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성 장애 약리효과·시험례 구체적 기재돼있지 않아
대법원 아빌리파이 용도특허 무효 상고 기각판결 보니

한국오츠카제약이 조현병·양극성장애 치료제 아빌리파이(성분명 아리피프라졸) 용도특허를 무효화한 특허법원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특허법원의) 판결은 잘못이 없다. 특허발명 명세서가 기재요건을 갖추지 못해 무효"라며 지난 달 29일 기각했다.

오츠카 세이야쿠(피고, 상고인)와 영진약품(원고, 피상고인)과 햇수로 7년 소송을 해왔다. 

대법원에 따르면, 용도특허(의약용도 발명)는 명세서에 약리 효과를 기재해야 하는데, 출원 전 약리기전이 명확히 밝혀진 게 아니라면 약리 데이터 등 시험례 또는 이를 대신할 만큼 구체적으로 약리효과를 기재해야 "기재요건을 충족했다"고 인정받는다.

아빌리파이의 용도특허는 '5-HT1A 수용체 서브타입 작용물질'이라는 명칭으로 2022년 1월 19일까지 존속될 예정이었다. 5-HT1A 수용체 서브타입과 관련된 중추 신경계의 장애로서 양극성 장애가 있는 환자의 치료라는 용도를 갖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아리피프라졸 화합물과 정신질환 치료 효능은 오래전부터 잘 알려진 기술이다. 오츠카는 조증과 우울증 양쪽을 오가는 '양극성 장애'에도 치료 효능이 있다는 것을 발견해 별개의 특허로 확보한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양극성 장애 등을 유도하는 5-HT1A 수용체 서브 타입과 관련된 중추 신경계의 다양한 장애에 유용하다고 기재됐을 뿐"이라며 "이 사건 화합물에 그와 같은 약리 효과가 있다는 게 약리 데이터 등의 시험례나 그를 대신할 정도의 구체적인 기재가 없다"고 규정했다.

명세서를 보면 양극성 장애에 대해 직접 확인한 구체적인 데이터도 없고 약리기전도 불명확하다는 논리다. 한마디로 "아빌리파이의 용도 특허는 기재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본 것이다. 

아빌리파이의 효능효과인 △단극성 우울증 △양극성 장애에서의 양극성 우울증은 정신병리학, 병태생리학, 약리학적 반응 등에서 상이한 질환으로 개념, 진단, 치료 방법 등이 다르다.

단극성 우울증에 약리효과를 나타낸다는 약리기전이 명확히 밝혀져 있었더라도 양극성 우울증에서도 밝혀졌다고 볼 수 없다고 대법원은 판결했다.

대법원은 "명세서상 약리 데이터 등이 나타난 시험례 등으로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지 않고 약리기전이 명확히 밝혀졌다고 할 수도 없다"고 명세서 기재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규정했다.

이어 "원심(특허법원의 판결)에 잘못이 없다"고 상고이유와 주장을 기각했다.

오츠카제약 조현병, 양극성장애 치료제 '아빌리파이' 
오츠카제약 조현병, 양극성장애 치료제 '아빌리파이' 

아빌리파이는 △조현병 △양극성 장애 △우울증 △소아 자폐 △소아 뚜렛장애 등 중추신경(CNS) 질환에 쓰이는 250억 원 대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주 적응증인 조현병 관련 물질특허는 2014년 만료됐지만 다른 적응증에는 분쟁의 소지가 된 '2022년에 만료될 용도특허'가 남아있었다.

영진약품은 허가 특허 연계제도가 시행되기 전인 2015년 3월 아리피프라졸 용도특허에 대한 무효심판을 청구했으나 특허심판원은 2016년 10월 이를 기각했다. 오츠카는 적극적 권리범위 확인심판을 청구하며 국내 제네릭 사들을 전방위로 압박했다.

대부분 국내 제네릭사는 양극성 장애를 제외한 채 조현병만을 적응증으로 한 제네릭을 판매한 반면, 영진약품만이 특허법원에 심결 취소소송을 제기하면서 양극성 장애로도 판매를 강행했다.

특허법원도 "기재불비로써 무효"라고 영진약품 승소 판결을 했고, 대법원 역시 4년 간 숙고끝에 특허법원 판단에 문제가 없음을 재확인했다.

영진약품을 대리한 박종혁 변리사는 "조성물특허나 제제 특허와 달리 용도특허는 무효로 만들기 쉽지 않다. 최근 대법원이 친 특허권자 성향의 판결을 잇달아 내리고 있었다. 이 와중에 용도특허를 무효로 하는 판결은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또 박 변리사는 "양극성 장애가 상반되는 두 개의 병증이 반복되는 질병이다. 두 병증의 치료 효과를 명백히 나타내는 실험데이터가 명세서에 기재돼 있지 않으면 '기재불비'로 무효라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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