하다며 중소제약사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금은 하나의 임상시험 자료를 가지고 십 수곳이 자료제출의약품 허가를 받는데, 1+3으로 제한하면 임상시험 비용 부담이 커져 품목 개발의지가 꺾인다는 논리다.

예를들면 임상시험 1건의 비용이 50억원인 경우 지금처럼 1+20이면 업체 당 2억5000만원이면 되는데 1+3으로 묶으면 약 12억원이 들어간다는 이야기다. 특히 임상시험을 주도하는 수탁사는 종전 20곳의 의약품을 생산해 이익을 보았지만 앞으로는 3곳의 의약품만 생산하게되니 이래저래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법안을 저지시키는 방안으로 유예기간을 이야기하지만 국회는 입법취지와 상반되는 이같은 주장을 귀담아 듣지 않는 실정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금명간 전체회의를 열어 공동생동 공동임상 1+3 제한법을 심의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금명간 전체회의를 열어 공동생동 공동임상 1+3 제한법을 심의한다.

 

 # 3. 신물질 신약으로 넘어가는 개량신약 R&D 필요 

기업의 본질이 영리추구라는 관점에 비춰보면 생동시험자료나, 임상시험자료를 공유해 한 공장에서 수십 쌍둥이약을 생산하는 이른바 공유경제를 이해할 수 없다. 독점상품으로 최대 이익을 노리는 것이 기업의 속성인데, 제약회사들은 왜 이익을 나눠가지려 하는지 납득되지 않는다. 열심히 공부한 학생이 자신의 답안지를 동급생들에게 돌리는 경우가 있는가?

통상 개량신약(자료제출의약품) 개발은 특허도전과 함께 의료현장의 언멧니즈를 면밀하게 분석해 기존 약물의 효능을 개선하거나, 부작용을 최소화하거나, 투여경로 변경으로 환자 편의성을 높이거나 등등 질적 향상을 목표로 할 때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제네릭의약품보다 난도가 높지만 신물질 신약보다는 낮아 R&D 역량을 축적하고 캐시카우를 확보하는 대안적 방법론으로 국내 제약산업계에 제시돼 왔다.

실제 개량신약을 통해 신물질 신약과 바이오신약으로 이행한 한미약품을 비롯해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대화제약 등은 독자적으로 임상시험을 거쳐 자신들만의 품목 확보를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나이티드제약의 경우 콤비 젤(Combi Gel) 기술, 이중제어방출제제(DCRS) 등 7가지 특수제형 기술을 성장 동력으로 삼아 개량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약산업계 전반이 R&D 중심으로 가려면, 1+3 규제 법안이 공포 시행되는 경우에도 매출기준 규모가 큰 제약회사들은 절대로 1+3에 발을 담가서는 안될 것이다. 이는 자사 위상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지만 산업 생태계의 공생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중소사들은 그야말로 공동임상과 위수탁생산을 함께 고민하면서 R&D 역량과 품질을 높여나가야 한다. 그럴 때만이 각자 고유한 색채를 가지고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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